[칼럼]몸사리는 경찰출신 여당 의원들 '경찰 힘빼기에도 나몰라라'

CBS노컷뉴스 김규완 기자 2023. 8. 2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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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으로 잠시 느꼈던 경찰의 일장춘몽
현정부 출범 이후 검수원복으로 경찰수사권은 원위치
역대 최다 7명인 경찰 출신 여당 의원들은 침묵
경찰독립성, 중립성 위기에도 정부 눈치보기
윤핵관에 원내대표, 사무총장이면 뭐하나?
검경을 양극단으로 양분시키는 오류낳지 않도록 제역할해야
황진환 기자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이었다. 검찰 힘빼기였다.

이 과정에서 문 정부의 내로남불과 선택적 공정은 국민적 분노를 샀고 결국 정권 상실로 이어졌다. 검찰개혁을 주도한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는 검찰의 전방위 수사로 풍비박산났다.

검수완박의 수혜자는 언뜻 경찰로 보였다. 그러나 이는 일장춘몽.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정부의 출범으로 검수완박은 단박에 검수원복(검찰수사권 원상복구)이 됐다.

경찰은 일견 수사권 행사에서 만큼은 검찰과 동급으로 보였지만, 그나마 끝까지 지키려했던 수사종결권마저 검찰이 최근 사실상 다시 회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찰관들이 이에 따른 울분과 허탈감을 표시할 길은 1인 시위와 게시판 밖에 없다.

자신들의 수장인 윤희근 경찰청장은 경찰의 이러한 처지를 대변하기는커녕 정부의 충실한 심부름꾼에 불과하다. 

윤희근 청장은 행안부에 경찰을 통제할 경찰국 설치 때 입을 다물었고 이에 반발하는 후배 경찰 간부들을 좌천시키는 일에도 한치의 머뭇거림이 없었다.

윤희근 경찰청장, 오른쪽은 1인 시위 나선 경찰. 류영주 기자


오송 참사 등 대형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에 책임을 묻고 압수수색까지 벌이는 검찰에 누구 하나 경찰의 처지를 외치는 관계자가 없다.

현 21대 국회에 경찰 출신 국회의원은 9명이다. 이 중 여당인 국민의 힘 소속이 7명이다.

김석기, 김용판 의원은 서울경찰청장까지 지냈고 이철규, 윤재옥, 이만희 의원은 경기경찰청장을 역임했다. 서범수 의원은 초대 경기북부경찰청장 출신이다.

이들 경찰 출신 여당 의원들은 경찰 독립성 문제에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침묵하고 있다.

국정원 댓글사건 당시 수사과장이었던 권은희 의원이 경찰을 대변하지만 권 의원은 국민의 당 출신으로 정치적 상황상 순수한 여당 의원으로 분류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김석기 의원(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용판 의원, 이철규 의원, 윤재옥 원내대표, 이만희 의원, 서범수 의원. 류영주 기자·이규현 기자·윤창원 기자·박종민 기자·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은희 의원. 연합뉴스


경찰 출신 여당 의원들은 검경수사권 조정과 경찰국 설치 논란 때 "따로 할 말이 없다"라는 말만 매뉴얼처럼 반복했다.

최근 경찰수사권을 대폭 약화시키는 검수원복이 진행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한때 몸담았던 경찰조직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침해된다는 지적이 잇따르지만 "정상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는 원론적인 말뿐이다. 

이 때문에 경찰 주변에서는 경찰 출신 여당 의원이 역대 가장 많은 7명이나 되지만 이들이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경찰 입장을 외면하고 있다는 배신감이 터져나오고 있다.

굳이 경찰 입장을 대변하지 않더라도 이들이 합리적인 이해관계 조정과 갈등 해소에 앞장서야 하는데도 중요 현안에서 논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물며, 이철규 의원은 윤핵관 핵심으로 당의 사무총장직을 맡고 있으며 윤재옥 의원은 국회에서 현안을 조율하는 원내대표이다.

경찰 출신 의원들의 몸사리기는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의 속내를 읽은 결과라는 해석이 많다.

문재인 정부 당시 검수완박으로 비대해진 경찰 권력을 재조정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바람에 알아서 누워버리는 들풀같은 처사라는 지적이다.

연합뉴스


검찰과 법무부가 검수완박의 문제점을 수정하는 것은 옳지만 치안 현장인 경찰의 입장을 외면한 채 이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무리라는 우려가 많다.

경찰 주변에서는 검찰의 독주로 인해 경찰 조직 전체를 자연스럽게 친야당 성향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냉소가 나오고 있다.

진영정치의 오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정치처럼 검찰과 경찰을 극단적으로 양분시키는 엉뚱한 결과를 낳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이런 위험한 국면에서 경찰청장 출신들이 즐비한 여당 의원들이 정치적 이해에 따라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경찰출신 여당 의원들의 존재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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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규완 기자 kgw2423@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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