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지옥'에 서울시가 투입한 동행버스 첫날…시민 "만족"
"집 앞까지 오는데 배차간격도 10분이고 괜찮네요."
오늘(21일) 오전 서울시가 첫 운행에 나선 '서울동행버스' 02번 안에서 만난 이 모(49) 씨는 일단 '합격점'을 주면서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서초구 양재동의 정보기술(IT) 회사로 출퇴근하는데 그동안 김포골드라인을 탔다며 고개를 저은 그는 가장 가까운 풍무역에서는 이미 열차를 탈 수 없을 정도로 가득 차 일부러 한 정거장 전인 사우역을 찾곤 했다고 말했습니다.
버스는 쾌적하게 앉아서 갈 수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낸 이 씨는 "25∼30분 정도 걸려 김포공항역에 도착한다면 이 버스를 계속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늘부터 서울로 출근하는 수도권 직장인을 위해 서울동행버스가 운행됩니다.
서울 출퇴근 인구가 많고 지하철 등 다른 수단으로 연계할 버스 노선이 필요했던 수도권의 '취약' 지역에 서울시가 맞춤형 버스를 투입해 출근을 돕는 것입니다.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와 강남역을 잇는 '서울01'은 오전 7시부터 15분 간격으로 3회 운영합니다.
김포시 풍무 홈플러스부터 김포공항역까지 운행하는 '서울02'는 오전 6시 30분부터 10분 간격으로 총 12차례 운행합니다.
그동안 오세훈 서울시장은 '수도권 주민은 서울시민'이라며 서울과 경기, 인천을 잇는 대중교통을 늘리는 데 많은 관심을 보여왔습니다.
앞서 사전 점검 때도 "서울로 출근해 일하는 경제인구까지 시민으로 생각하고 일하겠다"며 적극적인 교통 행정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동행버스가 본격 운영하기 전인 오전 6시 20분쯤 김포 풍무 홈플러스 앞은 아직 한산했습니다.
김포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은 주로 김포골드라인을 이용하는데, 이 열차는 출퇴근 시간 혼잡도가 높아 '지옥철'이란 악명이 붙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를 대체하거나 보완할 대중교통 수단은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습니다.
출발지에서는 버스에 오르는 승객이 없었습니다.
6시 40분쯤 풍무 홈플러스를 출발하는 버스에 몸을 싣자 다음 정류장인 '서해1차아파트'부터 승객들이 하나둘 타기 시작했습니다.
이 버스는 총 7명의 승객이 이용했습니다.
승객들은 '집 앞에서 바로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는 점을 만족스러워했습니다.
기존에도 서해1차아파트 등에 버스정류장은 있었지만 김포 내부를 순환하거나 일산으로 향하는 등 서울로 가는 버스는 찾기 힘들었습니다.
영등포구로 출퇴근하는 김 모(19) 씨는 "평상시 김포골드라인을 이용해 출근길이 복잡했다"며 "집 앞에 정류장이 있어 앞으로도 이용할 것 같다. 퇴근 시간대도 운영하거나 이런 버스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가족들과 일본 여행을 간다는 강 모(49) 씨는 "김포공항을 가려 해도 김포골드라인을 타야 했는데 별로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라며 "버스가 쾌적해서 좋다. 앞으로도 탈 것 같고 지금 같은 버스 노선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김포공항역에 도착하니 오전 7시 10분으로 약 30분이 걸렸습니다.
버스전용차로 운영이 오전 7시부터 시작되는 만큼 아침 이른 시간에는 해당 차로에도 오토바이나 일반 승용차가 달려 '완전 버스전용'은 아니었습니다.
7시 40분에 풍무 홈플러스를 출발하는 버스도 김포공항까지는 29분가량 걸려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버스전용차로가 운영돼 줄지어 선 승용차 옆으로 달렸지만 전용차로가 끊기는 구간에서는 예상치 못한 정체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운행지역이 김포골드라인과는 다소 떨어진 만큼 여기서 김포골드라인을 이용해도 김포공항역까지는 25∼30분가량 걸립니다.
다만 변화무쌍한 일반도로의 특성상 사고가 나거나 도로 통제에 들어가는 등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동행버스로도 김포공항역까지 가는 데 30분 이상이 걸릴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승객들은 앞으로도 동행버스에 계속 타겠다며 만족감을 드러내면서도 장기적으로 출퇴근길 교통난을 해소할 근본 대책은 지하철을 확충하는 데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버스 애용'을 선택한 문 모(50) 씨는 "일반 지하철은 너무 혼잡해서 타기 싫다. 앞으로도 이 버스는 계속 탈 것 같다"면서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가장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지하철을 연결하는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지하철파' 입장을 보인 김 모(28) 씨는 "버스를 늘린다고 해도 차가 막히는 건 어쩔 수 없다. 지하철이 가장 안정적인 수단"이라며 교통 당국이 지하철을 더 확충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사진=서울시 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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