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방문진 이사장 해임·KBS 이사 추천···방송장악 착착 진행
남영진 전 KBS 이사장 자리
황근 선문대 교수 추천키로
방송통신위원회가 MBC(문화방송)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권태선 이사장을 21일 해임했다. 지난 주 남영진 전 KBS 이사장이 해임되면서 생긴 KBS 이사진 자리에는 황근 선문대 교수를 추천했다. 권 이사장은 해임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와 해임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조만간 MBC와 KBS 이사진은 ‘여소야대’에서 ‘여대야소’로 바뀐다. 앞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을 임명하고 개편된 이사진이 MBC와 KBS 사장 교체를 실행하면 정부의 ‘방송 장악’은 완성된다.
방통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과도한 문화방송(MBC) 임원 성과급 인상과 MBC 관계사 경영에 대한 관리, 감독 의무를 소홀한 책임을 물어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을 해임하기로 의결했다”라고 밝혔다. MBC 사장에 대한 특별 감사 결과에 대한 관리, 감독 의무를 게을리했다는 등 이유도 덧붙였다. 김현 방통위 상임위원은 회의에 불참했다.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은 이날 회의에 앞서 “회의는 토론과 합의”라며 “절차와 규정에 따라 이견은 최선으로 합의해야 하는데 5기 방통위 마지막 회의에 이런 모습은 이유를 막론하고 국민에게 송구스럽다”라고 말했다.
통상 방통위는 금요일에 사무처가 안건을 보고하면 다음 월요일에 위원 간 비공개 간담회, 같은 주 수요일에 전체회의를 열었다. 방통위는 이러한 관례를 깨고 지난 14일에 이어 2주 연속 월요일에 전체회의를 열어 안건을 처리했다. 김 직무대행과 김현 방통위 상임위원은 23일 3년 임기가 끝난다.
KBS 이사회는 황근 교수가 임명되면 총 11명이 여당 측 6명, 야당 측 5명으로 구성된다. 방문진은 총원이 9명인데 원래는 6대 3으로 야당이 우세하다. 이날 권 이사장이 해임된 데 이어 김기중 방문진 이사의 해임 청문도 다음 달 11일로 잡혀 있어 ‘구도 역전’은 시간문제다.
김현 상임위원은 21일 입장문을 내고 “김 직무대행은 방문진 이사장 해임 절차를 시작할 때 위원회 의결 사항임에도 위원장 전결 사항이라며 보고와 논의 없이 군사작전 펼치듯 처리했다”라며 “김효재 직대는 노골적인 ‘청부 해임’이 임기 내에 마무리됐다고 미소짓겠지만, 법과 절차를 무시한 공영방송 이사의 해임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권 이사장은 21일 서울행정법원에 해임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해임 처분 취소 소송도 제기했다고 밝혔다.
언론 현업단체, 시민단체는 경기 과천시 정부 과천종합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오늘 방송통신위원회는 스스로 사망 선고를 내렸다”라고 주장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결론이 정해진 공영방송 이사 교체 의결이 차례로 급속하게 진행됐고, 2023년 8월은 대한민국 역사에 ‘방송 장악’을 남기는 부끄러운 시간”이라며 “방통위가 ‘독재 집행’을 위한 통로가 됐다”라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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