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사막화 현장을 가다] 전기수리공 찾을 때도 구글링하는 시대… 뉴스사막화 생존법은
[뉴스사막화 현장을 가다 (11)] 조지 스탠리 전 밀워키저널센티널 편집장 인터뷰
2023 뉴스사막화 연구 총괄…"뉴스사막화 지역을 채워나가는 언론에 주목"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편집자주 : 지역언론과 관련해 떠오르는 키워드는 생존과 고립이다. 지역언론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곪을 대로 곪아있다. 지방자치단체에 목을 매는 수익구조, 그로 인해 권력 감시 역할이 부재하고 관언유착으로까지 나아간다.
악순환의 피해는 지역민에게 돌아간다. 지역민의 커뮤니티 기능이 작동되지 않고 지역의 다양성 구현도 실현 불가능하다. 지역언론 스스로 존재 이유를 증명하지 못하면 죽어있는 상태와 마찬가지다.
국내 성공모델이 있긴 하지만 수십 년째 지역언론은 생존이 화두일 정도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 역시 ‘뉴스 사막화’라는 이름으로 지역언론은 지리멸렬하다. 위기 속 살아남은 매체의 공통 키워드는 지역민과의 연대다. 결국 지역민과 함께 어떻게 지속가능한 저널리즘을 구현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연결된다.
미디어오늘은 미국 현지를 찾아 질문을 던지고 답을 얻었다. 명쾌한 해법이 아닐지라도 고군분투 중인 지역언론에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조지 스탠리(George Stanely)는 미국의 '뉴스 사막화' 현상을 연구하는 미국지역언론 보고서(The State of Local News)의 2023년 연구 총괄자다. 조지 스탠리 전 편집장은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지역신문 '밀워키저널센티넬'(Milwaukee Journal Setinel) 편집장과 USA투데이 네트워크의 위스콘신 지역 편집장을 맡았고, 2022년 은퇴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5월18일 밀워키저널센티널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뉴스사막화 현상의 원인과 대책에 대해 들었다. 다음은 조지 스탠리 전 편집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지역언론이 소멸하는 '뉴스 사막화' 현상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인가?
“기술의 혁명이 수백 년간 지탱해온 뉴스 사업 모델을 바꿨기 때문이다. 20세기에는 인구가 5000명도 안 되는 작은 지역에서도 미국 지역 도매사업, 광고사들은 지역신문의 충분한 수익을 제공했다. 이땐 온라인 무료 광고도 없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며 신문 광고는 소멸됐다.
1995년 '크레이그리스트'(Craigslist, 일반 시민들이 물건을 사고팔며 무료로 개인 광고를 할 수 있게 공간을 제공한 웹사이트)가 생겼고, 신문사 수익의 40%를 차지했던 광고 수익을 가져갔다. 크레이그리스트는 샌프란시스코를 시작으로 미국 전역으로 퍼졌다. 아마존(Amazon)이 성장하면서 그 당시 밀워키저널센티널의 가장 큰 광고주였던 지역 소매업체 보스턴 스토어(Boston Store)와 아메리칸티비(American TV)는 파산했다.”
- 본격적인 지역언론의 소멸로 이어진 경위는 어떻게 되나?
“대도시에 있는 신문사들이 먼저 막대한 수익을 잃어버리기 시작했다. 지난 10년 동안은 소도시를 강타했다. 소도시 지역 주민들도 아마존을 통해 물건을 사기 시작했고, 모든 광고를 구글에 실었다. 전기수리공을 찾을 때도 단순히 구글링해서 '내 근처(near me)'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지역 광고주들은 더 이상 지역신문에 광고하지 않는다. 미국은 200개가 넘는 카운티에서 기자들을 잃었다. 뉴스사막화 현상은 더욱 커지고 있다. 말할 사람도, 말을 전파할 사람도 없다.”
- 미국에서 지역언론의 소멸은 사람들의 실질적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
“민주주의의 붕괴, 정치적 양극화다. 펜 아메리카(PEN America)의 연구 보고서 <Lossing the News>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지역 신문은 청문회, 이사회, 정책 토론, 재판 등 민주주의가 실행되는 방식에 대한 거의 모든 정보를 제공했다. 이러한 지역언론이 사라지면, 시민들은 투표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더 적은 사람들이 공직에 출마하고, 더 많은 후보자들이 반대 없이 출마한다. 부패가 증가하고, 부정 행위는 견제되지 않는다. 일반 시민들이 뉴스가 민주주의에 얼마나 중요한 지 곧바로 이해하긴 어렵다. 하지만 뉴스는 민주주의의 주춧돌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 올해 미국지역언론 보고서 연구를 총괄하고 있다. 작년 보고서와 비교해 최근까지는 지역언론 소멸과 관련해 어떤 변화가 있었나?
“지역언론 소멸은 계속되고 있다. 재정적인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올해엔 특히 지역언론의 추가적 합병과 그 영향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대표적 예로 2019년 지역 출판기업 게이트하우스 미디어(GateHouse Media)와 거대 미디어기업 가넷(Gannett)의 합병이다. 게이트하우스와의 합병으로 발생한 부채로 인해 가넷은 비용을 대폭 절감했다. 최근 가넷은 대규모의 해고가 단행했다. 인력의 절반을 줄였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2023년 미국지역언론 연구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내용은 어떤 점인가?
“뉴스 사막화 지역에 다시 뉴스를 채워나가는 지역언론의 이야기를 주로 담으려 한다. 특히, 미국 위스콘신주의 그린베이와 오리건주의 사례를 담을 예정이다. 그린베이의 키와니(Kewaunee) 카운티는 작년 보고서에서 뉴스 사막화 지역으로 분류된 곳이다. 밀워키저널센티널의 대주주이기도 한 가넷은 키와니 지역을 취재했던 주간지 '키와니 스타뉴스'(Kewaunee Star News)를 소유했는데, 수익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자들을 전부 철수시켰다.
그런데 올해 5월 그린베이의 지역언론 '프레스 타임스'(PressTimes)가 키와니 스타뉴스를 매입했다. 프레스타임스는 키와니 카운티에서 다시 취재를 시작했고, 종이신문을 발간했으며 웹사이트도 만들었다. 그들은 뉴스사막화 지역을 뉴스로 채웠다. 오리건주의 지역언론 로그밸리타임스(Rogue Valley Times)도 문을 닫았다가 유사한 방식으로 최근 다시 지역을 취재하기 시작했다. 지역언론 보고서에는 어느 지역이 잘하고 있고, 지역언론사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언론사를 운영하며 필요한 뉴스를 제공하는 지 다양한 방안을 소개하려 한다.”
- 보고서에서 소개할 언론사 대부분은 방금 예시로 들었던 두 언론사처럼 소규모 언론사들인가?
“그렇다. 이번 연구에서 발견한 점 중 하나는 지역에서 소유한 지역언론사가 대기업이 소유한 언론사보다 더 원활히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보스턴 글로브(The Boston Globe), 미니애폴리스 스타 트리뷴(Minneapolis Star Tribune), 시애틀 타임스(The Seattle Times)가 대표적 예다. 신문사 인력이나 규모가 줄지 않았다. 특히, 보스턴 글로브는 지면 신문 구독자와 더불어 34만 명의 유료 디지털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한때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경제적 이득을 가진 것처럼 보였던 미국의 미디어 대주주 기업들은 현재 큰 손실을 겪고 있다. 큰 빚을 지고 있고, 엄청난 금액의 대출 이자를 갚고 있다. 그만큼 취재하는데 많은 돈을 투자하지 못한다. 매우 적은 수의 기자들이 지역에서 뉴스를 취재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에선 사람들이 어떻게 미래의 뉴스를 위해 올바른 형태의 소유권을 가지고 언론사를 운영하는 지도 보여주려 한다.”
- 정부가 지역언론을 지원하는 정책에 대한 견해는 어떤가?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시애틀 타임즈의 발행인 프랭크(Frank Blathen)가 정부의 금전적 도움이 지역언론을 도울 수 있다는 글을 쓴 적 있다. 대기업 대주주가 아닌 지역에서 지역언론을 소유해야하고, 이를 위해선 정부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소규모 지역언론사가 콘텐츠 제작을 위한 장비를 구입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보조금 프로그램, 빈곤한 지역의 지역민들이 유료 뉴스 구독과 적절한 인터넷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기금 조성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지역언론 소멸은 정부가 개입해야 하는 문제다. 구체적으로는 정부가 지역언론의 광고를 사거나 조세를 감면하는 방식이 있다. 가령, 미국의 정부 기관은 회의에서 일반 시민들에게 알릴 사안들을 신문에 출판해야 한다. 웹사이트에만 올려선 안 된다. 작은 지역의 언론사가 경영난으로 사업을 접는 것을 막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다.”
- 언론사들간의 협업도 지역언론 소멸의 해결책으로 언급되곤 한다.
“미국 대다수의 비영리 뉴스 스타트업은 이미 많은 언론사를 가지고 있는 대도시에 존재한다. 텍사스 오스틴의 '텍사스 트리뷴'이 그 예다. 위스콘신주의 키와니 카운티, 오리곤주의 로그밸리처럼 작은 지역에는 뉴스 스타트업이 없다. 그래서 언론사들 간의 협업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가령,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의 더 포스트 앤 쿠리어(The Post and Courier)는 17개의 지역신문과 파트너사로 협업한다.
큰 언론사들이나 비영리 단체는 경쟁이 아닌 협력을 해야 한다. 밀워키저널센티널은 다른 작은 언론사들이 원활한 환경에서 취재할 수 있게 데이터 전문가팀, 비디오 전문가팀 등 다양한 지원을 하며 협력하고 있다. 미래의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언론사들은 서로 협력해야 한다.”
- 미국 대다수 언론사들이 유료화를 택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위스콘신주 그린베이에서 인터뷰한 지역민들 대다수는 돈을 내고 뉴스를 보길 원하지 않았다. 이 지점은 모든 언론사가 유료화를 하면서 겪는 고민이기도 하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어려운 문제고, 딜레마다. 리포트 포 아메리카(Report for America)의 창립자 스티븐(Steven Waldman)은 읽고싶은 기사 한 건 당 1달러를 지불하는 모델을 제시한 적 있다. 스포티파이에서 듣고 싶은 노래에 돈을 지불하는 것처럼 언론사에도 같은 모델이 있다면 도움이 되겠지만 아직은 없다.
유료화가 잘 운영되고 있는 사례로 보스턴 글로브의 모델을 소개 하고싶다. 보스턴 글로브는 첫 구독자들에게 한 달 동안 1달러를 지불하면 뉴스를 볼 수 있게 했다. 1달러는 거의 무료에 가까운 금액이었다. 그리곤 한 달 후에 하루에 1달러, 즉 한 달에 30달러를 지불하게 했다. 1년으로 따지면 360불이다. 독자들에겐 만일 당신이 원한다면 금액을 지불하라고 말했다. 보스턴 글로브는 독자들이 지불할 만한 뉴스를 충분히 보유하고 있었고, 이 모델은 성공했다. 이처럼 언론사들은 각각의 구독 시스템을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좋은 디지털 구독 모델을 가지고 있진 않다.”
- 지역언론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인가?
“지역민들에게 스스로의 삶을 관리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지역신문은 지역사회에 하나의 구심점을 만들 수 있다. 책임있는 시민사회를 만들 수 있는 지역언론의 보도는 시민들이 다른 사람을 헐뜯는 방식 대신 공적인 방식으로 대화하고 토론할 수 있게 한다. 지역 사회 안에서도 더 보호받지 못하는 소수자에 대해서 보도하는 것도 지역언론의 역할이다. 지역민들은 서로 모여 문제를 발견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언론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다른 사람과의 소통 없이는 작동할 수 없다.”
미국 지역언론 기획취재팀 윤수현·윤유경·박재령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통역·자문=유재성 (Joseph Yoo, Assistant Professor, Communication and Information Science, The University of Wisconsin-Green Bay)
<미국 뉴스 사막화 현장을 가다> 기획은 6주에 걸쳐 게재될 예정입니다.
① 현실로 다가온 지역언론 위기와 뉴스 사막화
② 뉴스 사막화 속 지역신문과 멀어진 위스콘신 주민들
③ 130년 신문 폐간된 텍사스 발베르데, 사막화 극복 방법은
④ 위스콘신 지역언론이 뉴스 사막화에 대응하는 방법
⑤ 지역언론 위기에 확장으로 대응하는 '커뮤니티 임팩트'
⑥ 미국 지역언론 소멸 극복 방법, 한국에 대입한다면
미디어오늘을 지지·격려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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