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키스방 동영상 왜 지워”…구글에 2억원 손배 청구한 사연은?
구글이 삭제 조치하자 손배 청구
“표현 억제는 권리 침해” 주장
법원 “미국 법원서 소송 내야”
이용자, 1심 불복해 항소장 제출
1심 법원은 이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해당 이용자가 항소한 만큼 법정 다툼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A씨는 2019년 12월 키스방 홍보 웹사이트를 설명하는 내용의 영상을 유튜브에 이틀간 각각 하나씩 총 2회 게시했다. 이 웹사이트는 제휴를 맺은 키스방의 연락처, 예약방법, 근무 중인 여성 사진·신체 프로필, 방문후기 등의 내용을 제공했다.
A씨가 올린 영상은 해당 웹사이트의 실행 과정을 담고 있었다.
구글은 “이용약관 위반 등으로 유튜브 정책을 여러 번 또는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 계정을 일시 중지하고 영상을 삭제했다.
A씨는 구글의 조치에 이의를 제기했다. 구글은 검토를 거쳐 계정을 살렸지만 영상은 복원하지 않았다.
A씨는 반발했다. 64일간 계정이 정지된 탓에 영상을 게시하지 못하면서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는 것이다.
A씨는 “표현행위에 대한 사전억제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검열을 금지하는 헌법 21조 취지에 비춰 엄격하고 명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허용된다”며 “(구글은) 법익 침해,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관한 손해배상으로 2억원을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구글 측은 A씨 영상이 유튜브 이용약관과 커뮤니티 가이드에 위배된다고 맞섰다. 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는 불법·규제 상품과 서비스 판매를 위한 콘텐츠를 금지하고 있다.
구글이 예시로 든 콘텐츠에는 ‘성매매·성인용 마사지 업소 홍보’ 관련 영상이 포함돼 있다.
구글은 또 유튜브 서비스에 관한 모든 소송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카운티의 연방·주 법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유튜브 이용약관을 보면 서비스에 관한 모든 소송은 산타클라라 카운티 법원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우리 법원이 재판관할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한 나머지 분쟁은 모두 산타클라라 카운티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법원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별다른 판단을 내놓지 않았다. 이 소송이 산타클라라 카운티 법원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판단했을 뿐이다.
재판부는 “구글LLC가 운영하는 유튜브에 가입함으로써 A씨와 구글LLC 사이에 전자적 방식으로 이용계약이 체결됐다”며 “이용계약은 산타클라라 법원이 전속관할을 갖는다는 조항을 두고 있기 때문에 산타클라라 카운티 법원의 전속적 관할을 인정한다는 전속적 국제재판관할합의를 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관할법원을 서면으로 정해야 한다는 민사소송법 조항과 관련해서는 “서면을 반드시 ‘글씨를 쓴 지면’이라는 사전적 의미에 국한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당사자의 의사가 명확히 기재된 문서에 의한 합의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전자문서로 체결된 이 합의도 적법한 관할합의”라고 해석했다.
이어 “구글LLC는 미국 법에 의해 설립된 법인이고 유튜브 운영에 관한 주요 결정은 구글LLC 사무소 소재지에서 이뤄진다”며 “유튜브 이용계약에 관한 소송의 준거법도 캘리포니아주 법인 점을 고려하면 산타클라라 카운티 법원과 합리적 연관성을 갖는다”고 봤다.
법원은 A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국제재판관할권이 없는 법원에 제기돼 부적법하다고 보고 이를 각하했다.
구글코리아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는 “유튜브 이용약관은 유튜브 제공 주체를 구글LLC로 명시하고 있을 뿐”이라며 “구글코리아가 유튜브 제공 주체로 계정 중지와 영상 삭제 조치를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해 구글코리아를 상대로 한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강진민 법률사무소 선덕 대표변호사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도 한계가 있는데 이 사건은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가치에는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헌법으로 보장받을 수 있었다면 헌법소원을 했겠지만 그 주장은 받아들이지 어려운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사건과 달리 일반적인 콘텐츠를 게시한 이용자가 구글로부터 부당하게 계정 정지나 영상 삭제 조치를 당했다면 논의 방향이 바뀔 수도 있다. 일반 이용자가 미국 법원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일은 쉽지 않아서다.
강 변호사는 “만약 개인의 의견을 올렸는데 기업이 이를 막았다면 국내 업체일 경우 손해배상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지만 외국계 기업이라면 사실상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차단돼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키스방 웹사이트 홍보영상을 둘러싼 법정 다툼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달 28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항소심은 서울고법 제19-1민사부가 맡는다. 아직 변론준비기일은 잡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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