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시론] 법관 독립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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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에 대해 실형이 선고된 뉴스를 접하고 처음 든 생각은 '형량이 세다'였다.
검찰이 벌금을 구했는데 판사가 실형을 선고했으니 '정 의원이 법정에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노 전 대통령이 공적 인물이 아니라는 판단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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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에 대해 실형이 선고된 뉴스를 접하고 처음 든 생각은 ‘형량이 세다’였다. 검찰이 벌금을 구했는데 판사가 실형을 선고했으니 ‘정 의원이 법정에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노 전 대통령이 공적 인물이 아니라는 판단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한 나라의 국가원수는 당해 세대까지는 유권자인 국민의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이 민주주의에 부합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판결에 대한 관심은 딱 여기까지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판결의 파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는 해당 판결을 선고한 박병곤 판사다.
박 판사가 과거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올린 정치적 글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3월 대선 직후 ‘울분을 터뜨리고 절망도 하고 슬퍼도 했다가 사흘째부터는 일어나야 한다’는 글을 올렸고, 2021년 4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다음날에는 ‘울긴 왜 울어?’ ‘승패는 병가지상사’라는 대사가 담긴 중국 드라마 장면 사진을 올렸다. 위 두 선거 모두 민주당이 패배했다. 누가 봐도 글을 올린 당사자의 정치적 지향성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국민 누구나가 정치적 의사표현을 자유롭게 하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중요한 민주적 가치이지만 문제는 글을 올린 당사자가 판사라는 점이다.
판사들도 판사이기 이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각자 정치적 의견이 있을 것이고 세상을 보는 시각도 다양할 것이다.
예를 들면 노동 사건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과 시장경제 원칙에 대한 판사 각자의 양심에 따라 사건의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다만 헌법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다’고 선언해 판사의 개인적 정의관의 한계를 설정하고 있다.
따라서 ‘법관의 독립’이 확실하게 보장되려면 다른 국가기관이나 사회적 세력 등으로부터 독립도 중요하지만 판사가 외관적으로 정치적 편향성이나 선입견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 국민의힘 측이 박 판사의 고등학교 시절에 쓴 글까지 인용하며 신상털기에 나선 것은 법관 독립을 해친다고 보지만 판사 임용 후에 SNS를 통해 특정 정당에 대한 정파성을 드러낸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의원직을 상실할 위기에 놓인 정 의원이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하고 나선 것은 당연하다.
우리 사회가 판사에게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많고 한편으로 과중하다. 요건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는 당사자를 설득해야 하고, 급변하는 세상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사회적 약자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정의실현도 해야 하는 와중에 ‘중립’을 판사에게 요구한다. 그래서 판사는 대외적 접촉도 자제해야 하고, 자신의 양심은 오직 재판을 통해서만 드러내야 한다. 야근하거나 주말(판사는 야근, 휴일수당도 없다)에 에어컨도 나오지 않는 법원에서 땀 흘려가며 힘들게 기록을 보는 판사로서는 너무하지 않냐고 하겠지만 어쩔 수 없다. 개별 판결 하나하나가 당사자에게는 목숨과도 같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박 판사의 재직 중 SNS에 올린 글에 대해 자체 조사한다고 했지만 근본적으로 판사 개개인이 헌법에서 법관 독립을 천명하고 있는 무게감을 스스로 인식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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