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중거리슛·세트피스 득점 줄어"…한국축구 무기 사라졌다

정필재 2023. 8. 2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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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피스와 중거리 슛 득점이 줄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잦은 출국 논란을 일으키면서까지 외국에 나가 파악한 현대 축구의 흐름 중 하나다. 대표팀이 ‘증명의 무대’인 월드컵에서 세트피스와 중거리 슛을 앞세워 아시아축구의 자존심을 뽐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길한 방향이다.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클린스만 감독에게 세계 축구 트렌드에 어울리는 다른 무기를 발굴해야 하는 새로운 숙제가 생긴 셈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남자 축구 대표팀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18일 대한축구협회 기자단과 가진 온라인 간담회에서 이같은 트렌드가 2022 카타르 월드컵 때부터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중원에서 촘촘한 경기를 펼치고 있기 때문에 20m, 25m에서 슈팅 시도가 줄었고 득점도 잘 나오지 않고 있다”며 “세트피스 상황에서 득점도 감소하는 추세”고 분석했다.

◆세트피스 득점이 줄었다

실제 페널티킥을 제외하고 프리킥과 코너킥, 스로인 상황에서 득점으로 연결되는 경우는 줄어드는 추세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터진 172골 가운데 페널티킥을 제외한 세트피스로 모두 25골이 들어갔다. 이는 전체의 14.5%를 차지한다. 이는 역사상 가장 많은 세트피스 골이 터졌던 2018 러시아 월드컵(169골 가운데 40골)의 23.7%보다 9.2%포인트 적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의 15.2%와 2010 남아공 대회의 17.9%와 비교해서도 낮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171골 가운데 26골이, 2010년 남아공 대회에서는 145골 가운데 26골이 각각 세트피스 상황에서 득점으로 연결됐다.
사진=연합뉴스
◆페널티킥 득점은 늘었다

하지만 페널티킥까지 포함할 경우 클린스만 감독의 이야기는 사실과 거리가 멀어진다. 지난 대회에서 17골이 페널티킥에서 나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의 24.4% 골이 세트피스 상황에서 터졌다. 이는 2014년 22.2%, 2010년 24.1% 보다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비디오판독(VAR) 도입 이후 월드컵에서 페널티킥 득점도 늘어나는 추세다. 페널티킥 득점은 △2010 남아공 월드컵 9골 △2014 브라질 월드컵 12골 △2018 러시아 월드컵 22골 △2022 카타르 월드컵 17골이 각각 터졌다.

페널티킥 실축은 팀 패배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표팀 내 전문 키커도 뚜렷해야 한다. 실제 페널티킥 도사로 불리는 해리 케인(뮌헨)도 지난 월드컵 프랑스와 8강전에서 페널티킥을 놓치면서 잉글랜드 탈락을 막지 못했다. 대표팀도 2002 월드컵 미국전에서 페널티킥을 놓치는 바람에 어렵게 경기를 풀어갔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 세트피스·중거리 슛 의존도가 높다

문제는 대표팀이 세트피스와 중거리 슛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분석한 세계의 흐름과 반대다. 대표팀은 2010년 이후 열린 월드컵 4개 대회에 모두 출전 14경기를 치르면서 17골을 넣었다. 이 가운데 세트피스와 중거리 슛으로 득점한 건 모두 9골로 전체의 53.0%에 달한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넣은 6골 가운데 세트피스 득점은 4골이었다. 이정수가 기성용의 프리킥을 받아 두 골을 만들었고, 박주영의 프리킥 골도 이어졌다. 우루과이와 16강전에서도 기성용의 프리킥을 이청용이 헤더 골로 연결했다.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선 이근호의 중거리 슛이 터졌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멕시코전 ‘소니 존’에서 나온 손흥민의 그림같은 중거리 슛과 독일전 프리킥 상황에서 나온 김영권의 득점, 또 지난 월드컵에서 이강인의 크로스와 김영권의 골, 16강 브라질전에서 터진 이강인의 프리킥에 이은 백승호의 중거리 슛까지 대표팀은 항상 세트피스와 중거리 슛으로 존재감을 발휘했다.
지난 6월 20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한국과 엘살바도르의 경기. 이강인이 크로스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축구 무기가 사라진다

세트피스와 중거리 슛은 팬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던 무기다. 대표팀의 월드컵 첫 선제골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터진 ‘왼발의 달인’ 하석주의 프리킥이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네덜란드에게 0-5 완패를 당했을 때도 이동국의 중거리 슛 하나가 속상한 마음을 달래줬다.

때문에 클린스만 감독도 깊은 고민에 빠진 분위기다. 클린스만 감독은 우선 이강인은 물론 해외파를 총동원해 최정예 멤버를 꾸려 이번 유럽 원정길에 오를 계획다. 여기서 클린스만 감독은 새로운 무기 발굴을 위한 점검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아시안컵까지는 시간이 여유롭지 않다.

잦은 해외출장과 FIFA 기술위원회 활동으로 대표팀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 성적으로 얘기하겠다는 입장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에서 결과로 많은 분들이 저를 평가하게 될 것”이라며 “아시안컵에서 성적을 내기 위해 뒤처지지 않게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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