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액셀이면 125㎞ 이상 나와야” 수상한 강릉 급발진 의심사고

운전자 가족 진행한 EDR 감정결과
감정인 차량 부품 오류 가능성 제기

[사진 제공 = 강릉소방서]

지난해 말 강릉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 조사를 위해 진행한 감정에서 충돌 5초 전 가속 페달을 최대로 작동시켰다면 최소 시속 125㎞ 이상은 됐을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사고기록장치(EDR)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해 온 운전자 가족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춘천지법 강릉지원 민사2부(박재형 부장판사)에서는 최근 운전자 A씨와 그 가족들이 티볼리 제조사를 상대로 낸 약 7억6000만원 규모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며 실시한 EDR 감정 결과를 받았다.

감정인은 “단편적인 자료만으로 볼 때 시속 110㎞ 주행 중에 가속 페달을 최대로 해 5초 동안 작동시켰다면 차량의 당시 기어비와 발진 가속 성능에 따른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5초 후에 적어도 (EDR에 기록된) 시속 116㎞보다 높은 상태가 될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국내 차량은 급발진 현상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해도 EDR은 에어백이 전개된 때로부터 소급해서 마지막 5초만 저장한다. 법원에서 지정한 전문 감정인은 마지막 0초가 정지 중이던 모닝 승용차, 국도 중앙 분리 화단, 콘크리트 전신주, 지하통로 구조물을 거쳐 지하통로 벽에 부딪혔을 때일 확률이 높다고 전제하고 EDR 신뢰성 감정을 이어갔다.

감정인은 급발진 현상이 나타난 거리를 구간별로 나눠 평균 가속도를 계산해보면 충돌 0~5초 때의 평균 가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낮아 이해되지 않지만, 5초 후 속도가 시속 125㎞는 넘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변속장치에 손상이 없었다면 시속 140㎞가 넘었을 것이라고 봤다.

또 가속페달 변위량이 100%인 상태에서 충돌 4.5~5초 전 RPM이 5900에서 4초 전 4500으로 떨어지고, 이와 비슷한 4600 상태로 1.5초 정도를 유지하다 충돌한 점도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가속페달 변위량을 100%라고 전제하면 RPM이 5900에서 4500으로 떨어지는 현상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감정인은 이 같은 이유로 공기 유입이 충분하지 않았거나 전자제어장치(ECU) 오류가 발생한 상황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차량 상태와 ECU, EDR 자료 정밀 분석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에 원고는 EDR 기록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고 액셀을 밟은 상태에서는 발생하기 힘든 속도 증가 결여와 RPM 저하 현상을 들어 급발진이 맞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지난해 12월 6일 강원도 강릉시 홍제동에서 할머니 A씨(60대)가 티볼리에 손자 B군(12살)을 태우고 운전했다가 급발진 의심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B군이 숨졌다. A씨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돼 경찰조사를 받은 후 법정에 섰다.

A씨는 “누가 일부러 사고를 내 손자를 잃겠느냐”면서 “사랑하는 손자를 잃고 저만 살아남아서 미안하고 가슴이 미어진다”고 호소했다. A씨 가족은 지난 2월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결함 원인 입증 책임 전환 청원’을 올렸다. 이 청원에는 5만명이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