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환율 10% 올라도 韓 수출 0.1% 감소 그쳐”

무협 보고서… 농수산물 타격, 반도체는 미미

한국 원화(₩)와 일본 엔화(¥)의 가치가 함께 등락하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엔·달러 환율이 10% 올라도 한국 수출 규모는 0.1% 줄어드는 데 그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의 ‘엔화 환율 변동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21일 발표했다. 엔·달러 환율이 10% 상승(엔화 가치 10% 하락) 시, 한국 제품의 수출 단가는 0.12% 하락하고 수출 물량은 0.02% 증가해 총수출 규모가 0.1%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엔·달러 환율 상승으로 일본의 달러 표시 가격이 내리면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산 제품의 가격 하락을 유도하고, 대신 수출 물량이 늘어나는 구조다.

엔화 약세가 멈추지 않고 심화하는 가운데 지난 1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환전소에 설치된 모니터에 엔 등 각국 통화 대비 원화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엔화는 2012년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 평가 절하가 이어져 왔는데 최근 더 가팔라지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 인상(긴축 기조)과 달리 일본 중앙은행(BOJ)의 무제한 양적 완화 정책으로 금리차가 커진 점과 일본 무역 적자가 이어지는 점 등이 엔화 약세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역대급 엔저(低)에도 원화와 엔화가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한국과 일본 간 수출경합도(수출구조의 유사성 정도)도 약화하면서 한국 수출에 타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한국무역협회는 내다봤다. 2021년 이후 2023년 6월까지의 상관계수는 0.973으로 원화와 엔화가 동반 약세·강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 수출 시장에서의 한·일 수출경합도는 2012년을 기점으로 내림세로 전환, 2012년 0.48에서 2022년 한일 수출경합도는 0.458로 0.022포인트 하락했다.

다만 품목별로 받는 영향의 정도가 달랐다. 엔·달러 환율이 10% 상승하면 농수산물 수출 물량은 3.5% 감소하는 반면, 반도체는 0.6%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강내영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엔화 약세 추세 속에서 한국 주력 업종의 수출이 위축되지 않기 위해 생산성 제고를 통한 비교우위 개선이 중요하다”며 “특히 일본과의 수출경합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연구·개발(R&D) 등 수출 지원 강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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