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수산물 유통 전 검사 완료"…심야 방사능 검사 속도전
심야에 민간 인력 활용…2시간 이내 검사 완료 후 즉시 통보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오늘부터는 전국 43개 주요 수산물 어시장에서 수산물이 유통되기 전 방사능 검사가 완료되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21일 오전 2시 30분 전국 최대 수산물 산지어시장인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윤기준 해양수산부 사무관이 방사능 신속 검사 현장을 점검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제껏 방사능 검사 결과는 수산물 유통이 이뤄진 뒤에야 나와 '늑장 검사'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정부는 이날부터 민간 검사 인력을 활용해 심야에 신속 검사를 하고 유통 전에 방사선 검출 여부를 확인하기로 한 것이다.
이날 현장에는 이무근 대한수산질병관리사회 소속 민간 방사능 검사 요원이 동료 1명과 함께 부산공동어시장 수산물 사이를 바쁘게 누비고 있었다.
공동어시장 바닥에는 어선들이 풀어놓은 물고기들이 부녀반 인력에 의해 상자에 담겨 진열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진열 작업이 완료된 생선들은 새벽 6시 첫 경매에 부쳐져 전국 도매상의 손으로 넘어가며 본격적으로 유통이 이뤄진다.
이들 요원에게 이날 주어진 임무는 대표 수산물 3종류의 시료를 채취해 방사능 검사 요원이 있는 곳까지 신속하게 인계하는 것이다.
이무근 검사 요원은 진열된 물고기 중 전갱이들을 눈으로 빠르게 훑은 뒤 무작위로 한 상자를 골라 10여마리의 전갱이를 비닐봉지에 옮겨 담았다.
이후 단단하게 밀봉을 한 뒤 봉지 겉면에 라벨을 붙이고, 준비해온 아이스박스 속에 집어넣었다.
이 요원은 곧장 갈치들이 진열된 곳으로 이동하더니 시료 채취를 끝냈고, 이후 고등어도 시료를 확보해 밀봉 작업을 했다.
이 요원은 "방사능 검사를 하려면 먹을 수 있는 부위를 말하는 '가식부위'가 1㎏이 필요한데, 보통 손질 안 된 어류는 3㎏ 정도, 패류는 4㎏ 정도를 가져간다"면서 "어떤 종류의 수산물 시료를 가져갈지는 미리 결정되지만, 그날 조업 상황에 따라 채취하는 종류가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부산공동어시장에서는 전갱이와 고등어, 눈볼대(일명 빨간 고기)의 시료를 채취할 예정이었지만, 눈볼대는 조업량은 거의 없어 현장에서 갈치로 대체해 채취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방사능 검사를 할 품목은 직전 주를 기준으로 가장 많이 잡힌 물고기와 조업이 이뤄진 해구의 대표 어종을 보고 전문가가 선정하지만, 현장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판단하도록 했다.
윤 사무관은 "방사능 검사 요원들은 국가 면허인 '수산질병관리사' 자격이 있는 분들로 수의사에 빗대 일명 '어의사'라고 불리는 전문가"라면서 "기본 2인 1조로 움직이면서 이날부터 매일 심야에 배가 들어오는 시간을 파악해 그날의 상황에 맞춰 가장 빠른 시간대 시료를 채취하게 된다"고 밝혔다.
채취된 시료는 공동어시장에서 2.3㎞가량 떨어진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수품원) 부산지원으로 옮겨졌다.
이곳에도 심야에 수산물품질관리원 직원 대신 '한국방사능분석검사협회' 소속 민간 요원들이 배치돼 신속 검사를 진행했다.
이들 요원은 기존 방사능 검사와 동일한 장비를 사용하지만, 신속한 검사를 위해 시간을 기존 1만초(2시간46분) 대신 1천800초(30분)의 신속 검사를 진행했다.
윤 사무관은 "동일한 세탁기지만 여러 코스가 있는 상황으로 생각하면 된다"면서 "두 검사 방법 모두 시간의 차이는 있지만 방사능 검출량의 차이는 소수점 이하여서 검사 기준인 시료 1kg당 방사능이 100베크렐 이상 검출되는지를 확인하는 데는 거의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심야 작전처럼 수행된 이날 방사능 검사는 시료 채취부터 결과가 나오기까지 불과 1시간 4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날 검사의 결과는 불검출.
방사능 검사 요원들은 아침 경매 개시 여부를 놓고 초조해하고 있을 부산공동어시장 당직 간부에게 이날 나온 방사능 결과를 곧바로 전화로 알렸다.
윤 사무관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난 2011년 이후 국내에서 7만5천여건의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가 있었지만, 단 한 번도 방사능이 검출된 적이 없다"면서 "이제는 신속 검사로 인해 혹여 방사능이 검출되더라도 유통 전에 모두 차단할 수 있게 돼 국민들께서는 안심하셔도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이달 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강행할 것으로 예측된다.
일본 기시다 총리가 방류 시점은 정확히 특정하게 않겠지만 "방류는 더 이상 미루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외신은 전하고 있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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