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권 스마일게이트인베 대표 "ESG 임팩트 투자 새 지평 열겠다"[자본시장을 움직이는 사람들]

2023. 8. 2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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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간 게임, 반도체, 바이오 등 전방위 투자
인벤티지랩, 파두, 디앤디파마텍 등에 초기 투자
"바이오 투자 여건 완전히 회복되려면 2~3년 걸릴 듯"
이 기사는 08월 18일 09:5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기업을 높이 평가합니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결국엔 그들이 만든 길로 따라가게 될 테니까요."

구영권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사진) 대표는 17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투자를 결정할 때 창업자가 회사 설립 때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마인드를 가졌는지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게임 개발사 스마일게이트그룹의 투자 부문 자회사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는 1999년 설립된 MVP창업투자가 전신이다. 구 대표는 쏠리테크에서 신사업을 담당하던 시절부터 MVP창업투자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쏠리테크가 MVP창업투자를 인수한 뒤 2011년 스마일게이트에 매각하자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로 자리를 옮겼고 지난 12년 간 600여개의 기업에 투자했다. 구 대표가 합류한 이후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는 운용 자산 1조2000억원 규모의 국내 대표 벤처캐피탈(VC)로 성장했다. 

구 대표는 바이오 헬스케어 부문을 비롯해 반도체, IT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니콘으로 성장한 기업들을 다수 발굴했다. 최근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심혈관계 질환에도 효과가 있다는 소식에 주가가 급등한 인벤티지랩을 비롯해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파두, 신약 개발사 디앤디파마텍, 바이오베터 개발사 알테오젠 등이 대표적이다.

투자한 포트폴리오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회사는 RNA 치료제 개발사인 올릭스다. 구 대표는 "과거엔 바이오 기업의 투자 수익률이 월등히 높았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 과감한 투자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저희도 바이오 신규 투자는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고 투자 금액도 예전보다 줄었다"고 전했다.

이어 "작년까지만 해도 내년 상반기엔 바이오섹터가 살아날 수 있다고 봤는데 최근 국내외 VC들과 이야기해보면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며 "미국의 대형 VC들도 투자 수익률이 반토막이 난 상황이어서 투자 여건이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적어도 2~3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구 대표는 ESG 분야에서 좋은 기업을 찾아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임팩트 투자도 선도하고 있다. 올해부터 ESG 펀드의 대표 매니저도 맡고 있다. 지난해 한국벤처투자의 모태펀드에서 출자한 ESG 계정 위탁운용사(GP)로 선정된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는 최근 첫 시범 펀드인 'IBK-스마일게이트 ESG 펀드 1호'를 선보였다. 스마일게이트홀딩스와 IBK기업은행이 주요 출자자로, 구 대표는 이 펀드를 통해 잘 알려지지 않은 ESG 기업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기업인들을 만나보면 기존 관행이나 사회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이를 기술로 해결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창업한 사람들이 있다"며 "이렇게 탄생한 기업들이 ESG 투자 가이드라인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그 사례로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가 투자한 말라리아 진단 플랫폼 개발사 노을을 들었다. 그는 "혈액이나 조직을 진단할 때 사용되는 액체 염색법은 세포를 시약으로 염색한 뒤 물로 씻어내야 해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고 환경 오염 문제가 있다"며 "노을은 다른 진단회사들과 똑같은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물 없이 진단할 수 있는 고체 염색법을 개발해 아프리카 등 물이 부족한 국가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수질 오염도 크게 줄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을은 창업자의 동기와 비전이 명확하다 보니 다른 진단 회사처럼 진단키트의 정확도를 높이거나 비용을 낮추는 데 머무르지 않고 전 직원이 오염수를 줄이는 신기술 개발에 전념할 수 있었다"며 "이처럼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려는 회사들이 앞으로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구 대표는 ESG 펀드의 1호 투자 기업으로 2차전지 폐분리막 재활용 기업 '라잇루트'를 낙점했다. 라잇루트는 2차전지 제조 과정에서 손상돼 쓰지 못하게 된 폐 분리막을 활용해 의류용 원단을 만든다.

그는 "2차전지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관련 부자재를 재활용하는 기업들을 눈여겨 보고 있다"며 "라잇루트는 2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분리막을 아웃도어 의류 소재로 재활용해 환경오염을 줄여주는 기업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 분야에서는 임상 시험에 실패했더라도 제대로 된 임상 데이터를 가진 기업들에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임상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양질의 환자군을 모집해 임상 설계를 정교하게 하고 업계의 오피니언 리더인 키닥터들로부터 데이터의 신뢰도를 검증을 받았다면 실패한 임상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며 "단 실패한 데이터 분석을 제대로 해서 발전 가능성이 있는지, 임상설계 능력이 있는지를 검토해서 투자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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