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총재 “미중 갈등에 냉전시대 고통 재현될 수도”

“미, 내부지향 국가로 변모”···“미중 디커플링 글로벌 성장 방해”
“옛 불가리아, 물건 구할 수 없어”···“빈국이 가장 큰 피해입을 것”

크리스티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 IMF

[서울경제]

불가리아 출신으로 냉전을 몸으로 겪었던 크리스티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미중 갈등에 냉전시대의 고통이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20일(현지 시간) 공개된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0여 년에 걸쳐 세계 경제 통합이 진전돼 왔으나 이제는 미중 갈등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분열이 영구화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경제 세계화를 이끌던 미국은 포퓰리즘의 물결에 내부 산업정책을 선도하는 국가로 바뀌었다”며 “이런 파편화 현상의 중심에는 미국과 중국의 신뢰 부족이 있다”고 전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파편화된 세계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가난한 나라일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완전한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전 세계 경제의 성장을 방해할 것”이라고 점쳤다. 이어 “공산국가에서 냉전시대를 겪어본 사람으로서 지경학적(geoeconomic) 파편화의 결과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며 “모두가 더 가난해지고 더 불안정해지는 상황을 불러올 것이다. 세계화의 혜택 속에서 저물가 시대를 살아온 미국인들도 앞으로는 소비재 물품을 이전보다 더 비싼 가격에 사야 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내가 어렸을 때 물건값은 저렴했지만 구할 수가 없었다”며 “만성적인 공급 부족 탓에 당시 불가리아인들은 화장실 휴지나 우유를 구하는 데 뇌물과 연줄을 동원해야 했다”고 회고했다.

김영필 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