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비치, US오픈 전초전 대회서 1위 알카라스 꺾고 정상
28일부터 열리는 US오픈에서도 유력한 우승 후보
알카라스 “조코비치와 같은 코트에 서며 배울 수 있다는 건 특권”
아무리 위기에 몰려도 남자 테니스 세계 2위 노바크 조코비치(36·세르비아)는 포기하지 않는다.
조코비치는 21일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열린 남자 프로테니스(ATP) 투어 마스터스 1000시리즈 웨스턴 앤 서던 오픈 단식 결승에서 3시간 49분 혈투 끝에 세계 1위 카를로스 알카라스(20·스페인)을 상대로 세트스코어 2대1(5-7 7-6<9-7> 7-6<7-4>) 역전승을 거뒀다.
조코비치는 이로써 2018년 2020년에 이은 세 번째 본 대회 우승을 맛봤다. 아울러 개인 통산 39번째 마스터스 1000시리즈 대회 우승을 달성했다. 이는 역대 최다 기록으로 2위는 ‘라이벌’ 라파엘 나달(37·스페인·140위·36회)이다. 마스터스 1000시리즈는 4대 메이저 대회(호주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US오픈) 다음으로 위상과 권위가 높은 대회로 1년에 총 9개 열린다.
1세트에서 한 때 4-2로 앞서나가며 여유롭게 세트를 선취하는 듯했던 조코비치는 이후 알카라스 특유의 까다로운 톱 스핀을 가미한 스트로크와 넓은 코트 커버력에 일격을 당하며 첫 세트를 내줬다.
팽팽한 접전 속에 진행된 2세트는 타이 브레이크에 접어들었다. 조코비치는 6-6<5-6>으로 뒤지는 상황에서 1점만 허용하면 우승 트로피까지 빼앗길 수 있는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그는 날카로운 강서브와 강력한 포핸드 스트로크로 챔피언십 포인트를 내주지 않았고,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해 2세트를 따내며 균형을 맞췄다.
‘황제’와 ‘신예’는 3세트에서도 난타전을 벌였고, 결국 세트는 타이 브레이크까지 갔다. 조코비치는 이번 대회에서 한 번도 타이 브레이크에서 지지 않는 기세를 이어가며 끝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는 우승을 확정 짓는 순간 코트에 대(大)자로 드러누워 기쁨을 만끽했다.
조코비치는 “‘미쳤다’ 외엔 정말 할 말이 없다. 투어 레벨과 상대 선수에 상관없이 내가 치러 본 경기 중 가장 어려운 경기 중 하나였다고 단언할 수 있다”며 “이런 순간과 경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린 훈련한다. 나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특급’ 경기력을 선보일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알카라스는 “조코비치와 같은 코트에 서며 배울 수 있다는 건 특권”이라며 “오늘도 나는 (조코비치라는) 챔피언을 통해 배웠다”고 경의를 표했다.
두 선수는 올해에만 벌써 세 번 맞붙었다. 이날 조코비치가 승리하면서 둘의 역대 전적은 2승2패가 됐다. 지난달 윔블던에서 알카라스는 5세트 혈투 끝에 조코비치를 꺾고 작년 US오픈에 이어 통산 두 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을 맛보기도 했는데, 조코비치는 약 한 달 만에 설욕에 성공했다.
특히 조코비치는 2021년 US오픈에서 준우승한 뒤 약 2년 만에 미국 대회에 나서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코로나 백신 접종을 개인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그는 백신을 맞지 않은 대표적인 스포츠 스타 중 하나인데, 미국 방역 당국이 2022년에 백신 미접종 외국인의 입국을 불허해 미국에서 열린 대회에 출전조차 못했다. 그러다 미국 방역 당국이 지난 5월 코로나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외국인도 입국할 수 있도록 방역 방침을 완화하면서 올해 각종 미국 대회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조코비치는 이달 28일부터 열리는 US오픈에도 나설 계획이다. 조코비치는 US오픈에서 총 3회(2011, 2015, 2018년) 정상에 올랐다.
US오픈 전초전 대회에서 알카라스를 꺾은 조코비치는 더욱 자신감을 가진 채 그의 통산 24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을 겨냥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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