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개발 현장이 탈탄소 허브로 탈바꿈한다
호주 대륙의 북단 적도와 가까운 북준주 다윈시내에서 자동차로 40분 가량 떨어진 해안에 자리잡은 다윈항 인근에는 약 60만평 규모의 ‘다윈 액화천연가스(LNG)터미널’이 있다. 16일 오후 찾은 이곳엔 ‘바유운단 고갈가스전’에서 얻은 천연가스에 섞여있는 불순물인 이산화탄소(CO2)를 포집하는 설비가 2005년부터 약 20여년간 가동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CO2를 포집하고 배출하는 데 그쳤지만 이제 이곳은 연간 1000만t의 CO2를 지중 저장하기 위한 허브가 될 것입니다. 올해 말 고갈되는 가스전인 바유운단은 거대한 탄소 저장소로 변모해 탄소포집저장(CCS)이 한번에 구현될 예정입니다.”
호주 최대 에너지기업 산토스의 리처드 힝클리 호주북부 및 동티모르 담당 부사장은 아파트 13층 높이에 달하는 약 37미터 높이의 탄소 포집 설비 앞에서 이같이 설명했다. 바유운단과는 별도로 다윈시 북서부 해상에서 개발중인 ‘바로사 가스전’에서 천연가스가 본격 생산되면 이곳 다윈 LNG터미널은 연간 1000만t 규모의 ‘탄소포집저장(CCS) 플랜트’가 된다. 다윈 CCS 플랜트 프로젝트에는 한국기업으로는 유일하게 SK E&S가 참여했다. 프로젝트 지분 25%를 지난 2020년 인수하면서다.
● 기술 검증은 끝나...“천연가스에 포함된 CO2 최대 18% 포집해 저장”
다윈 LNG터미널의 탄소 포집 시설은 바유운단에서 생산된 천연가스에 포함된 CO2를 추출하기 위해 구축됐다. 바유운단 가스전에 포함된 CO2 비중은 최대 6%다. 질소 유기화합물의 일종인 아민계 흡수제를 위에서 빗방울처럼 뿌려주면 흡수제가 천연가스에 포함된 CO2만 흡수한다. 여기에 2차로 열을 가해 CO2와 흡수제를 분리하는 ‘습식 포집’ 방식이 활용됐다.
CO2 포집 설비 바로 옆에는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에 포함된 CO2를 포집하는 설비를 구축하기 위한 부지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는 구멍이 많은 다공성 금속 유기골격체로 만든 멤브레인을 활용해 CO2를 걸러내는 탄소 포집 설비가 구축될 예정이다.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에는 CO2가 최대 12% 포함돼 있다는 점을 감안해 천연가스에서 CO2를 최대 12%까지 포집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힝클리 산토스 부사장은 “신규 설비가 구축되면 기존 설비가 천연가스에서 포집할 수 있는 6%의 CO2를 합쳐 최대 18%의 CO2를 천연가스에서 포집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 바유운단 고갈 가스전이 거대한 CO2 저장고로
다윈 LNG터미널에 확대 구축되는 탄소 포집 설비가 포집한 CO2는 바유운단 고갈 가스전으로 주입돼 지중 저장된다. 다윈에서 약 500km 떨어진 바유운단까지 천연가스 운송을 위해 만들어졌던 해저 파이프라인을 그대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힝클리 부사장은 “바유운단과 연결된 파이프라인으로 CO2를 주입하면 바유운단 고갈 가스전의 지하 약 3km의 사암층에 연간 1000만t의 CO2가 저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유운단으로 운송된 CO2는 온도 31도, 압력 75기압 이상인 초임계 상태로 저장돼 안전성도 확보됐다는 설명이다. 초임계는 점도는 기체와 비슷하고 밀도는 액체처럼 높은 상태를 의미한다.
특히 현재 개발중인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다윈 LNG터미널로 운송한 뒤 CO2를 포집하고 이를 다시 고갈 가스전인 바유운단으로 지중 저장해 탄소 포집과 저장(CCS)을 동시에 완성하는 에너지개발 사례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지난 10여년간 호주 바로사 가스전 개발에 참여해 누적 1조5000억원의 투자를 진행한 SK E&S는 “바유운단처럼 고갈 가스전을 CO2 저장 플랜트로 활용하면 20년간 천연가스 시추과정에서 축적된 지정학적 데이터와 분석 결과물이 있어 CO2 주입과 관리가 용이하고 경제적”이라고 설명했다.
● 새로운 저장소 탐사하고 주민 수용성 높이는 노력도
다윈시가 속한 호주 북준주는 바유운단과 다윈 LNG플랜트, 바로사 가스전을 연계하는 CCS 프로젝트 외에도 탈탄소 허브를 염두에 둔 ‘미들암 프로젝트’도 구상하고 있다. 현지 천연가스 개발에 필요한 CCS뿐만 아니라 탈탄소 산업에 적극 투자해 탄소를 수입해 저장하는 비즈니스도 개발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호주 북준주 북서쪽에 위치한 ‘보나파르트 분지’가 탄소 지중저장에 적합한지 초기 탐사중이다.
바로사 가스전 사업에 대한 국내외 환경단체의 반발에 대한 북준주의 대응도 적극적이다. 현지에서 만난 니콜 매니슨(Nicole Manison) 호주 북준주 부총리는 “환경단체와 주민들의 목소리를 잘 듣고 있다”며 “산토스 등이 주민과 협의를 깊게 하고 있으며 북준주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윈(호주)=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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