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 같던 '그것이 알고싶다'가 욕먹는 4가지 이유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2023. 8. 2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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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그알)가 집중포화를 맞고 됐다.

19일 방송된 '빌보드와 걸그룹-누가 날개를 꺾었나' 편이 방송된 이후다.

걸그룹 피프티피프티가 소속사 어트랙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사건을 다뤘는데, '편파적'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그알'에 대한 대중적 기대감이 높은 만큼 그 반대급부로 반발도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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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사진='그것이 알고 싶다' 예고편 캡처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그알)가 집중포화를 맞고 됐다. 19일 방송된 '빌보드와 걸그룹-누가 날개를 꺾었나' 편이 방송된 이후다. 걸그룹 피프티피프티가 소속사 어트랙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사건을 다뤘는데, '편파적'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편견없이 들어달라"는 MC 김상중의 당부와 달리, 피프티피프티를 이미 약자로 규정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은 뼈아프다. '그알'에 대한 대중적 기대감이 높은 만큼 그 반대급부로 반발도 거세다. 21일 오전 현재 '그알'의 시청자게시판에는 2000개가 넘는 비판 댓글이 줄잇고 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핵심 관계자들의 목소리가 담겼나?

'그알'이 이번 논란을 취재한다고 밝혔을 때, 대중의 반응은 뜨거웠다. 타 매체와 다른 '섬싱 뉴'(something new)가 있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알'이 피프티피프티를 움직인 '외부세력'으로 지목받은 안성을 더기버스 대표와 멤버, 혹은 그 부모들을 카메라 앞에 앉힐 것이라 대중은 내심 기대했다. 피프티피프티를 향한 대중의 따가운 시선을 돌릴 '한 방'이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건 없었다. 안 대표는 "치아가 아프다"며 인터뷰를 회피했고, 제대로 된 서면 인터뷰마저 거부했다. 그의 대리인이자 더기버스를 대표해 카메라 앞에 앉은 백모 이사는 "공식적인 입장을 제가 대변할 수 없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제작진조차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는 자리"라고 되묻게 되는 수준이었다. 

더기버스 측은 그들을 둘러싼 현재 논란을 고려할 때, 제작진의 취재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비협조적인 데다가 기존의 자기 주장만 반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멤버들에 대해서 제작진이 "인터뷰를 강권할 수 없었다"는 식의 뉘앙스로 일관하는 것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스스로 '속 빈 강정' 임을 인정한 셈이다. 그러면서 감정에 호소하는 그들의 편지를 낭독하는 것으로 프로그램을 마쳤다. 사실상 피프티피프티를 피해자라 보며, 그들에게 동정을 호소하는 분위기였다. 중립을 유지하며 객관적 증거에 기반해 목소리를 내야 하는 시사 고발 프로그램의 본령을 망각한 구성이다.

#K-팝 기획자들은 도박꾼인가?

이번 '그알'에는 재연 장면이 다수 담겼다. 그 중 가장 납득할 수없는 재연 장면은 도박이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국가대표급' K-팝 그룹의 성과를 언급하면서, 정작 K-팝 시장을 '도박판'에 비유한 셈이다. 

이날 인터뷰에 참여한 한 평론가는 "약간은 도박에 가까운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성공 가능성이 낮은 만큼"이라고 말했다. 이는 용인 가능한 수준이다.  엄청난 제작비를 쏟아부어야 하는데, 실제 살아남는 K-팝 그룹은 손에 꼽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알'이 K-팝 시장을 바라보는 온도는 평론가의 발언과는 달랐다. 'K-팝 시장=도박판'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재연을 자주 사용하며 제작자들을 도박꾼 취급하는 듯한 연출에 적잖은 비판이 쏟아졌다. 이런 논리라면, K-팝 스타들은 정당한 경쟁이 아니라 '돈 놓고 돈 먹기' 식의 도박판 위에 놓은 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사진='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캡처

#익명 인터뷰의 주장은 검증됐나?

'그알'의 인터뷰에 응한 피프티피프티 멤버들의 부모는 여러 의견을 내놨다. 그동안 멤버와 그 가족들이 침묵을 지켰기 때문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일방적 주장만 난무할 뿐, 이를 뒷받침할 증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나마 카메라 앞에 앉지도 않았다. 한 멤버의 부모는 어트랙트 전홍준 대표에 대해 "공포의 대상 같은 분이다. 가수를 안 하면 안 했지, 돌아가지는 않는다"면서도 "자세히 밝힐 날이 있을 것"이라며 그 주장의 배경은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또 다른 익명의 관계자는 "전 대표가 월말 평가에 한 번도 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방송 직후 전 대표가 월말 평가에 항상 참석했다는 증언과 관련 보도가 나왔다. 이런 주장은 제작진이 어트랙트에 확인 절차 한 번만 거쳐도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그알'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익명 관계자 주장은 비중있게 다뤘다.

물론 '그알'의 성과도 분명히 있다. '큐피드'의 데모곡을 구해 발표곡과 비교했고, 안 대표가 단어 단 3개를 바꾸고 저작권자 임을 주장한다고 꼬집었다. 또한 피프티피프티가 문제삼은 선급금 관련해서도 "이건 회사 대 회사의 계약이고, 아티스트가 전혀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며 여러 전문가들의 멘트를 곁들였다. 하지만 이번 편의 핵심은 피프티피프티의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의 타당성 여부와 이를 문제를 제기한 진짜 그 배경이다. 이 부분에 대한 제작진의 검증은 분명 부족했다.

#난데없는 편지 낭독

'그알'은 방송 말미, 피프티피프티가 제작진에게 보냈다는 편지를 공개했다. 그 내용으로 보아 담당 PD가 멤버들에게 편지를 썼고, 그에 대한 답장으로 보인다. 이 편지에서 멤버들은 "저희는 음악을 사랑하며 무대를 꿈꾸는 공통된 목표로 만나 솔직하고 진정성 있게 오래 음악을 하고 싶었습니다. 이 시간과 순간들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지 알기에 그 누구보다도 간절합니다. 지속적이고 악의적인 루머들로 지치고 힘든 게 사실이지만,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꿋꿋이 버텨내리라 다짐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진심을 알릴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주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라고 호소했다.

'그알'이 시사 프로그램의 본분을 다하려 했다면, 이런 감성팔이는 지양했어야 한다. 이 편지를 받은 후 그들이 주장하는 '지속적이고 악의적인 루머'가 무엇인지 물었어야 한다. 알리고 싶다는 '저희의 진심'을 타당한 근거를 바탕으로 제시했어야 한다. 

하지만 '그알'은 "멤버들을 둘러싼 어른들 대부분이 욕망의 계산기를 두드리기 바빴다"고 결론을 내렸다. 욕망에 사로잡힌 주변이들이 멤버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식이다. 

'그알'이 의도를 갖고 피프티피프티 멤버들을 옹호하려 했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알'은 결국 이번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꿰뚫어보지 못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오랜 준비 끝에 나온 결과물의 수준에 대중이 실망감을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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