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일 만에 대포’ 오재일→활짝 웃은 구자욱...전·현직 캡틴의 ‘뜨거운 포옹’ [SS시선집중]

김동영 2023. 8. 2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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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오재일(오른쪽)이 20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KIA전에서 5회말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오재일을 구자욱이 안아주고 있다. 사진제공 | 삼성 라이온즈


[스포츠서울 | 대구=김동영기자] “가장 시급한 부분이다.”

삼성이 KIA를 누르고 위닝시리즈를 달성했다. 자칫 패할 뻔했던 경기다. 김현준(21)의 한 방이 터지며 웃을 수 있었다. 그리고 중요한 선수가 있다. 오재일(37)이다. 마침내 터졌다. 구자욱(30)이 오재일을 뜨겁게 안아주는 장면이 있었다. 울림이 있다.

삼성은 20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KIA와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6회말 터진 김현준의 결승 2타점 3루타를 앞세워 6-4의 승리를 거뒀다.

5회까지 3-0으로 앞서다 6회초 박세웅이 소크라테스 브리토에게 동점 3점포를 얻어맞았다. 뜨겁던 라이온즈파크가 순식간에 싸늘하게 식는 순간이었다. 또 불펜이 무너졌다는 점에서 충격이 컸다.

삼성 오재일(가운데)이 20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KIA전에서 5회말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사진제공 | 삼성 라이온즈


올시즌 삼성에게 이런 장면이 많았다. 대체로 이렇게 되면 역전까지 허용하는 경우가 잦았다. 이날은 달랐다. 바로 반격에 성공했다. 6회말 볼넷과 안타, 희생번트로 2,3루 찬스를 잡았다.

김현준이 우중간을 가르는 싹쓸이 3루타를 쐈다. 5-3이 됐다. 다음 김성윤이 내야 안타를 다시 쳐 6-3으로 달아났다. 7회초 1점을 주기는 했으나 거기까지였다. 오승환의 마무리 속에 삼성이 웃었다.

조금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 5회말이다. 1-0으로 앞선 상황. 이닝 첫 타자로 오재일이 나섰다. 상대 선발 황동하의 초구 가운데 몰린 속구를 그대로 잡아당겼다.

우측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비거리 119m짜리 솔로포였다. 지난 6월10일 대구 롯데전에서 2홈런을 때린 후 71일 만에 손맛을 봤다. 오래 걸렸다.

삼성 오재일(왼쪽)이 20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KIA전에서 5회말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사진제공 | 삼성 라이온즈


6회말에는 무사 1루에서 다시 타석에 섰고, 이번에는 우전 안타를 쳤다. 제대로 정타가 나왔고, 수비를 뚫었다. 이후 김현준의 3루타 때 홈까지 밟았다. 지난 11일 문학 SSG전 이후 9일 만에 멀티히트 경기다.

올시즌 이상할 정도로 방망이가 맞지 않고 있다. 시즌 타율이 0.186이다. 부진에 부상까지 겹치면서 데뷔 후 가장 힘겨운 시즌을 보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장직마저 스스로 내려놨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박진만 감독은 “아무래도 지금 우리 팀에서 가장 시급한 것이 오재일의 부활이다. 꾸준하게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활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준비 열심히 하고 있다. 오늘도 자율훈련이었는데 먼저 나와서 훈련하더라. 아마 본인이 가장 답답할 것이다. 극복하려면 결국 시간을 투자하고, 훈련하는 것밖에 없다. 마음대로 안 되니 많이 힘들 것이다”고 짚었다.

삼성 오재일(오른쪽)이 20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KIA전에서 1루 수비를 하고 있다. 진제공 | 삼성 라이온즈


그토록 기다렸던 오재일의 한 방이 터졌다. 경기 후 오재일은 “너무 오랜만에 홈런을 쳐서 좀 얼떨떨하다. 가끔 말고 꾸준하게 쳤으면 좋겠다. 경기 전후 타격코치님과 많은 얘기를 나누고, 또 연습도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떻게 하면 좋아질지 계속 고민 중이다. 지금은 좋아지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좋아진 모습 보여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날 오재일의 대포에 누구보다 기뻐한 이가 한 명 있다. 현 캡틴 구자욱이다. 홈런을 치고 돌아온 오재일을 ‘버선발로’ 맞았다. 그리고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삼성 구자욱(왼쪽)과 오재일이 15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LG전에서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 | 삼성 라이온즈


후반기 들어 삼성에서 가장 잘 치고 있는 타자가 구자욱이다. 삼성이 최하위에서 벗어난 최고의 원동력이었다. 주장까지 맡게 됐다.

전 주장인 오재일의 부진에 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 없다. 부상으로 퓨처스에 같이 내려가 있기도 했다. 거기서도 둘이 똑같이 선참으로서 후배들을 잘 챙겼다. 밥도 사주고, 장비도 챙겨줬다. 실력과 성적 이상의 가치다.

누가 뭐라고 해도 구자욱과 오재일은 삼성의 최고 핵심 선수들이다. 동반으로 터지면 최상이다. 일단 구자욱은 날고 있다. 오재일이 힘을 낼 차례다. 계기는 확실히 만들었다. 구자욱도 함께 웃었다. 삼성이 더 강해지고 있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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