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에 줄줄이 주가 하락 카카오 4총사

이한경 기자 2023. 8. 2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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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한계 부각·스톡옵션 논란… 증권가 “하반기 많은 것 보여줘야 주가 상승 기대”

한때 '국민주'로 사랑받던 카카오그룹 전반에 추락하는 주가만큼이나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카카오는 상반기 매출액이 3조7828억 원으로 전년 상반기(3조4710억 원) 대비 8.2%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297억 원에서 2845억 원으로 15.8% 감소했다. 특히 2분기에는 처음으로 매출 2조 원(2조425억 원)을 돌파하고도 영업이익은 113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7% 감소했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로 외형은 커졌지만 인프라 투자, 연결 회사 편입, 인건비 등 영업비용이 늘어난 탓이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효과를 제외하면 카카오의 2분기 매출은 1조8040억 원으로 1% 줄고 영업이익은 1007억 원으로 41% 감소했다.

[카카오톡 홈페이지]

매출 증가에도 영업이익 감소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실적 부진 원인으로 신규 사업 투자와 함께 계열사를 5월 기준 147개까지 무리하게 확장한 부작용을 꼽는다. 대기업집단 중 SK그룹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데, 주요 계열사 절반 이상이 적자에 빠진 상황이다.

카카오의 불안한 미래는 카카오 주가에도 반영되고 있다. 2021년 6월 17만3000원까지 올랐던 카카오 주가는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올해 8월 16일 카카오는 5만300원에 장을 마쳤다. 52주 최고가인 7만9600원 대비 37% 내린 가격이다.

증권사들의 전망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카카오 별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4% 줄었고, 신성장 사업의 영업적자가 61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폭이 167억 원 확대됐다"며 "카카오 별도 부문과 신성장 사업을 제외한 모든 사업의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43% 감소해 게임, 엔터테인먼트, 모빌리티 영업이익이 개선됐음에도 전사 실적 둔화를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분석했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SM엔터 연결 편입 외엔 성장성 한계가 부각되고 있다"며 "해외 진출이나 새로운 플랫폼·서비스 없이는 광고 및 커머스 부문 성장이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카카오 목표가를 기존 6만 원에서 5만6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10월 물러난 남궁훈 전 카카오 대표(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 상근 고문)가 올해 상반기 96억 원 넘는 보수를 받은 것도 악재가 되고 있다. 카카오가 8월 14일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남궁 전 대표는 올해 상반기 총 96억8300만 원 보수를 받았는데 그중 94억3200만 원이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23만7754주를 행사해 얻은 차익이다.

원칙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뒷말이 나오는 이유는 남궁 전 대표가 지난해 3월 취임하면서 "카카오 주가가 15만 원이 될 때까지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의 재임 기간 카카오 주가는 약 46% 떨어져 월급은 191만4440만 원만 지급됐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카카오 먹통'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그가 상근 고문으로 복귀한 후 급여와 스톡옵션 행사로 거액을 챙긴 것이다. 카카오가 계열사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로 논란을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1년 11월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등이 회사가 상장되고 한 달 만에 스톡옵션을 행사하며 주식을 대량 매도해 주가가 급락했다. 당시 류 대표는 469억 원을 현금화했다. 이때 급락한 카카오페이 주가가 현재까지 회복되지 않고 있다.

노조 측이 문제 삼은 부분에는 이 일도 포함된다. 박성의 홍보부장은 "퇴사했던 분이 고문으로 돌아와 스톡옵션으로 100억 원을 가져가는 등 구조적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며 "문제가 생기면 다 같이 책임을 져야 하는데, 경영진은 의사 결정만 하고 책임은 직원들만 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카오의 위기는 계열사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은 카카오뱅크는 상반기 호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주가 반등 기회를 잡기는커녕 되레 매도 리포트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카카오뱅크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2482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52% 증가했다. 2분기 기준 영업이익은 1118억 원, 당기순이익은 820억 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50.3%, 43.9% 증가했다.

상장 계열사 주가 줄줄이 하락

카카오를 비롯한 카카오게임즈,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왼쪽부터) 등 4개 상장사 모두 주가 하락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료 | 삼성증권]
그럼에도 카카오뱅크 또한 주가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2021년 8월 상장된 카카오뱅크는 공모 당시 청약경쟁률 181.1 대 1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상장 직후 공모가(3만 9000원)보다 37.7% 오른 5만4700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6만9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단숨에 시가총액 33조 원을 넘긴 카카오뱅크는 KB금융을 넘어 금융 대장주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상장 직후 고점을 찍은 주가는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임원진과 기관투자자들이 상장 후 시간외매매(블록딜)에 나서면서 비난 여론이 형성됐고 투자심리도 위축됐다. 지난해 10월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이후에는 투자심리가 아예 얼어붙어 52주 신저가(1만5800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증권가 전망도 엇갈린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택담보대출 대상 확대, 전세대출 한도 상향, 대환대출 플랫폼 장악력 등 여신을 키우기 위한 재료는 충분하다"며 카카오뱅크를 업종 내 최선호주로 제시했다. 반면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괄목할 만한 대출 성장을 나타냈지만, 성장 주동력이 담보대출이라는 점에서 마진 희석을 고려해야 한다"며 매도 의견을 제시했다.

상장 이후 9분기 연속 적자를 지속해 흑자 전환에 실패한 카카오페이에 대해서는 암울한 전망 일색이다. 카카오페이도 상장 초기 카카오뱅크 못지않은 기대를 모았다. 2021년 11월 상장된 카카오페이는 공모가(9만 원) 대비 2배 오른 18만 원에 시초가를 형성했다. 첫날 공모가 대비 114.4% 오른 19만3000원에 장을 마감한 카카오페이는 단숨에 시총 25조1609억 원으로 코스피 시총 1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상장 직후 고점을 찍은 주가는 임원진의 스톡옵션 행사 사실 등이 알려지며 하락하기 시작했다. 현 주가는 8월 16일 종가 기준 4만5650원이다.

카카오페이는 상반기 순손실 86억 원, 영업손실 256억 원을 기록했다. 2분기 매출액은 1489억 원으로 전년 동기(1341억 원) 대비 11%, 직전 분기(1415억 원) 대비 5.2% 늘었지만 순손실 62억 원, 영업손실 126억 원으로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영업이익률이 2021년 이후 줄곧 -10% 전후에서 개선되지 않고 있고 금융사업부 매출 규모 또한 2021년 대비 유의미한 성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카오게임즈 주가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원인은 실적 부진이다. 카카오게임즈 2분기 매출액은 2711억 원, 영업이익은 265억 원, 순이익은 8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98%, 67%, 86.5% 감소했다. 이는 상장 당시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2배로 결정된 뒤 상한가까지 오르는 것)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모습과 비교된다. 2020년 9월 코스닥에 상장된 카카오게임즈는 상장 당일 시총 4조5680억 원으로 셀트리온제약을 제치고 단숨에 시총 5위가 됐다.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것은 지난해 초부터다. 2021년 4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크게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 점이 원인이었다. 특히 카카오게임즈 실적을 견인하던 '오딘'의 부진이 주가를 더욱 끌어내렸다. 카카오게임즈는 2021년 11월 11만6000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연일 하락했다. 현 주가는 8월 16일 종가 기준 2만8850원이다.

2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을 크게 벗어나자 증권사들도 목표주가를 일제히 내렸다. 대신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은 카카오게임즈에 대한 투자 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신작의 흥행 비율이 낮고 이익 기여도 역시 부진한 점을 고려하면 시장 기대를 상회하는 대작을 공개하기 전까지 주가 우상향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10월 자체 한국어 특화 초거대 AI 모델 공개

최근에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위기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는 최근 유튜브의 MAU(월간활성사용자수)가 4115만7718명으로 카카오(4155만8838명)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020년 5월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역대 월간 최소 격차다. 이에 카카오톡도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했다. 메신저 본연의 기능인 '소통'과 함께 커머스(상거래) 기능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앞으로 쇼핑탭 개편을 통해 개인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초거대 AI(인공지능) 모델과 카카오톡 비즈니스 서비스의 연계도 계획 중이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8월 초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카카오톡과 AI의 접목은 비즈니스 영역에서 진행될 것"이라며 "그동안 비즈니스 파트너들이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해왔지만, AI와 접목으로 수많은 사용자에게 개인화된 메시지 전달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10월 자체 한국어 특화 초거대 AI 모델을 업그레이드한 'Ko(코)GPT 2.0'을 공개한다. 대규모 B2B(기업 간 거래) 사업보다는 분야별 맞춤형 서비스에 먼저 집중하는 게 특징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비용 효율성을 따져 파라미터(매개변수) 크기가 각각 다른 AI 모델을 활용할 것"이라며 "특정 분야에 맞게 설계된 버티컬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는 그중 먼저 경량형 AI 모델을 카카오톡에 적용해 챗봇형 서비스를 선보일 전망이다. 카카오의 사업 계획에 대해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AI 사업 일정을 제시한 네이버에 비해 카카오는 아직 AI 사업에 대한 뚜렷한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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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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