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 中부동산? 무슨 상관이야”... 2차전지·초전도체 이어 맥신에 달려든 테마 개미들
증권업계는 화제주 쏠림에 ‘돈맥경화’ 우려
2차전지로 시작해 초전도체로 이어진 테마주 열풍은 맥신으로 옮겨붙었다. 금융당국은 테마주 과열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개의치 않고 있다. 증권업계는 특정 종목에만 수급이 쏠리면서 시장 전반에 자금이 말라붙는 ‘돈맥경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미 조짐은 보이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이나 중국의 부동산 경기 악화 등 시장 환경은 고려하지 않고 그날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종목을 발굴해 함께 뛰어드는 패턴이 발견되고 있다.
지난 18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5.35포인트(0.61%) 내린 2504.50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8.72포인트(0.98%) 밀린 877.32에 장을 마감했다.
증시가 약세를 보인 날이지만, 개인의 관심은 ‘지수’가 아니었다. 지난 18일 증시에서는 ‘맥신’ 관련주가 일제히 상한가를 기록했다. 코닉오토메이션과 휴비스가 나란히 상한가에 올랐다. 코닉오토메이션은 맥신 나노기술로 세탁할 수 있는 투명 플렉시블 유기 발광 다이오드(OLED)를 개발한 최경철 카이스트 교수가 사외이사로 등재돼 있어 관련주로 분류됐다. 휴비스는 맥신 관련 고분자나 노복합체 및 제조 방법에 대한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나인테크, 경동인베스트도 각각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 종목들은 21일 장 초반에도 나란히 급등 중이다.
맥신은 높은 전기전도성을 갖추고 여러 금속화합물과 조합할 수 있는 2차원 나노 물질이다. 지금까지 맥신을 만들어 낼 때 일정한 품질을 유지할 방법이 없어 대량 생산이 어려웠는데, 지난 17일 한국과학기술원(KIST·카이스트)에서 분자 분포 예측 방법을 개발했다고 발표하면서 맥신을 대량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되며 투자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날 단기 과열에 따른 투자 경고 종목으로 지정된 일부 초전도체 테마주는 하한가를 기록했다. 연일 상한가에 올랐던 덕성과 파워로직스는 이날 거래 정지가 풀리자마자 각각 29.98%, 29.95 급락했다. 지난 16일 덕성과 파워로직스는 주가가 2일간 40% 이상 급등하자 1일간 거래가 정지된 바 있다. 앞서 덕성은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후 14일과 16일에도 2거래일 연속 상한가에 올랐고, 파워로직스도 지난 11~16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지난 한 달 동안 초전도체는 작은 호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급등락을 반복했다. 이달 8일 미국 메릴랜드대 응집물리이론센터(CMTC)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다”라는 글을 게시하자 관련주는 일시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초전도체의 실체에 대한 논란이 시작되자 서남과 덕성 주가는 하루 만에 각각 29.98%, 29.41% 빠졌다.
테마주는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기업 가치나 성장성을 따지지 않고 무작정 투자하는 ‘묻지마 투자’인 경우가 많다. LK-99 실체 논란에 주가가 급등락한 초전도체 관련주가 대표적인 테마주다. 최근 초전도체 상승세가 주춤하자, 투자자들은 새로운 테마주인 맥신으로 눈길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테마주 열풍’이 계속되자 당국은 테마주 단속에 칼을 빼 들었다. 지난 17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자본시장 관련 간담회를 개최하면서 테마주 과열 현상에 대한 대책을 발표했다. 김 부위원장은 “하반기 과도한 테마주 쏠림 현상을 단속할 것”이라며 “테마주에 대한 정확한 사실이 제공될 수 있도록 공시제도를 개선하고, 모니터링과 단속을 강화하겠다”라고 말했다.
테마주 장세가 이어지면, ‘돈맥경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정 테마주에만 자금이 쏠리면 국내 우량주에는 매수세가 유입되지 않아 증시 전반에 자금이 마른다는 이유에서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국내 증시 시장의 특징은 테마주에 자금이 몰리는 강력한 쏠림 현상”이라며 “증권 시장이 약세일 때 쏠림 현상이 강화되면 개인 투자자들이 매수한 종목은 부담이 되기 마련”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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