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12시간 근무’ 골프장 캐디…“기절·화상이 일상”
[앵커]
입추가 지났지만, 폭염특보는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더운데, 한낮에 땡볕 아래에서 일해야하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골프장 캐디들입니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캐디들의 근무 환경은 폭염 노동자 중에서도 특히 열악한 상황입니다.
이유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날, 골프장에선 한낮에도 라운딩이 이어집니다.
모자를 눌러쓴 채 분주히 오가는 여성, 캐디입니다.
해가 일찍 뜨는 여름철엔 예약 고객이 늘어 캐디도 하루 두 라운드, 12시간 근무가 기본입니다.
[골프장 캐디 : "폭염에는 일주일에 투 라운드를 한 네다섯 번 했던 것 같아요. 투투투, 원, 투투 뭐 이런 식으로."]
이들의 '노동 환경'은 어떨까.
열화상 카메라로 훑어본 골프장 필드 위는 온통 붉은색, 35도에서 40도를 오갑니다.
지열까지 더해지면 체감 온도는 더 올라갑니다.
지금 이곳의 바닥 온도는 섭씨 44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폭염특보가 발효된 중이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계속 일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폭염을 견디며 일하던 캐디 조 모 씨는 이달 초 골프장에서 쓰러졌습니다.
이미 온열 질환 증세가 있었지만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조 모 씨/20년 차 캐디 : "잠깐 3~4분 동안 졸도한 것 같아요. 안과에선 시신경이 손상이 많이 돼 있대요. 너무 뜨겁게 자외선에 노출되어 있어 가지고…"]
땡볕과 지열에 화상을 입는 경우도 많습니다.
[송현진/25년 차 캐디 : "계속 며칠을 (햇볕을) 쬐면서 다녔는데 갑자기 얼굴이 빨갛게 부어오르기 시작하면서 열이 나더라고요."]
폭염 노출 노동자에겐 휴식 시간 등을 보장하라는 게 산업안전보건규칙.
하지만 권고 규정이어서 인력 사정 등을 이유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주영/전국여성노조 상록CC 분회장 : "40분 근무하고 10분을 쉰다거나 그런 권고 사항이 있는데, 저희는 근무 환경상 그렇게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지난달 충남의 한 골프장에서는 40대 캐디가 폭염 속에서 일하다 쓰러져 보름여 만에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늘막과 얼음팩, 캐디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폭염 안전 장치입니다.
KBS 뉴스 이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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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민 기자 (toyou@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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