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시환보단 페디? "MVP는 투수 유리" 팔불출의 자신감…최초에 도전한다 [잠실포커스]
[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2007년 다니엘 리오스, 2016년 더스틴 니퍼트, 2019년 조시 린드블럼, 2021년 아리엘 미란다.
KBO리그에서 시즌 MVP를 차지한 외인 투수들의 이름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모두 두산 베어스 소속으로 이뤄낸 영광이다.
NC 다이노스 에릭 페디가 사상 첫 두산 아닌 외인 투수 MVP에 도전한다.
2015년 에릭 테임즈(NC) 이후 KBO 시즌 MVP 수상자는 국내 선수(3명)보다 외인(5명)이 더 많다. 2010년대 들어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을 비롯한 세부 기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팀내 1~2선발, 중심타자를 도맡는 외인 선수의 가치가 한층 선명해진 덕분이다. 각종 시상식에서 외인이 경시되는 풍조도 줄어든 모양새.
역대 외인 투수 MVP는 모두 두산 소속이란 점도 흥미롭다. 하지만 NC는 테임즈를 통해 지금의 외인 강세를 이끌어낸 팀이기도 하다.
최고의 영광을 향한 도전이 쉽지만은 않다. 중반까지만 해도 사실상 결정된 듯 보였던 페디의 MVP 전선에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났다. 한화 이글스 노시환이다.
올시즌 페디는 21경기에 선발등판, 125⅓이닝을 소화하며 15승5패 평균자책점 2.01의 눈부신 성적을 거두고 있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만 14번째다. 다승과 평균자책점은 1위, 탈삼진(139개)은 안우진(160개)에 이어 2위다.
하지만 8월 들어 가시밭길이다. 2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데뷔 최소 이닝(4이닝) 최다실점(5자책)으로 무너졌다. 8일 SSG 랜더스전 7이닝 무실점으로 회복하는 듯 했지만, 이후 13일 KT 위즈전(5이닝 1자책) 19일 두산전(6이닝 2자책)에선 호투하고도 모두 패전투수가 됐다.
반면 노시환의 페이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8월에만 8개의 홈런을 쳤다. 거포의 3요소인 홈런(29개) 타점(85개) 장타율(5할7푼7리) OPS(출루율+장타율)에서 모두 1위다. 어느덧 타율도 3할(3할4리)을 넘어섰다.
20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강인권 NC 감독은 시즌 MVP의 향방을 묻는 질문에 "타자와 투수는 기준이 좀 다르지 않나. 아무래도 투수 쪽에 좀더 유리하지 않을까"라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워낙 경이적인 승리 행진을 해온 덕에 아직 정규시즌이 40경기 넘게 남아있다. 잔여경기 일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페디는 10경기 정도 더 선발등판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 감독은 "몇 경기 주춤하긴 했는데, 후반 가서 중요한 상황이 되면 4일 휴식으로 등판할 수도 있다"면서 "남은 시즌에 5승은 더 올릴 수 있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레 기대감을 담아 전망했다. 단순히 자팀 선수에 대한 지지가 아닌 명백한 가능성이다.
경기 외적인 요소에도 시선이 쏠린다. 노시환은 항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대표팀은 9월 하순 소집, 10월 초순까지 아시안게임 일정을 소화한다. 10경기 이상 결장이 유력하다.
과거처럼 절대적이진 않지만, 은연 중에 존재하는 외인, 그리고 가을야구 탈락팀에 대한 디스카운트도 관건이다.
남은 시즌에 20승을 달성하고, 만약 평균자책점까지 다시 1점대로 끌어내릴 수 있다면 페디의 수상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불안감도 적지 않다. 시즌 초보다는 컨디션이 다소 떨어졌다.
강 감독은 "체인지업 감각을 되찾는 게 관건이다. 스스로 불안감을 느끼다보니 체인지업 비중이 떨어지고, 스위퍼 의존도가 너무 높아졌다"면서 "(스위퍼에)타자들이 시야적으로 적응했기 때문에 투구수도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날 경기에 대해서는 "결국 빗맞은 안타가 결승타가 됐을 뿐"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는 "페디의 마음가짐은 여전히 단단하다"면서도 "초반에는 페디가 나가는 날 우리팀 득점력이 좋았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며 타자들의 분발을 강조했다.
잠실=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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