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월드컵 폐막③]빛바랜 독일전 투혼…WK리그 발전 급선무
독일전 무승부 불구 국내 리그 활성화 숙제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에서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한국은 2019년 프랑스 대회에 이어 2연속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아쉬운 결과를 남겼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여자 축구대표팀은 지난달 25일 호주 시드니풋볼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롬비아와의 대회 H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전반에만 2골을 내주며 0-2로 패했다.
선수들은 경합이나 몸싸움에서 도전적인 플레이를 이어갔지만 반칙이 많았다. 계속된 반칙은 부담으로 돌아왔다. 반칙으로 프리킥을 거듭 내준 것이 실점 빌미가 됐다.
전반 29분 선제골을 허용했다. 마누엘라 바네가스가 오른쪽 측면에서 슛한 공이 페널티 박스 안에 있던 심서연의 오른팔에 맞았다. 페널티킥 키커로 나선 카탈리나 우스메가 왼쪽 하단으로 가볍게 밀어 넣었다.
한국은 후반에만 공격수 4명을 투입하며 추격 의지를 불태웠다. 후반 33분 최유리 대신 교체 투입된 케이시 유진 페어는 A매치 데뷔전을 치렀고 여자 월드컵 역대 최연소 출전 기록(16세 26일)을 세웠다.
계속된 공격에도 콜롬비아의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더 이상 득점은 나오지 않았고 경기는 한국의 0-2 패배로 종료됐다.
한국은 2차전 모로코전에서도 패했다. 한국은 30일 호주 애들레이드 힌드마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모로코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이른 시간 선제골을 내주며 0-1로 졌다.
한국은 이른 시간 모로코에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전반 6분 오른쪽 측면 아이트 엘하지의 크로스를 받은 이브티삼 즈라이디가 가까운 포스트에서 쇄도하며 다이빙 헤더로 골망을 갈랐다.
전반을 0-1로 마친 벨 감독은 추효주와 손화연을 빼고 공격수 최유리와 문미라를 넣었다. 더불어 포메이션을 3-5-2에서 4-3-3로 바꾸며 승부수를 띄웠다. 이후 전은하와 케이시 유진 페어까지 투입하며 공격 숫자를 늘렸지만 골은 나오지 않았다. 후반 42분 전은하가 올려준 공을 케이시가 잡아 몸을 돌리며 슛을 시도했지만 빗나갔다.
모로코는 선제 득점 후 수비라인을 내린 상태로 역습을 시도하는 전략을 택했다. 모로코는 위험지역까지 한국 선수들이 도달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문전에서 유효슈팅을 허용하지 않았다. 더 이상 득점은 나오지 않았고 한국의 0-1 패배로 경기가 종료됐다.
이번 대회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은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독일과 무승부를 거뒀다. 한국은 지난 3일 호주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독일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1-1로 비겼다.
한국의 선제골이자 이번 대회 첫 골은 전반 6분 만에 나왔다. 조소현이 이영주의 침투패스를 받아 골키퍼 일대일 기회에서 침착하게 오른발 슛을 성공시켰다. 이번 대회 첫 득점이자 여자월드컵 사상 한국의 첫 선제골이었다.
16강행을 위해 승점이 필요했던 독일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전반 42분 알렉산드라 포프가 헤더골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득점 없이 경기는 1-1로 끝났다.
한국은 독일전에서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다. 한국은 여자월드컵 참가 사상 13경기 만에 첫 선제골을 넣었다. 전반 5분2초에 나온 조소현의 득점은 한국의 역대 남녀 월드컵 사상 최단 시간 득점이다. 기존 기록은 2010 남아공 월드컵 그리스전에서 이정수가 기록한 전반 7분(6분 13초)이다.
아울러 조소현은 한국 선수 남녀 통틀어 역대 월드컵 최고령 득점(35세 40일)을 기록했다. 기존 최고령 득점 기록은 황선홍의 2002 월드컵 폴란드전 골로서 당시 나이는 33세 325일이었다. 더불어 조소현은 한국 여자 선수로는 유일하게 월드컵 통산 2득점을 기록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케이시 페어는 독일전에 선발 출전하면서 한국 선수 남녀 통틀어 역대 월드컵 최연소 선발 출전(16세 35일) 기록을 세웠다. 기존 최연소 선발 출전 기록은 박은선의 2003 미국 여자월드컵 브라질전 선발 출전으로 당시 나이는 16세 221일이었다. 남자 최연소 선발 출전 기록은 고종수의 1998 프랑스 월드컵 멕시코전 선발 출전으로 당시 나이는 19세 226일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전반적인 경기력에서 부족함을 절감했다. 강한 압박과 빠른 속도 속에 정교한 기술을 추구하는 현대 축구에 근접하지 못했다. 선수 개개인의 실력 역시 세계 수준과 거리가 있었다.
선수들의 컨디션과 경기력을 관리하는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 벨 감독은 이번 대회 전에 고강도 체력 훈련을 실시했는데 이것이 평균 연령이 높은 한국 선수단에 부담이 됐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WK리그에서 뛰는 대표 선수들은 여자월드컵 전까지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그런데도 대표팀 소집 후에는 월드컵 직전까지 고강도 훈련이 이어졌다. 현지에서 임선주 등 부상자가 발생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3차전인 독일전에서야 선수들의 몸놀림이 가벼워진 것도 주목해야 한다. 장기전을 준비하는 우승 후보라면 이 같은 컨디션 조절이 효과가 있겠지만 조별리그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토너먼트를 겨냥한 컨디션 관리는 무리수인 측면이 없지 않았다.
WK리그의 수준을 높이는 것도 급선무다. WK리그에 재능 있는 어린 선수들을 확보하고 기량을 향상시켜야 한다. 벨 감독은 이번 대회 도중 "한국 여자 축구는 근본적인 문제부터 뜯어 고쳐야 한다"며 세계 수준과는 격차가 있음을 지적했다.
이번 대회 우승팀 스페인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페인은 2015년 여자월드컵 당시 조별예선에서 한국에 1-2로 져 16강 진출에 실패했던 팀이다. 스페인은 2011년 대회까지 여자월드컵 본선에도 진출하지 못할 정도로 약체였다. 스페인은 2021년부터 여자리그(리가 F)를 완전 프로화하며 국제 경쟁력을 키워왔고 스타 선수들을 발굴해 성장시켰다. 그 결실은 이번 대회 우승이었다.
한국 역시 스페인처럼 리그 환경을 개선하고 선수층을 두텁게 함으로써 국내 리그 수준을 끌어올려야 다음 여자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재도전할 수 있을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혜경 벌금형 선고에…이재명 "아쉽다" 민주 "검찰 비뚤어진 잣대"
- '마약 투약 의혹' 김나정 누구? 아나운서 출신 미스맥심 우승자
- "김병만 전처, 사망보험 20개 들어…수익자도 본인과 입양딸" 뒤늦게 확인
- "패도 돼?"…여대 학생회에 댓글 단 주짓수 선수 결국 사과
- [단독]'김건희 친분' 명예훼손 소송 배우 이영애, 법원 화해 권고 거부
- "월급 갖다주며 평생 모은 4억, 주식으로 날린 아내…이혼해야 할까요"
- 배우 송재림, 오늘 발인…'해품달'·'우결' 남기고 영면
- 이시언 "박나래 만취해 상의 탈의…배꼽까지 보여"
- '살해, 시신 훼손·유기' 軍장교, 38세 양광준…머그샷 공개
- '성폭행범' 고영욱, 이상민 저격 "내 명의로 대출받고 연장 안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