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누비는 '눈 달린 지게차'...중대재해 막는 신기술 떴다

류준영 기자 2023. 8. 2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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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마켓-①]ETRI 강현철 박사팀, AIoT 기반 지게차 작업자 위험상황 감지 기술 개발
[편집자주] '테크마켓'(Tech Market)은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대학 실험실 등에서 연구개발한 첨단기술과 이를 이전받아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려는 민간기업을 잇는 기획 코너입니다. △핵심 기술 내용과 개발 배경 △목표 고객 △관련 시장규모 및 전망 등을 알기 쉽게 다룹니다.


지게차는 물류창고, 제조공장, 건설현장, 항만 등에서 쓰는 필수 운송장비다. 지게차는 속도가 빠르지 않고 작업도 단순하지만 구조상이나 화물 적재 시 시야 사각지대가 발생해 주행 중 보행자와 충돌할 위험이 크다.

고용노동부의 최근 3년간(2020~2022년) 전체 사업장 사망사고 통계를 보면 사망 노동자 10명 중 1명(2583명, 9.1%)은 부딪힘 사고로 사망했다, 특히 이중 236명은 지게차, 굴착기와 같은 차량·기계에 부딪혀 사망한 것이다.

이제껏 지게차 충돌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장치 개발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초음파, RFID(전자태그) 등에 기반한 다양한 제품이 나왔지만 작업자가 거추장스러운 별도의 하드웨어 장비를 착용해야 하는 등 번거로움이 따르면서 현장에서 외면 당했다. 업계에 따르면 여태껏 산업현장에 적용된 지게차 충돌 사고 관련 안전장치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최근 AIoT(인공지능 사물인터넷) 기반으로 지게차와 작업자간 충돌 상황을 예측하고 위험상황을 모니터링해 작업자의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기술(영상기반 지게차 위험상황 감지 AI서비스 기술)을 선보여 주목을 이끈다.

전복된 진동롤러차량/자료사진=뉴스1
AIoT로 지게차·굴삭기 등 중장비 안전 'OK'
이번 기술은 지게차에 부착한 카메라뿐만 아니라 작업 현장 곳곳에 배치된 폐쇄형 카메라(CCTV)에서 감지한 정보도 함께 다뤄 작업중 예상되는 위험 및 사고 요소를 선제적으로 예측한다.

기술 타입·구성에 따라 '지게차 부착형'과 'CCTV 기반 원격 관제형'으로 나뉜다. 먼저 지게차 부착형은 주로 지게차 전후방에 부착된 AIoT 기반 기기를 이용해 작업자 간 충돌 위험 상황을 예측·감지한다. CCTV 기반 원격 관제형은 현장 내 벽면에 부착된 카메라를 이용해 지게차와 작업자간 충돌 위험상황을 예측·감지하는 방식이다.

이번 기술 개발을 주도한 강현철 ETRI 지능·제조융합연구실 책임연구원은 "AI(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지게차와 작업자의 위치, 움직임 정보를 공간 정보와 연계·분석해 충돌 위험성을 판단하는 원리"라며 "작업자의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 벌어지면 그 즉시 "오른쪽으로 이동하지 마십시오. 수미터 근방에 지게차 접근 중"이라고 위험 상황을 자동으로 작업자에게 전달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AI의 관찰·분석 과정을 데이터화해 클라우드로 모아 'AI 모델'을 만들었다. 이는 지게차뿐만 아니라 영상분석을 통한 충돌 위험상황 경고 시스템이 필요한 굴삭기, 롤러 차량 등을 다루는 현장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다.

이번 기술은 지게차에 부착하기 쉽고 비용도 많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강 책임연구원은 "예컨대 지게차 부착형 타입 기기는 경량형으로 설계된데다 기존 초음파·모션센서, 레이저 안전선 등의 부품보다 저렴해 어떤 작업장에서든 부담없이 설치·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TRI '영상기반 지게차 위험상황 감지 AI서비스 기술'은 다양한 제조 및 산업, 건설 현장 장비에 적용할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대재해 수요 높아...시장진입 서둘러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데이터분석본부 김은선 본부장/사진=KISTI
전문가들은 이번 기술에 대해 "현장 안전을 담보한다는 측면에서 정책적 중요성을 가진 기술"이라고 판단했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 따르면 산업재해 발생률이 높은 건설·제조업 분야는 AI 카메라, 건설장비 접근 경보 시스템 등의 안전장치를 개발 적용하고, 안전 확보를 위한 CCTV 설치가 의무화됐다. 따라서 향후 지게차 안전감지 기술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기술 이전 사업화 및 상용화 관련 공인평가기관인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데이터분석본부 김은선 본부장은 "물류 현장의 스마트화로 무인(無人)지게차 사용에 대한 안전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번 기술은 운전자 개입 없이 미리 설계된 알고리즘에 따라 운용되는 형태로 효율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또 "ETRI의 신기술은 고용노동부에서 주관하는 '스마트 안전장비 보급 사업'의 신규 지원품목에 적용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다만 기술적 측면의 진입장벽이 높다고 보기 어려워 빠른 시장진입과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열린 '국제안전보건전시회'에서 SK텔레콤이 'AI를 활용한 지게차 충돌방지시스템'(SK텔레콤), 에코테크가 '전후방 영상장치와 보행자 탐지 AI 기술을 활용한 지게차 충돌방지시스템'을 출품하는 등 AI·영상기술을 활용한 지게차 안전기술들이 이제 막 나오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시장을 선점하고 기술을 고도화하는 투자와 노력이 요구된다"고 부연했다.

한편, 산업안전 위험감지 센싱 기술 시장은 스마트팩토리로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성장하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엔마켓(MarketsandMarkets)이 발간한 '산업안전 위험감지 센싱 기술의 세계 시장 규모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규모는 2020년 16억 달러(약 2조원)에서 연평균 5.7%로 성장해 2027년 23.7억 달러(약 3조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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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j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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