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유일 ‘日 핸드볼 리거’ 정지인, “다부지고 ‘깡’이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같은 라이트백이자 왼손잡이인 류은희가 롤모델
이번 2024 파리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일본 히로시마)에 나서는 여자핸드볼 대표팀엔 ‘2000년대생’이 세 명이 있다. 2004년생 센터백 김민서(삼척시청), 2001년생 센터백 우빛나(서울시청), 그리고 2000년생 라이트백 정지인(일본 오므론)이다.
이 중 유일하게 다른 포지션에서 뛰는 정지인은 큰 키(180cm)에서 뿜어져 나오는 쾌속 슈팅이 일품이다. 라이트백은 패스를 주고받다가 직접 슈팅을 해야 할 때가 유독 많다. 그래서 먼 거리에서 쏘는 이른바 ‘외곽포’ 능력도 중요하다. 긴 팔을 이용한 기습적인 중거리포가 주무기인 정지인은 대표팀의 왼손 공격수 계보를 이을 대형 재목으로 꼽힌다.
20일 훈련 뒤 만난 정지인은 “시원시원한 중거리슛을 아직 많이 못 보여드렸다”고 자세를 낮추며 “제가 만족할 수 있는 중거리슛이란 공을 (골대) 코너에 꽂아 넣는 등 골키퍼가 아예 (공을) 따라가지 못해 손을 쓸 수 없는 슈팅”이라고 정의했다.
부산 출신으로 재송초 4학년 때 핸드볼을 시작한 정지인은 부산백양고 시절부터 주목 받았다. 중3 때 이미 현재 키에 이른 그는 2017년 8월 열린 아시아 여자 청소년(17세 이하) 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의 7연패(連霸)를 이끌었다. 이후 강재원 감독이 이끄는 성인 대표팀에도 선발돼 일찍이 세계선수권에도 출전했다.
그러나 고교 후 바로 국내 실업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하기 보단 한국체대 진학을 택했다. 아직은 실업 리그에서 활약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스스로 진단했기 때문이다. 키는 컸지만 몸무게는 50kg대에 머무르는 등 근육량이 부족해 슈팅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국체대에서 정지인은 실력을 갈고 닦았다. 꾸준히 대표팀의 부름도 받았다. 4학년이던 지난해엔 안방에서 열린 아시아 여자핸드볼 선수권대회 6연패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할 즈음에 정지인은 또 다른 도전을 선택했다. 바로 일본 리그 진출. 올해 1월 구마모토현에 연고를 둔 일본 오므론에 대학 동기 손민경과 함께 입단했다. 오므론은 2022-2023시즌에 11팀 중 2위를 한 명문팀.
대표팀의 유일한 ‘일본 리거’인 정지인은 “일본은 (한국과) 같은 아시아권인데도 핸드볼 스타일이 다르다. 그래서 이런 스타일을 배우고 경험해보고 싶었다”면서 “여태껏 한국에서만 생활해 변화랑 신선한 도전도 필요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약 7개월간의 일본 생활에 대해선 “듣는 것은 이제 제법 잘 하는데, 아직 의사 전달 능력이 부족하다”고 인정하면서도 “동기(손민경)가 있어서 그래도 더 적응하기 쉬웠다”고 말했다.
앞서 오므론에서 뛰었던 대표팀 주장 이미경(32·부산시설공단)은 정지인에게 “(오므론에서) 네가 가장 잘하는 걸 하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자신이 제일 잘하는 것은 무엇일까. 정지인은 이를 “멀리서 득점해주고, 피봇과 연결해서 득점 기회를 마련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총 5개국(한국·일본·중국·카자흐스탄·인도)이 출전해 풀 리그로 순위를 정하는 이번 파리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에서 현재 한국은 인도(53대14 승)와 중국(33대20 승)을 상대로 2승을 거뒀다. 정지인은 인도전에선 7골로 신은주(30·인천광역시청·9골)에 이어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골을 넣었고, 중국전에선 2골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선수들에겐 누구나 ‘선수들의 선수’가 있다. 정지인은 대표팀 간판이자 같은 포지션 선배이기도 한 류은희(33·헝가리 교리)가 롤모델이다. 외국 선수들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힘과 순간적인 속도에서 나오는 폭발력 등 ‘류은희 핸드볼’의 모든 점을 닮고 싶다고 한다.
다만 ‘차세대 류은희’가 되기 위해선 근육량을 늘리고 몸집을 불려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정지인은 류은희(181cm·76kg)와 키는 비슷하지만, 몸무게(58kg)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 이는 힘의 차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는 “제가 키는 있는데, 그것에 비해 힘이 약하다”고 인정하며 “그래서 웨이트 트레이닝도 열심히 하고, 밥도 많이 먹고 있다. 살이 안찌는 체질이라 좀 힘들긴 하다. (케이크, 아이스크림 등) 단 음식도 안 좋아해서 더 그런 것 같다”고 웃었다.
대표팀은 카자흐스탄(21일) 및 일본(23일)과 예선전 두 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이 두 경기에서 이기면 파리 올림픽 본선 무대 진출권을 확보한다. 그렇게 되면 전 세계 남녀 핸드볼 최초로 올림픽 본선 11회 연속 진출이라는 위업을 이룰 수 있다.
남은 경기에서 정지인은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것을 시도해보고 싶다고 한다. “제가 좀 숫기가 없고 내향적이거든요. 그래서 다부지고 ‘깡’이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득점한 뒤 자신감 넘치는 그런 세리머니를 꼭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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