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가미 4계절’로 설명 안되는 ‘이상 기후’ 국내 증시…G2發 토네이도 넘을까 [투자360]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국내 증시에도 ‘이상 기후’ 위협이 현실화됐다. 금리·실적·주가 흐름을 토대로 증시의 순환성에 대해 설명했던 일본의 세계적 애널리스트 우라가미 구니오(浦上邦雄)의 ‘증시 4계절론’으로 국내 증시의 현재 상황을 설명할 수 없는 국면에 놓였기 때문이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따른 금리 인상 사이클의 종착점이 어딘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 주요 2개국(G2·미국과 중국)발(發) 경기 침체 리스크로 인한 금융·무역 수지 리스크 확대로 국내 증시의 불확실성은 극대화되는 모양새다. 전년 대비 ‘반 토막’ 난 상장사들의 상반기 영업이익이 당초 예상과 달리 하반기에도 반등 모멘텀을 맞이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드는 것도 국내 증시엔 큰 부담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코스피·코스닥 지수 상승률은 각각 -4.87%, -6.27%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약세를 보였다. 2차전지 관련주에 분 ‘투자 붐’과 상장사들의 하반기 실적 반등 기대감 등으로 7월 코스피 지수가 2.66%, 코스닥 지수가 7.80% 각각 상승했던 것에 비하면 짧은 시간 만에 분위기가 급변한 셈이다.
지난 18일 종가 기준 코스피 지수가 2,504.50포인트까지 내려앉은 가운데, 증권가에선 2,500 선이 붕괴할 가능성이 높단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중국의 경기 부진 염려 속에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확대된 영향이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략 2,400포인트 중후반(2,460~2,550포인트) 부근이 단기 저점일 수 있다”고 짚었다.
기업 실적이 예상보다 더 부진한 데다, 반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이란 점도 리스크다. 최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발표한 ‘유가증권시장 상반기 결산 실적’에 따르면 12월 결산 상장회사 615개사의 올해 상반기 누적 연결 영업이익은 53조1083억원으로 전년 동기(111조6807억원) 대비 52.45%나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이 2.28%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상황이 더 심각한 상황인 셈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감산에 나섰지만 예상보다 수요가 살지 않으며 업황 개선 시점이 지연되고 있고, 이에 따른 영업이익 반등 속도 느리다”며 “삼성전자의 빈자리를 현대차가 메우곤 있지만, 하반기 글로벌 수요 둔화 현실화로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전환)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경기 상황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강해지고 있지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긴축 선호)’적 시선이 약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도 증시엔 부담이다. 오는 24~26일(현지시간) 미국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미국 중립금리가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강한 경제지표로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며, 금리인하 시점도 연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증시 4계절론’의 잣대론 현재 국내 증시 상황을 읽을 수 없다고 말한다.
‘가을’에 해당하는 ‘역금융장세’로 설명하기엔 금리가 최고점이지만 실적이 ‘바닥’을 찍고 있는 데다, 주가 역시 본격적인 하락장으로 표현하기보단 ‘박스권’에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평가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여기에 주가·실적이 약세를 보이지만, 금리가 여전히 상승 사이클에 놓여있는 상황 탓에 ‘역실적장세(겨울)’로 표현하기도 부적절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동양인으로선 드물게 미국 월가(街)에서도 명성을 떨친 일본의 세계적 애널리스트 우라가미는 자신의 저서 ‘주식시장 흐름 읽는 법’에서 증시도 계절처럼 순환한다는 ‘증시 4계절론’을 설명한 바 있다. 금리와 기업 실적 사이 관계에 따라 ▷금융장세 ▷실적장세 ▷역(逆)금융장세 ▷역실적장세가 반복한다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이어졌던 고(高) 인플레이션과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진행됐던 강력한 통화 긴축 정책 등은 사실상 40~50여 년 만에 나타난 것”이라며 “증시는 물론 경제 구조를 설명하는 전형적인 패턴과 현재 상황이 크게 뒤틀려 있는 상황 속에 기존의 잣대로 현실을 평가하기엔 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국내 증시의 향방의 열쇠는 G2 경제가 쥐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증시 약세의 요인으로 미국 경제 지표의 호조와 중국 경제 지표의 ‘쇼크’가 지속되며 달러 강세, 위안화·원화 약세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며 “코스피 지수가 (지난 18일) 장중 2,480선까지 급락하는 등 여타 글로벌 증시보다 더 불안정한 흐름을 보였다”고 짚었다.
비구이위안의 디폴트, 작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7월 소매판매 증가율(2.5%), 중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에 대한 잇따른 하향 조정 등 중국 내에서 잇따라 발생 중인 리스크는 국내 증시엔 직격탄으로 날아오는 모양새다.
문제는 경기 지표가 좋은 미국의 상황 역시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이달 초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AA+’로 강등한 데 이어, 무디스가 7일 미국 중소은행 10곳의 신용등급을 하향했다.
변동성이 심화하자 안전자산인 달러와 채권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지난 17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42.0원에 거래를 마치며 한 달 사이 75.4원이나 급등했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극대화로 하반기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하고 있는 것도 국내 증시엔 부담이다. 증권정보업체 퀀트와이즈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사이 3분기 코스피 기업들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1.3% 감소했는데 글로벌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코스피 대형주의 전망치는 1.7% 줄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중국 부동산 이슈 등 경기 둔화 우려가 우리 증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면서 “반도체나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수출 업종과 철강, 화학 등 산업재 업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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