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 부활… ‘코빅’ 퇴출… ‘웃픈’ TV코미디
11월 3년만에 시즌2 편성
tvN의 ‘코미디빅리그’는
내달 막내려 ‘희비’교차해
유튜브에선 ‘숏박스’ 등 인기
공채 출신 젊은 개그맨들 활로
더이상 말장난·몸개그 안통해
하이퍼 리얼리즘 개그가 대세
KBS 2TV ‘개그콘서트’(개콘)가 오는 11월 시즌2로 돌아온다. 지난 2020년, 21년 역사에 마침표를 찍은 지 3년 만이다. 반면 12년간 명맥을 이어온 케이블채널 tvN ‘코미디빅리그’(코빅)는 오는 9월 막을 내린다.
“설 자리가 없다”던 개그맨들 입장에서는 희비가 교차할 수밖에 없다. 관건은 지속성이다. TV에서 유튜브, SNS 등으로 플랫폼의 주도권이 넘어간 상황 속에서 스탠딩 개그의 문법이 긴 생명력을 유지하려면 기존 ‘개콘’이나 ‘코빅’이 가진 틀 자체를 변화시켜야 한다.
2011년 론칭한 장수 예능인 ‘코빅’ 폐지에 대해 tvN 측은 “새로운 포맷·소재 개발을 위해 휴지기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즌제로 부활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하지만 익명을 요청한 ‘코빅’ 출연 개그맨은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말했다. 폐지에 앞서 두 차례 편성을 바꿨기 때문이다. 매주 일요일에 방송되던 ‘개콘’의 대항마로 같은 요일 장기간 편성되던 ‘코빅’은 토요일로 방송 시간대를 옮긴 데 이어 지난 7월부터는 수요일로 밀려났다. 그 결과 역대 최저 시청률인 0.9%를 기록했다. 이 개그맨은 “폐지를 위한 명분을 쌓는 과정 같았다”면서 “시청률이 하락하면 광고가 붙지 않고, 결국 수익이 나지 않는 프로그램은 퇴장할 수밖에 없다”고 아쉬워했다.
tvN의 모회사인 CJ ENM은 수익성 악화로 지난 10년 이래 최저 주가를 기록 중이다. 이 때문에 인적 쇄신을 비롯해 대대적인 개편에 돌입했다. ‘코빅’ 역시 사실상 CJ ENM의 체질 개선 과정에서 솎아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개콘’을 3년 만에 부활시킨 KBS의 속내에도 관심이 쏠린다. KBS는 ‘개콘’ 폐지 후 새로운 코미디 프로그램 ‘개승자’를 론칭했으나 불과 4개월 만에 막을 내린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최근 수신료 분리 징수 시행으로 긴축 재정에 돌입한 KBS가 비교적 제작비가 낮은 개그 프로그램을 부활시키는 동시에 공영방송으로서 명분을 쌓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KBS는 ‘개콘’ 외에 대하사극 ‘고려 거란 전쟁’을 준비하며 “정통 사극과 공개 코미디에 목말라 있던 시청자들의 갈증을 해소하고, 지상파에서 사라진 정통 사극과 공개 코미디의 명맥을 이으며 수신료의 가치를 실현해 갈 계획”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개콘2’ 론칭을 지켜보며 방송 관계자들은 “기존 콩트식 코미디는 통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과도한 설정과 눈요기식 분장 개그, 주입식 유행어 만들기는 한계에 봉착한 지 오래다. 그 돌파구는 아이러니하게도 ‘개콘’ 폐지 후 유튜브로 눈을 돌린 공채 출신 개그맨들이 제시했다. 이들이 주축이 된 코미디 유튜브 채널 ‘숏박스’(265만 명), ‘피식대학’(221만 명) 등은 콘텐츠당 수백 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코미디에 등 돌렸던 젊은 시청층까지 유입시키고 있다.
‘젊은 코미디’의 트렌드는 극사실주의다. ‘숏박스’는 장기 커플이나 현실 남매의 이야기를 디테일하게 그리며 공감을 산다. 쿠팡플레이 ‘SNL코리아’는 MZ세대가 회사의 주축이 된 ‘MZ 오피스’라는 코너에서 개성 강한 요즘 세대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묘사해 대중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개콘2’ 역시 기존 공채 개그맨 중심이 아니라 다양한 코미디를 보여줄 수 있는 ‘크루’를 모집하고 있다. 3년 전 막을 내린 ‘개콘’을 출발선으로 삼으면 안 된다는 자기반성의 결과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개그의 문법도 바뀌었다. 더 이상 캐릭터 중심 말장난 개그는 통하지 않는다”면서 “현실과 설정의 경계를 넘나드는 하이퍼 리얼리즘 개그가 통하는 시대다. 이런 흐름에 발맞춘 아이디어를 쏟아내야 다시금 코미디의 중심을 TV로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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