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LA 체류 클린스만, 8월 귀국 없다 "9월 유럽 바로 이동, 이강인 병역 의미 알지만…"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원격 업무 논란에 입을 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17일 대한축구협회 출입기자단과 화상 기자회견을 가졌다. 6월 A매치 이후 휴가 및 개인 일정으로 해외에 머물고 있어 불가피하게 비대면으로 9월 대표팀 운영 및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과의 선수 차출 협의에 대해 입장을 전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기자회견은 1시간 이상 길게 진행됐다. 평소에도 ESPN 및 분데스리가 앰버서더의 역할로 줌을 이용해 화상 인터뷰를 한다는 클린스만 감독은 원격 지휘 질문부터 시작된 최근 이슈에 허심탄회하게 답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에 거주하며 대표팀을 운영하겠다고 합의한 부임 조건을 지키지 않고 있다. 과거 독일 대표팀을 지도할 때도 미국에 거주하는 클린스만 감독이 자주 자리를 비워 논란이 상당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국내 상주 조건을 내걸었으나 클린스만 감독은 약속을 깼다.
지금도 미국 자택에서 머물고 있다. 8월 초 개인 자선사업을 위해 유럽으로 이동했던 클린스만 감독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김지수(브렌트포드)를 점검한 뒤 로스앤젤레스로 돌아갔다. 9월 A대표팀의 유럽 일정에 따라 국내에 들어오지 않고 바로 웨일스로 이동할 계획이다. 명단 발표도 보도자료로 대신할 전망이다.
'사이버 감독'이라는 불명예를 얻고 있다. 지금껏 A대표팀 사령탑은 국내에서 업무를 진행했다. 전임 파울루 벤투 감독은 코칭스태프 전원이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 인근인 일산에 거주하며 주말마다 K리그 현장을 돌았다. 클린스만 사단은 대체로 유럽에 나가있는 상황. 클린스만 감독조차 국내파 점검은 마이클 김 코치와 차두리 어드바이저에게 맡기고 있다.
잦은 외유와 관련해 클린스만 감독은 "일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 그에 따른 오해가 생긴 것 같다. '왜 감독이 한국에 없나'하고 의문을 던지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에 대해 탓할 생각은 없다"며 "더 큰 그림에서 생각한다. 마이클 김 코치, 차두리 어드바이저와 얼마나 많은 소통을 하는지 잘 모르실 것이다. 결코 쉬고 있는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어 "나는 워커홀릭이다. 한국 사람들도 일에 미쳐 있지만 나도 일을 많이 한다. 국제적 경향을 대표팀에 어떻게 받아들이고 적용할지 고민하고 있다. 상대팀 분석도 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황선홍호와 맞물린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차출 양보에 대해서는 "A대표팀 경기를 치르는 것이 우선이다. 개인적으로 9월 A매치를 소화하고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분명히 했다.
다음은 클린스만 감독 일문일답.
Q. 온라인 화상 기자회견을 가지는 배경.
"소집 기간에는 질문을 주고받을 시간이 한정적이다. 이런 기회를 가지고 싶었다. 앞으로도 A매치 사이에 자리를 만들고 싶다. 얼굴을 보고 나누는 이야기도 중요하나 많은 질문에 허심탄회하게 말하면서 관계를 이어갔으면 좋겠다. ESPN이나 분데스리가 앰버서더 등 줌으로 인터뷰를 많이 한다."
Q. 2026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조추첨 결과 생각은.
"좋은 그룹이다. 그러나 어렵고 까다로운 상대들이다. 싱가포르와 괌은 결정이 나야 하지만 진지하게 분석해야 한다. 상대 국가를 알고 일정도 나왔기에 분석과 계획할 부분을 미리 논의하고 있다. 3차 예선 진출 유력 후보인 만큼 잘 준비하겠다. 약체는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다."
Q. 한국에 머무는 시간이 길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계획이 있나? 가장 맛있었던 음식이 무엇인지.
"메뉴는 스태프가 고르면 자연스럽게 따라간다. 그동안 먹은 음식은 다 맛있었다. 부임 후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수도권은 물론 지방 경기도 많이 갔다. 호의적으로 환영해줘서 기쁘게 생각한다. 한국어 수업도 하고 있다. 80%정도 익혔다고 생각하는데 많이 어렵다. 최대한 빨리 적응하려고 배우고 있다. 한국 축구, 문화, 사람들을 배워서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3월과 6월 결과가 아쉬웠지만 긍정적인 부분도 많았다. 능력 있는 코치들과 현대 축구 흐름을 파악하면서 아시안컵을 어떻게 치를지 논의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 계획을 이미 세웠다. 9월에 웨일스, 사우디아라비아와 경기하고 10월에는 베트남, 튀니지와 한다. 11월에는 2차 예선, 아시안컵으로 바쁜 일정을 보낼 것이다. 개인적으로 경쟁에서 지는 걸 싫어한다. 이기는 것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이기고 싶고 결과를 선물하고 싶다."
Q. 한국어 수업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어떻게 하고 있는가.
"단어에 신경 쓰지 말고 글자를 익히라고 해서 그러는 중이다. 3월에 비해 발전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한국어 실력을 공개하기에는 부끄럽다. 한국어를 재밌게 배우고 있다. 길 지나가다 광고판을 보면 글자들이 눈에 들어온다. 뜻은 아직 모르지만 눈에 들어오면서 한국에 대해 더 알게 된다. 자신있을 때 한국어 실력을 보여주겠다."
Q. 정작 한국에서는 감독님의 동선을 확인하기 어렵다. 지금 어디에 있고 어떤 일정을 소화 중인가.
"팀 K리그 경기를 관전하고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과 2차 예선 조추첨 논의를 한 뒤 미국으로 돌아왔다. 일주일 동안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일정이 있었다. 축구협회와 계약 전에 잡혔던 일정이었다. 더블린에 간 김에 토트넘 홋스퍼 개막전을 봤고, 김지수(브렌트포드)와도 대화를 나눴다.
지금은 다시 LA로 돌아왔다. 유럽축구연맹(UEFA) 풋볼 보드라 유럽으로 일찍 넘어가야 한다. 챔피언스리그 조추첨식을 보고 유럽파 경기를 볼 예정이다. 프랑스 리옹에서 파리 생제르맹의 경기가 있어 이강인을 지켜볼 수도 있다. 내부적으로 더 논의하고 웨일스 카디프에 합류하겠다."
Q. 이강인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항저우 아시안게임 차출 관련해 황선홍호에 양보할 생각이 있는지.
"개인적으로 이강인은 9월 A매치를 소화하고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황선홍 감독이 이강인과 아직 훈련을 한 번도 못해서 걱정하는 것을 이해한다. A매치를 잘 치르고 아시안게임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Q. 이강인 외에도 홍현석(KAA 헨트), 박규현(디나모 드레스덴) 등 양팀에 중복 가능성 있는 선수가 있는데 똑같은 입장인가.
"얼마나 많은 선수가 합류할지는 모르겠다.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겹치는 선수가 있다면 A대표팀 경기를 치르는 게 우선이다. A매치를 하는 게 아시안게인 대표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아시안게임과 군 문제에 대해 여러번 듣고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 구단은 인지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드레스덴과 자주 대화하면서 '아시안게임이 중요한 대회고 좋은 성적을 내면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야기하는 중이다. A매치 2연전을 치르고 중국에 넘어가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물론 9월 A매치 명단을 확정하지 않았다. 지켜봐야 한다. 축구협회와 상의하면서 언제든 명단이 바뀔 수 있다. 지금도 오현규(셀틱)가 부상이고 황인범(올림피아코스)도 구단과 갈등이라 출전 여부를 모른다. 당장 양보를 하겠다 말하기 이르다. 내부 회의를 통해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 명단 나오기까지는 지켜봐야 한다."
Q. 이강인 아시안게임 차출과 관련해 파리 생제르맹과도 이야기를 한 게 있나.
"이강인이 영리하게 계약 조항에 넣은 것으로 안다. 다만 계약서에 이런 조항을 넣지 않은 선수도 있다. 구단에서는 차출에 응하지 않아도 돼 내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말하려고 한다.
아시안게임이 군 문제에 직결되어 있어 선수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지속적으로 들어 알고 있다. 유럽에서는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구단과 감독이 있다. 단번에 이해시키기 어렵다. 한국 선수를 보유한 구단 지도자와도 연락해서 많이 도우려 한다."
Q. 아시안게임 이해도가 높은 것 같은데 이강인이 황선홍호에 조기 합류하는 것도 받아들일 수 있는지.
"일정이 겹치지 않는다. 이강인이 A대표팀에 차출돼도 아시안게임 조별리그를 뛸 수 있다. A대표팀 합류 후 바로 중국으로 갈 수도 있지만 A매치 후 아시안게임 개막 일주일 사이에 소속팀이 다시 부를수 있다. 그게 걱정이다. 만약 아시안게임 개막에 맞춰 합류하면 선수 입장에서 힘들다. 그래도 일정이 겹치지 않아 다행으로 생각한다. 두 대표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기회다."
Q. 한국 밖을 돌아다녀 국내 선수를 너무 챙기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유럽파는 어느 정도 검증이 된 선수들인데.
"한국에서 경기를 많이 봤다. K리그2, U리그, FC서울 U18 오산고 경기도 직접 관전했다. 국내 경기는 차두리, 마이클 김 코치가 보고 유럽에서는 안드레아스 쾨프케, 파울로 스트링가라 코치가 점검한다. 7, 8월은 축구협회와 계약하기 전 합의한 일정들이어서 한국에서 많이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9월이 지나면 10, 11월은 한국에 머물 것이고 아시안컵 전에 국내파 위주의 훈련도 계획 중이다. 지속적으로 좋은 결과를 고민하고 있다."
Q. 미국 대표팀을 이끌 때 재능 있는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선수들의 유럽 진출을 이끌었다. 한국에서도 그렇게 할 것인가.
"한국에서 선수들과 20일 정도 시간을 보냈다. 지속적으로 이야기한 것은 '항상 너희들을 위해 있겠다. 조언이 필요하면 언제든 오라'고 했다. 선수들을 위한 것이라면 뭐든지 하겠다. 선택은 선수들의 몫이다. 당시에 MLS 선수가 12~13명이 있었는데 유럽에 나가고 싶어하는 선수가 있었다. 지금 한국과 비슷하다. 한국도 유럽, K리거, 중동 선수들이 있다. 선수들의 성장과 발전은 구단에서 이루어진다. 좋은 선택을 해야 한다. 선수들이 필요하면 언제든 도울 것이다. 잘 성장할 수 있게 돕는 게 내 역할이다."
Q. 이번에 한국을 떠난 이유가 자선 사업으로 아는데 자세히 설명해준다면.
"자선 사업의 10년 넘은 파트너가 최근 팔순이었다. 한국과 계약하기 1년 전부터 초대를 받아왔다. LA에 축구 시설 및 운동장을 24면 가지고 있다. 이때 맞춰서 이동하게 됐다. 만약 수락하지 않았다면, 아일랜드에 있었을 것이다. 독일에서도 25년간 자선 활동을 하고 있다. 6개 도시에 나눠서 진행하고 있다. 베풀면서 지내려고 노력한다."
Q. 10월 베트남과 A매치를 한다. 우리보다 약한 전력의 팀을 잡아달라고 했다던데 사실인가. 베트남 상대로 무엇을 얻을 것인가.
"마음 같아서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독일, 프랑스와 하고 싶다. 그런데 A매치 매치업이 쉽지 않다. 10월 상대 구하는데 있어 어려움이 있었다. 팀을 요구할 때 약체라고 표현하지 않았다. 최대한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했다. 그래서 아시안컵 대비용으로 경기하기로 했다. 아시아 팀과 많이 경기하기에 다른 축구를 하는 팀을 상대로 무엇을 할 수 있나 고민할 것이다. 세계 최고의 팀과 겨루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상대 잡기가 쉽지 않다."
Q. 최근에 손흥민이 토트넘 홋스퍼 주장이 됐고, 김민재는 바이에른 뮌헨에 입단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손흥민의 토트넘 주장 선임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영광스럽고 손흥민 본인에게도 그동안 노력의 결과라고 본다. 명둔 구단에서 주장 완장을 차기란 쉽지 않다. 영광스럽다.
김민재의 경우도 걱정하지 않는다. 세계 최고의 수비수가 세계 최고의 팀에 갔다. 행복하다고 하더라. 마음의 짐도 덜었을 것이다. 두 선수는 한국 축구의 얼굴이다. 자랑스럽고 좋은 활약을 보여줬으면 한다."
Q. 한국에서는 감독이 국내에서 업무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감독님은 글로벌적으로 업무를 하다보니 방식이 다른 것 같다. 현재 비판이 억울한가. 아니면 고정 관념이라고 생각하나.
"고정 관념일 수도 있지만 내가 일하는 방식이 다른 것이다. 그래서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왜 한국에 감독이 없나' 의문을 던지고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누구의 탓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더 큰 그림에서 생각한다. 차두리, 마이클 김 코치와 얼마나 많은 통화를 하는지 모를 것이다. 연령별 대표팀의 정보도 듣고 있다. 유럽에서 많은 대화도 하고 있고 현대 축구 경향, 다른 스포츠 트렌드까지 익히고 있다. 그걸 대표팀에 어떻게 접목하고 발전을 꾀할지 고민한다.
가까운 일본은 유럽에서 워낙 많이 활동하고 있다. 독일에 사무실을 두고 있을 정도다. 축구협회와도 이런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다고 쉬고 있는 게 아니다. 일을 하고 있다. 외부 스태프 운영도 고민 중이다. 나는 워커홀릭이다. 한국 사람들도 일에 미쳐 있지만 나도 일을 많이 한다. 국제적 경향을 받아들여 어떻게 운영할지 고민하고 있다. 상대팀 분석 역시 생각하고 있다."
Q. 한국 생활하면서 놀라웠던 문화는 뭔가.
"한국이 이번이 처음 아니다. 2017년에 내 아들이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출전했을 때 한국에서 3~4주 보냈었다. 정리 정돈을 잘하고 안전하고 깨끗하다는 인상이다. 예의바른 분들을 보면서 자주 놀란다. 시내 중심가에서 지내는데 다들 친절하고 안전하다. 한국만의 특별한 문화라고 본다. 이걸 느낄 수 있어 영광스럽다. 아름다운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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