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 갈림길, 골든타임] 뇌경색환자는 ‘중증질환자’ 아니다?…인프라 후퇴 우려

박태환 박태환 서울의료원 신경과 교수 (대한뇌졸중학회 보험이사) 2023. 8. 2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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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박태환 서울의료원 신경과 교수 (대한뇌졸중학회 보험이사)

(지디넷코리아=박태환 박태환 서울의료원 신경과 교수 (대한뇌졸중학회 보험이사))지디넷코리아는 ‘생사 갈림길, 골든타임’ 연재를 시작합니다. 관련 국내 전문가들이 직접 필자로 참여해 우리나라 응급심뇌혈관 치료 시스템의 문제와 분석,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의료 문제가 국민적 관심을 받는 일이 최근 부쩍 잦아졌다. 중증응급환자가 응급실을 제때 이용하지 못해 발생한 안타까운 사건과 아픈 소아가 응급 치료를 받기 힘들다는 뉴스 등은 누구나 남의 일로 치부할 수 없는 문제로 주요 언론 기사로 보도되고 있다.

일반 국민들이 알고 있는 의료 문제 외에 의료계 종사자들이 걱정하고 관심과 개선을 요구하는 문제들이 있지만 당장의 문제가 아니기도 하고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 분야라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필자는 그 중 하나인 뇌졸중의 질병군 분류에 관한 문제를 이야기 하려 한다.

뇌졸중은 뇌혈관의 폐색이나 파열로 인해 신경장애가 발생하는 신경계 질환으로 연간 10만 명 이상 발생할 정도로 흔하고 급격한 고령화 때문에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환자 10명 중 6명은 평생 장애가 남는 개인과 사회에 부담이 큰 질병이다.

그래픽=이희정

질병군이란, 질병의 진료 난이도에 따라 전문, 일반, 단순진료질병군으로 나눈 것이다. 중증환자 비율을 의미하는 전문진료질병군 환자비율은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에서 매우 중요한 지표로 사용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은 올해 기준 전국에 45개 기관이 지정돼 있는데, 2024년~2026년도 지정을 신청한 기관은 54개로, 큰 종합병원들은 대부분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면 더 높은 난이도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으로 정부에서 공인해 주는 것이니 병원의 위상이 올라갈 뿐 아니라 모든 의료행위에 대해 종합병원보다 5% 가산된 수가를 받기에 경영상에 큰 이점으로 작용한다.

가산 수가는 병원 규모에 따라서 수백억 이상의 수익 차이를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병원의 경영진은 큰 관심을 갖고 평가 기준에 촉각을 세울 수 밖에 없다. 보건복지부는 평가기준 중 입원환자구성에서 중증질환비율을 강화하고 있다. 새로이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려면 입원환자 중 전문진료질병군 환자 비율이 최소 34% 이상이어야 하며, 경증질환인 단순진료질병군 환자는 12% 이하로 맞추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뇌졸중의 약 80%를 차지하는 뇌혈관폐색에 의한 뇌경색은 대부분 질병군 분류상 전문질병군이 아닌 것으로 분류돼 있다. 즉, 응급실을 통해 입원하는 상당수 뇌경색환자들은 중증질환자가 아닌 것이다.

응급실을 방문한 뇌경색환자들이 중증질환인 전문진료질병군으로 분류되지 않으면 무슨 문제가 발생할까?

다행히 응급실을 방문한 뇌경색환자가 치료과정 중에 불이익을 받거나 하는 일은 당장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희망하는 병원의 경영진에게 뇌경색환자의 입원은 평가기준에 불리한 요인으로 비춰진다.

박태환 서울의료원 신경과 교수 (대한뇌졸중학회 보험이사)

당연히 지정에 불리한 조건인 분야는 시설과 인력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 앞서 제5기 상급종합병원에 지원한 54개 병원은 소위 빅5를 포함한 대형병원과 대부분 대학부속병원으로 우리나라의 의학분야 연구와 전문인력양성을 위한 교육기능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뇌졸중 질병군 분류의 문제는 단순히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영향만 주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뇌졸중 진료 인프라의 후퇴를 초래해 국민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뇌졸중은 비록 증상이 경미한 경우에도 비가역적인 신경세포 손상에 따른 후유증과 발생한 원인에 따라 상이한 재발 위험도 때문에 발생 초기에 빠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중증응급질환이다. 따라서 119구급대는 뇌졸중이 의심되는 환자를 가장 가까운 급성기 치료가 가능한 시설과 인력을 갖춘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뇌졸중 급성기 치료는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과 제한된 시간 내 가능한 치료로 인해 여러 임상과의 협업이 필요하고 24시간 대응체계를 유지해야 하므로 모든 종합병원이 이를 갖출 수 없다. 특히 뇌졸중 환자 대부분이 고령 환자이기 때문에 동반한 내외과적 문제가 많아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이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대한뇌졸중학회에서는 과거 수년간 뇌졸중 질병군 분류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관계당국에 개선을 요청해 왔다. 비슷한 성격의 중증응급질환인 심근경색 대부분이 전문질병군으로 분류되는 반면에 급성 뇌경색은 시술을 받은 10% 정도만이 전문질병군으로 분류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모순된 상황이 계속돼 상급종합병원의 뇌졸중 진료 인프라가 무너진다면 결국 환자들에게 피해가 가게 될 것이다.

이를 개선하려면 우선 중증응급으로 인정한 산정특례를 적용받은 급성 뇌경색환자들부터라도 전문질병군으로 산입을 시켜야 한다. 아울러 증상의 위중도와 나이, 동반질환, 투입되는 의료자원과 24시간 대응 등을 고려한 뇌졸중 질병군 재분류가 절실하다.

박태환 박태환 서울의료원 신경과 교수 (대한뇌졸중학회 보험이사)(ttae3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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