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차별부터 산업재해까지… 그림으로 고발한 사회모순

유승목 기자 2023. 8. 2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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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스코세이지가 연출한 '라스트 왈츠'는 로큰롤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그룹사운드 '더 밴드'의 1976년 해산 콘서트 실황을 담았다.

최근 발생한 여러 산업재해 사고에 시선을 돌려 그려낸 작품 '사복으로 갈아입히고'(2023)에선 여전히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고발하는 작가의 뚜렷한 의식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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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로작가 노원희 개인전
회화 신작 등 작품 95점 선봬
약자에 주목‘40년 화업’조명
노원희, 자화상 95(자화상 2), 1995, 캔버스에 아크릴릭, 73×100㎝. 아르코미술관 제공

마틴 스코세이지가 연출한 ‘라스트 왈츠’는 로큰롤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그룹사운드 ‘더 밴드’의 1976년 해산 콘서트 실황을 담았다. 영화에서 밴드의 기타리스트 로비 로버트슨은 공연이 끝나고 커튼이 닫히는데도 그대로 앉아 있는 관객들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한다. “여전히 거기 계셨군요.”(You’re still there) 한 시대에 마침표를 찍는 이 순간이 영원히 계속되기를 바라는 가수와 관객 모두의 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노원희(사진)는 작가노트에 이 장면에 겹쳐 정반대의 자기 이야기를 풀어냈다. “‘현실과 발언’이 해체된 지 20년. 커튼을 젖혀 보니…. 아, 거기 안 계시는군요”라고.

젊었을 때 ‘현대 작가’로 끊임없이 비판의 메시지를 사회에 던졌던 그가, 칠순을 넘긴 ‘근대 작가’가 된 지금 털어놓는 소회로 들린다. 한편으론 그럼에도 여전히 소외된 누군가를 현실에 불러내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지난 11일부터 진행 중인 그의 개인전에 ‘거기 계셨군요’라는 제목이 달린 이유다.

원로 작가 노원희의 예술은 사회 속에서 존재해 왔다. 1980년 삶의 현장과 괴리되지 않는 예술을 추구하는 소그룹 미술운동 ‘현실과 발언’의 창립동인으로 활동하며 사회적 약자가 받는 고통을 고발하는 작품을 선보여 왔다. 노동자, 청년, 여성 등 다루는 소재는 때마다 달랐지만, 항상 차가운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우리 시대의 모습 이면을 화폭에 담았다.

전시에선 1980년대 회화부터 회화 신작, 대형 천 그림, 참여형 공동 작업, 신문 연재소설 삽화 등 작품 95점과 함께 작가의 화업 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아카이브 자료 39점을 선보인다.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를 그린 ‘나무’(1980)와 먹구름이 드리운 하늘에서 전쟁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한길’ 등 대표작부터, 여성의 저항의식을 그려낸 ‘무기를 들고’(2018) 등 최근작을 아우른다. 최근 발생한 여러 산업재해 사고에 시선을 돌려 그려낸 작품 ‘사복으로 갈아입히고’(2023)에선 여전히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고발하는 작가의 뚜렷한 의식이 드러난다.

임근혜 아르코미술관장은 “1980년도 현실과 발언 창립전이 검열로 인해 무산됐던 바로 그 장소에서 열리는 노원희 개인전은 예술과 사회의 관계를 되돌아보는 뜻깊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11월 19일까지.

유승목 기자 mo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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