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해왕성 구름…범인은 45억km 떨어진 ‘지휘자’

곽노필 2023. 8. 2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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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에서 45억km 떨어져 있는 해왕성은 지름이 지구의 4배로 태양계에서 4번째로 큰 태양계 최외곽 행성이다.

"태양의 자외선 방출이 해왕성의 구름 구조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은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45억km 떨어져 있는 고독한 바이올린 연주자를 지휘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는 태양계의 가장 먼 곳에서도, 우리 태양이 태양계의 진정한 주인이라는 걸 보여주는 또 다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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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활동 극대·극소기 따라 구름 증감
태양 자외선 강해지면 구름 생성 촉진
하와이 마우나케아산의 켁천문대망원경으로 본 2002~2023년 해왕성. 2019년부터 구름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UC버클리 제공

태양에서 45억km 떨어져 있는 해왕성은 지름이 지구의 4배로 태양계에서 4번째로 큰 태양계 최외곽 행성이다. 따라서 태양에서 받는 햇빛의 강도는 지구의 0.1%에 불과하다.

해왕성은 대기의 메탄 성분 때문에 푸른색을 띠고 있어 ‘푸른 진주’로도 불린다. 이 메탄 가스는 영하 200도가 넘는 대기에서 얼어붙어 구름을 형성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의 보이저 2호는 1989년 해왕성을 통과비행하면서 지구의 권운(새털구름)을 연상시키는 흰색 줄무늬 구름과 거대한 소용돌이바람 ‘대암점’을 처음으로 촬영해 보내왔다. 그런데 늘 해왕성을 감싸고 있던 구름이 2020년 이후 남극 상공을 제외한 거의 모든 대기에서 자취를 감췄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연구진이 1994~2022년 하와이 마우나케아산의 켁천문대 망원경과 허블우주망원경, 캘리포니아 릭천문대 망원경의 관측 자료를 통해 그 수수께끼의 해답을 찾아냈다. 연구진은 약 30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해왕성 구름의 증감은 태양 활동의 11년 주기와 연계돼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국제학술지 ‘이카루스’에 발표했다.

1994년 이후 허블우주망원경이 관측한 해왕성과 태양 자외선의 강도. UC버클리 제공

2019년부터 사라지기 시작한 구름

연구진에 따르면 해왕성의 밝기는 구름의 양에 따라 달라진다. 구름이 클수록 빛을 더 많이 반사해 해왕성이 더 밝게 빛난다. 연구진은 관측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 기간의 해왕성 구름 양이 2.5주기의 패턴을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구름 양의 증감에 따라 해왕성은 2002년에 가장 밝아졌다가 2007년 어두워진 뒤 2015년에 다시 밝아졌다. 이어 2019년부터 구름이 가장 많은 중위도에서부터 구름이 사라지면서 다시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사라졌던 해왕성의 구름은 올해 여름 중위도에서부터 다시 생겨나고 있다.

구름이 증감하는 시기가 공교롭게 평균 11년 주기로 극대기와 극소기를 오가는 태양활동 주기와 흐름을 같이한다.

2000년 이후 태양활동 주기. 유럽우주국 제공

태양 활동 정점 찍고 2년 후에 구름 최대

2002년은 태양활동 23주기(1996~2008)의 극대기 직후이며, 2007년은 극소기에 해당하는 시점이다. 또 2015년은 태양활동 24주기(2008~2019)의 극대기를 막 지난 시점, 2019년은 극소기에 해당한다. 2020년부터 25주기에 진입한 태양 활동은 2025년 7월께 극대기를 맞는다. 천문학자들은 태양 흑점 수의 변화를 기록하기 시작한 1755년 이후부터 태양 활동 주기에 번호를 매기고 있다.

연구진은 분석 결과, 태양 활동 극대기엔 더 강한 자외선이 태양으로부터 방출되는데, 태양이 극대기의 정점을 찍은 지 2년 후에 해왕성에 더 많은 구름이 나타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임케 드 파터 명예교수(천문학)는 "이번 발견은 태양에서 날아오는 자외선이 강해지면 해왕성의 상층 대기에서 구름을 생성하는 광화학 반응을 촉진할 수 있다는 가설을 뒷받쳐준다"고 말했다.

2023년 7월 하와이 켁천문대망원경으로 촬영한 해왕성. 중위도에 구름이 다시 나타났다. UC버클리 제공

태양계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지 보여줘

그러나 해왕성 구름 생성-소멸 메커니즘을 충분히 이해하려면 지속적인 추후 관측이 필요하다. 태양활동은 오는 2025년 7월 이번 주기의 정점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천문학자들은 이번 태양 극대기를 기다려야 할 또 하나의 이유를 갖게 된 셈이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의 그랜트 트렘블레이 박사(천체물리학)는 ‘뉴욕타임스’에 다음과 같은 촌평을 남겼다.

“태양의 자외선 방출이 해왕성의 구름 구조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은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45억km 떨어져 있는 고독한 바이올린 연주자를 지휘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는 태양계의 가장 먼 곳에서도, 우리 태양이 태양계의 진정한 주인이라는 걸 보여주는 또 다른 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16/j.icarus.2023.115667

Evolution of Neptune at near-infrared wavelengths from 1994 through 2022.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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