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감독이 본 현대 축구 트렌드…“손흥민, EPL 개막전 고전 이유, 이것 때문”

박효재 기자 2023. 8. 2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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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오른쪽)이 엘살바도르와의 평가전을 하루 앞둔 지난 6월 19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을 지휘하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현대 축구의 가장 눈에 띄는 흐름으로 중원에서부터 촘촘한 수비 배치를 꼽았다. 대표팀 주장 손흥민(31·토트넘)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개막전에서 득점에 실패한 원인도 이 때문이라고 봤다. 클린스만 감독이 손흥민 활용법을 고민하고 있다.

지난 18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클린스만 감독은 ‘최근 각국 대표팀 전술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중원을 내주지 않으려고 수비들이 상당히 간격을 좁힌 채 뭉쳐 서 있다. 그런 흐름이 이어지면서 공격적으로 측면을 활용하는 모습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리는 공격 루트를 지난해 카타르월드컵 당시 자주 볼 수 있었는데, 반면 중거리 슈팅은 많이 나오지 않고 있다. 과거보다 코너킥, 프리킥 등 세트피스 상황에서 골도 줄었다”고 덧붙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연구그룹(TSG) 위원과 유럽축구연맹(UEFA) 자문위원을 겸직하고 있다. 그는 3월 부임 당시 지도자로서 공백이 길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2020년 자국 클럽 헤르타 베를린(독일) 감독 사회 이후 각종 방송 해설위원, TSG 위원을 지내며 축구계에 계속 몸담고 있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상대가 중원에서부터 가하는 강도 높은 압박에 대한 대비책은 유럽 클럽 대항전에서 전통의 강호들이 구사하는 전술을 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각국 대표팀 감독들이 월드컵 같은 큰 대회를 앞두고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세계적 명장들이 구사하는 전술을 참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 지난 A매치 4경기를 치르는 동안 승리가 없는 클린스만호는 9월 유럽에서 치르는 웨일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친선경기에 승리가 필요하다. 내년 1월부터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하는 만큼 이제는 공격수들의 화끈한 득점포가 가동돼야 하는 시점이다. 대표팀 주장이자 가장 믿을 만한 득점원인 손흥민을 소속팀인 토트넘이 어떻게 활용할지에 가장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클린스만 감독은 현대 축구 트렌드를 설명하면서 토트넘이 원정 경기로 치른 브렌트퍼드와의 EPL 개막전도 예로 들었다. 그는 “브렌트퍼드는 수비할 때 상당히 많은 숫자의 선수가 내려서 촘촘하게 중원을 지키는 게 장점”이라면서 “측면에서 안쪽으로 치고 들어와서 슈팅을 날리는 게 특기인 손흥민이 어려움을 겪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상대팀이 브렌트퍼드와 비슷하게 경기를 할 때 손흥민을 어떻게 활용할지, 어떻게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 지속해서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일 맨유와의 리그 2라운드 홈경기 승리 이후 기뻐하는 토트넘의 손흥민. 로이터연합뉴스



손흥민은 지난 시즌 10골을 넣는 데 그쳤다. 이전 2021~2022시즌 당시 23골로 아시아 선수 최초 EPL 득점왕을 차지했던 때에 비하면 득점 속도가 많이 떨어졌다. 스포츠 탈장에 따른 통증을 참고 뛴 결과였는데, 수술을 통해 회복한 이후에 치른 브렌트퍼드와 경기에서도 상대 밀집 수비에 막히며 우려를 샀다.

토트넘의 새 사령탑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다음 경기부터 손흥민 새 활용법을 들고나올지 주목된다. 손흥민은 개막전과 지난 20일 2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홈경기에서 왼쪽 윙어로 나서 사이드라인에 바짝 붙는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를 유인해 미드필더나 풀백들이 침투할 공간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스트라이커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잘 버텨주거나 박스 밖으로 수시로 나와 윙어들과 자리를 바꾸며 상대 수비에 혼란을 줄 때 파괴력이 생긴다. 스트라이커 히샤를리송이 이런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고, 결정력에도 문제점을 보이자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후반 막판에는 손흥민을 최전방에 뒀다.

대표팀에서도 조규성(미트윌란)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는 최전방 자원이 없는 상황이다. 손흥민이 최전방 원톱 자리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다면 클린스만 감독도 ‘손톱’ 카드를 고려해 볼 만하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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