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 논란' 불거진 클린스만 "나도 한국인처럼 워커홀릭"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여러분들 앞에 계속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제가 쉬고 있는 건 아닙니다. 저도 한국인들처럼 '워커홀릭'입니다."
잦은 해외 출장과 휴가로 '외유 논란'에 휩싸인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이렇게 강변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자택에 머무는 클린스만 감독과 한국 기자들의 비대면 간담회가 언론사별로 17∼18일 이틀에 걸쳐 진행됐다.
6월 A매치 기간 직후 한 달간의 해외 휴가를 떠나 팬들의 눈총을 받은 클린스만 감독은 8월 1일에 자신의 생일과 자선 행사 참석 등을 이유로 또 한 번 출국해 계속 해외에 머물고 있다.
이를 두고 그가 대표팀 감독 자리를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던 터다. 클린스만호(2무 2패)는 아직 데뷔승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내가 (K리그 선수들을 체크하기 위해) 차두리 어드바이저, 마이클 김 코치와 얼마나 많은 통화를 하고 연락하는지 여러분은 모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팬들 대다수가 대표팀 감독이 한국에 머물며 일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점에 대해서는 "고정관념일 수도 있다"고 솔직하게 생각을 밝혔다.
이어 "나는 좀 더 큰 그림에서, 더 국제적인 차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자신이 '원격'으로 해온 업무 내용에 관해 설명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이강인(파리 생제르맹·PSG)의 9월 A매치 차출 문제에 대해서는 자신이 우선해서 뽑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클린스만 감독은 "아직 한 번도 이강인과 훈련을 진행하지 못한 황 감독의 우려와 걱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이강인이) 수준 높은 경기인 A매치를 치르며 경기력을 유지하고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하면 좋은 결과를 내는 데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유 논란 등과 관련해 다소 곤란할 법한 질문이 나올 때도 클린스만 감독은 전혀 웃음을 잃지 않는 '대스타' 다운 면모를 보였다.
다음은 클린스만 감독과의 일문일답.
-- 태국, 중국, 싱가포르 등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서 한 조로 묶였다. 조 추첨 결과에 대한 생각은.
▲ 상당히 좋은 추첨 결과인 것 같다. 동시에 어렵고 까다로운 상대들이기도 하다. 다들 최종 예선 진출이 유력하다고 말하지만, 준비를 잘해야 한다. 상대가 확정됐으니 어떻게 분석하고 계획을 할지 내부적으로 논의해 나가겠다.
-- 지금 어디에 있나. 출국하고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알려달라.
▲ 한국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와 팀 K리그 경기를 관전하고, 월드컵 조 추첨 결과와 관련해 논의하고서 미국으로 왔다가 개인 일정 때문에 아일랜드 더블린에 갔다. 이것은 축구협회와 계약하기 전부터 잡혀있던 일정이다. 취소하기 어려웠다. 이어 토트넘 개막전을 보며 손흥민을 점검했다. (토트넘의 상대였던) 브렌트퍼드의 김지수와도 이런저런 좋은 얘기를 많이 나눴다. 지금은 다시 미국 LA에 와있다.
다시 유럽으로 가 유럽축구연맹(UEFA) 이사진 회의에 참석하고 유럽파 경기를 볼 예정이다. 이강인의 PSG 경기를 볼지 (손흥민이 경기를 치를) 영국 런던으로 갈지는 모르겠다. 이후 카디프로 가 A매치 평가전을 지휘할 예정이다.
-- 아일랜드에는 자선사업 때문에 간 것으로 알려졌는데, 자세히 설명해 달라.
▲ 함께 10년 넘게 자선사업을 해온 파트너가 있다. 그분 팔순 잔치가 있어서 참석하게 됐다. 1년 전부터 참석하기로 돼 있었던 행사다. 또 이분과 LA에서 축구장 24면짜리 축구시설을 함께 운영하는데, 이것과 관련한 계획도 잡혀있었다.
-- 많은 한국 팬은 대표팀 감독이라면 당연히 국내에서 머물며 지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외국인 감독들 모두 그렇게 해왔다. 이런 한국의 일반적인 사고방식이 고정관념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나.
▲ 고정관념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고정관념이라고 부르기보다는, 내가 일하는 방식이 다르다 보니 그런 부분에서 오는 오해, 또는 이해를 완벽하게 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왜 클린스만은 한국에 없지? 왜 이 경기를 보러 안 오지?'라는 질문을 던지고, 궁금해하고, 또 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점에 대해 누구를 탓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질문을 충분히 던질 수 있다.
다만, 나는 좀 더 큰 그림에서, 더 국제적인 차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K리그 선수들을 체크하기 위해) 차두리 어드바이저, 마이클 김 코치와 얼마나 많은 통화를 하고 연락하는지 여러분은 모를 것이다.
축구협회와도 지속해서 소통하면서 (한국 축구를 위한 큰 틀의) 논의도 한다. 예를 들면 일본축구협회는 독일에 유럽파 상시 점검을 위한 사무실을 설치했는데, 이게 우리에게도 필요한 부분인지 등에 관해 공부하고 고민을 나눈다.
내가 여러분들 앞에 계속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쉬고 있는 건 아니다. 난 '워커홀릭'이다. 한국 사람들은 일에 미쳐서 살지 않나? 나도 일 안 하고 있으면 진절머리가 나고, 늘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 10월 베트남과 평가전을 치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안컵 등에 대비해 '전력이 떨어지는 아시아 팀'과 평가전을 잡아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안다. 약팀과의 평가전으로 뭘 얻을 수 있을까.
▲ 내가 약팀과의 평가전을 원한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게 주어진 현실 안에서 찾을 수 있는 최선의 해결책이었을 뿐이다. 10월에 유럽은 유로 2024(유럽축구선수권대회) 예선을 치르고 남미는 월드컵 예선이 있다. 강팀을 섭외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아시안컵과 월드컵 예선에 대비해 아시아팀을 물색하게 된 거다. 난 늘 세계 최고의 팀들과 맞붙고 싶지만 어쩔 수 없었다.
-- 이강인 차출과 관련해 아시안게임을 앞둔 황선홍호에 양보할 생각이 있나.
▲ 이강인은 9월 A매치를 소화하고, 그다음에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 A매치와 아시안게임 일정이 겹치지 않는 부분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아직 한 번도 이강인과 훈련을 진행하지 못한 황 감독의 우려와 걱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수준 높은 경기인 A매치를 치르며 경기력을 유지하고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하면 좋은 결과를 내는 데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 PSG와 이강인 차출과 관련한 얘기를 나눴나.
▲ 계약서에 아시안게임 차출에 구단이 응해야 하는 조항이 있는 것으로 안다. (차출에) 문제가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이런 내용을 계약서에 안 넣은 선수들이 있다. 그런 부분에서 내가 도움을 주려고 한다. 실제로 박규현(드레스덴)과 관련해서는 소속팀에 한국 축구의 특수성에 관해 얘기를 이미 하고 있다. 유럽 구단들은 이런 부분에 대해 이해를 못 한다. 병역 혜택의 중요성, 혜택을 받으면 선수와 구단, 한국 축구가 얻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해 얘기했다. '아시아의 올림픽'이라 할 수 있는 아시안게임이라는 대회의 중요성 자체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 홍현석(헨트)과 박규현도 A매치 먼저 뛰게 하고 황선홍호에 보낼 것인가.
▲ 9월 A매치 소집 명단이 확정된 게 아니기 때문에 좀 더 선수들을 지켜봐야 한다. 부상 등 여러 변수가 있지 않나. 셀틱(스코틀랜드)의 오현규도 지금 부상 아닌가. 언제 복귀할지도 모른다. 같은 포지션에 뽑을 선수가 많다면, (황 감독에게) 양보할 수도 있겠고,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또 다른 시나리오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선수들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논의해 나가고 있다. 두 선수에 대해서는 지금 확정적으로 말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명단이 나올 때까지 지켜봐 달라.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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