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행정 영향력 발휘는 A대표 감독의 몫이 아닌데…‘불성실 논란’ 클린스만 감독은 스스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대표팀 감독에게는 메이저 대회를 준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위르겐 클린스만(59)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 18일 스포츠전문지와의 화상인터뷰에서 대표팀 감독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당연한 이야기다. 대표팀 감독은 4년에 한 번 열리는 아시안컵과 월드컵을 준비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지금 대표팀에겐 다음해 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이 가장 중요하다. 5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회를 준비하는 데 주력해야 하는 시기다.
문제는 클린스만 감독의 행보를 보면 ‘성실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후 5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국내에는 2개월 정도만 체류했다. 게다가 미국에 머물면서 방송에 자유롭게 출연해 리오넬 메시의 활약상에 관해 이야기하거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분석, 전망을 내놓는 등 자신의 본업과 관련 없는 사안에 대해 폭넓게 활동하고 있다. 국내에서 한참 K리그가 이어지는데 대표팀 사령탑은 자국 리그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서도 클린스만 감독은 A대표팀의 업무와 관계없는 활동은 적극적으로 이어간다. 이번 기자회견에서도 클린스만 감독은 “고등학교, 대학 경기를 보러 간 적도 있다. 많은 선수를 보며 생각하고 있다. 계속 점검하고 있다”라며 자신을 향한 논란이 ‘과장’이라며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 이런 행보는 오히려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클린스만 감독에게 더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게 한다. 클린스만 감독 말대로 대표팀 사령탑에는 메이저 대회를 준비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고등학교, 대학교 경기를 보며 선수 선발을 고민할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 실제로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은 30명 안에서 최상의 팀을 꾸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며 그렇게 많은 선수를 관찰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양한 연령대의 경기를 본다는 그의 말이 곧 모순인 셈이다.
이강인(22·파리생제르맹)의 아시안게임 차출을 보는 시각만 봐도 그렇다. 클린스만 감독은 “도와줄 부분이 있다면 돕겠다. 구단과 소통하고 이해시키고 빠르게 팀에 합류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겠다”라며 국제축구연맹(FIFA) 의무 차출 기간이 아닌 시기에 이강인의 아시안게임 대표팀 차출이 가능하도록 힘을 쓰겠다고 했다.
만약 클린스만 감독이 성실하게 자기 일을 해내는 동시에 지난 3,6월 A매치에서 의미 있는 수확을 거뒀다면 이러한 발언은 오히려 지지받았을 게 분명하다. 클린스만 감독은 세계 축구의 레전드다. FIFA나 유럽축구연맹(UEFA), 각 구단 등 여러 조직에서 영향력을 미칠 만한 캐릭터다. 그런 인물이 외교력을 발휘해 한국 축구의 어려움을 돕는 것은 마냥 나쁘게 볼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부임 후 실력을 떠나 근면함이라는 가장 기초적인 자질을 의심받고 있다. 자칫 외교, 행정적인 업무에 관한 발언은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비칠 여지가 있다.
한국 축구를 보는 인식도 마찬가지다. 클린스만 감독은 일본의 유럽파가 50~60명으로 많아 유럽 현지에서 사무실을 운영하는 것을 예로 들어 “나와 대한축구협회는 우리가 더 발전할 방식을 고민한다. 협회의 방향과 계획도 논의한다”라고 말했다. A대표팀 감독으로서 제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사령탑이 너무 큰 담론을 다루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하게 만드는 발언이다. 마찬가지로 그가 A대표팀에서 제 몫을 다했다면 칭찬을 받을 수도 있는 접근 방식이다.
전임 사령탑이었던 파울루 벤투 감독은 철저하게 A대표팀에 집중했다. 협회에서 요구하는 대외 활동에는 다소 불친절했고, 냉정했지만 자기 일에는 100% 힘을 쏟았다. 결과적으로 그는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대업을 달성했다. 그게 바로 A대표팀 감독이 할 일이다. 클린스만 감독처럼 자꾸 곁길로 가면 불필요한 오해만 살 뿐, 행보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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