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감독 "나는 워커홀릭…보이지 않지만 쉬지 않고 일해"
"7~8월은 축구협회와 계약 전 일정…이전엔 국내에 많이 머물러"
[서울=뉴시스]안경남 기자 = 위르겐 클린스만(59·독일)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재택근무' 논란에 답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17~18일 대한축구협회가 국내 매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화상 간담회에서 "(재택근무 논란은) 고정관념일 수도 있고, 이해하는 방식의 차이일 수 있다"며 "다름에서 오는 오해나 이해를 완벽하게 하지 못하는 부분 같다"고 말했다.
이어 "'왜 감독이 한국에 없지', '이 경기엔 왜 나타나지 않지' 이렇게 의문을 품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에 누구를 탓하고 싶진 않다. 당연히 그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지 다섯 달이 된 클린스만 감독은 애초 한국에서 근무할 거란 약속을 지키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실제로 부임 후 우리나라에 머문 건 67일로, 절반이 안 된다.
국내평가전이 끝나면 자택이 있는 미국으로 휴가를 가거나 해외파 점검을 위한 출장길에 올랐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달 말 팀 K리그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의 쿠팡플레이 친선전을 관전한 뒤 미국에 갔다가 개인 일정을 위해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이동했다. 이후 손흥민(토트넘)의 2023~20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개막전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차두리 어드바이저와 마이클 김 코치가 K리그를 관전하며 소통하고 있지만, K리그 선수들 사이에선 '해외파만 챙긴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미국스포츠방송에 모습을 드러내 EPL을 분석하고, 독일로 간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과 미국에 진출한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에 대한 평가를 하기도 했다. 이번 국내 매체와 간담회도 미국 자택으로 화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밖에서도 충분히 대표팀 감독으로서 역할을 잘 이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는 조금 더 큰 그림에서 국제적으로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은 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차두리 어드바이저, 마이클 김 코치와 얼마나 많은 통화를 하고 연락하는지 모를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고 많은 정보를 받고 있다. 어디에 있든 많은 사람과 만나면서 이야기를 하고, 듣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도 화상으로 미디어와 만나게 됐는데, 앞으로도 이런 자리를 꾸준히 만들어 대화를 했으면 한다. 소집 기간에는 대화 소재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아울러 "현대 축구트렌드와 다른 국가는 어떻게 운영되는지, 심지어 다른 스포츠는 어떤 트렌드를 가지고 있는 공부하고 있다. 이를 한국 축구 발전에 어떻게 접목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다"며 "유럽파가 많은 일본은 독일에 사무실을 운영한다. 이게 한국 축구에 필요한지에 대해 협회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2 카타르월드컵 최종명단 26명 중 19명을 유럽파로 채운 일본축구협회가 독일에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파 발굴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에는 "K리그1뿐만 아니라 K리그2 경기도 직접 가서 봤다. 대학 U-리그도 관전했고, 18세 이하(U-18) 경기도 봤다"며 "국내에서는 차두리 어드바이저와 마이클 김 코치도 지속적으로 경기를 본다. 유럽에서는 저와 안드레아스 헤어초크 수석코치, 안드레아스 쾨프케 코치, 파올로 스트링가라 코치 등이 경기를 보고 해당 선수, 구단과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7~8월의 경우 축구협회와 계약을 맺기 전부터 있던 일정이 있어 한국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지만, 처음 부임했을 때는 다른 공식적인 일정 말고는 최대한 많은 K리그 경기를 보려고 국내에 머물렀다"고 말했다.
이어 "9월부터는 쉴 수 있는 시간도 많지 않다. 9월이 끝나면 바로 10월, 11월 A매치와 월드컵 예선을 준비해야 하고, 12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이 끝나면 국내파 위주로 훈련할 계획도 있다. 그다음에는 카타르 아시안컵 입성 전 전지훈련을 떠나는 등 바쁜 후반기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40~50명의 풀을 꾸준히 관찰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K리그 선수, 유럽파뿐만 아니라 연령별 대표팀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하는 일이 다 보이지 않지만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다"며 "한국에 와서 느낀 건 한국 사람들이 일이 미쳐 산다는 것이다. 저 역시 '워커홀릭'"이라며 "지속적으로 한국 축구를 생각하고 있단 걸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자선 사업으로 일환으로 아일랜드를 찾았던 것에는 "더블린 일정은 축구협회와 계약 전에 미리 잡혀 있던 일정이다. 취소할 수 없어 다녀왔고, 간 김에 토트넘의 개막전을 보러 런던에 갔다. 그곳에서 브렌트포드에 합류한 김지수도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체류 중인 클린스만 감독은 이달 말 유럽축구연맹(UEFA) 이사회 회의에 맞춰 다시 유럽으로 건너갈 예정이다. 이후 UEFA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조 추첨식에 참석한 뒤 9월 A매치 소집 전 유럽파 선수들을 점검할 계획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아직 어떤 선수를 찾을지는 정하지 않았다. 프랑스 리옹에서 이강인의 파리생제르맹(PSG) 경기가 있는데 그걸 볼지, 아니면 런던으로 갈지는 선수들의 활약도를 지켜본 뒤 스태프와 논의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어를 공부 중이라는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글자를 익히고 있는데 어렵지만 최대한 빨리 배우려고 매일 매일 노력 중"이라며 "한국어 선생님께서 단어는 신경 쓰지 말고 글자를 빨리 익히라고 하셨다. 지난 3월에 비해 발전했지만, 아직은 공개할 수준은 아니다"고 웃었다.
이어 "나중에 자신감이 생기면 한국어를 하도록 하겠다. 많이 어렵지만 재미있게 배우고 있다. 한국에서 길을 가다가 광고나 간판을 보면 단어들이 눈에 들어오곤 한다. 뜻은 모르지만 읽으면서 한국에 대해 조금 더 알아가고 있다"고 했다.
한국 생활을 즐기고 있다는 클린스만 감독은 "음식을 가리지 않지만, 한국에서 먹은 음식들은 다 맛있었다"며 "2017년 20세 이하(U-20) 월드컵 때도 아들을 보려 한국에 머문 기억이 있는데, 상당히 정리 정돈이 잘 돼 있고 안전하고, 깨끗한 나라다. 또 사람들이 항상 예의 바르고, 친절하다. 한국만의 특별한 문화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 달 A매치 기간 유럽 원정길에 나서는 클린스만호는 9월8일 웨일스(카디프시티 스타디움), 9월13일 사우디아라비아(세인트 제임스 파크)와 붙는다. 10월에는 튀니지, 베트남과 맞대결이 예정돼 있다.
11월에는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을 갖는다. 한국은 중국, 태국, 싱가포르-괌 1차예선 승자와 함께 C조에 배정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상당히 좋은 결과다. 하지만 어렵고 까다로운 상대들이다. 약체는 한 팀도 없다. 싱가포르와 괌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모든 상대를 잘 분석할 것"이라고 했다.
부임 후 3월과 6월 총 4차례 A매치에서 2무2패로 승리가 없는 클린스만 감독은 "저는 경쟁에서 지는 것을 상당히 싫어한다. 경쟁에선 이기는 것밖에 없다. 앞으로 경기에서 꼭 이기고 싶고, 팬들에게 그런 결과를 선물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nan9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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