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감독, 비판 여론에 직접 해명... 한국 상주 문제·국내 선수 발굴 소홀·해외파 관리 치중, 왜?
"국가대표팀 감독의 역할은 일반 클럽 감독과는 다릅니다. 해외에서 세계 축구의 흐름을 지속적으로 파악해 팀에 접목시켜야 하죠. 현재 한국에만 상주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자신을 향한 비판적인 시선에 대해 직접 해명했다.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17일과 18일 이른바 '줌(zoom)' 화상 인터뷰를 통해 한국 언론들과 만났다. 그는 지난 3월 9일 경기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대표팀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 그는 "저는 대부분 한국에 상주하며 지낼 예정이다"며 "코치진들은 각각 자국에서 나폴리나 마요르카 경기를 볼 것입니다. 현대에는 '줌'이라는 기술을 통해서 같은 장소에 없어도 여러 시간 동안 토론이 가능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당시 언론들은 클린스만 감독이 독일 국가대표팀 감독 시절 미국에 거주하며 '줌'으로 원격 근무했다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에 상주"할 것이라고 대답한 이유였다.
하지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에도 그가 5개월 동안 한국에 머문 시간은 단 67일로 알려져 있다. 90일 이상은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에서 보내고 있다.
<다음은 클린스만 감독과의 일문일답>
Q)인터뷰를 하는 곳이 미국 자택인가?
=자택이다. 이곳에서 자주 미팅을 한다. 방송사 ESPN뿐 아니라 제가 10명의 분데스리가 앰버서더 중 1명이라 종종 줌으로 회의를 하는데, 그때마다 이 자리에 그대로 앉아서 회의를 진행하고 많은 분들과 대화를 나눈다. 나는 사실 이런 줌 회의가 익숙하다. 오랫동안 회의를 했고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Q) 이강인처럼 아시안게임과 A매치 대표팀에 겹치는 선수가 있다면?
=A매치 일정과 아시안게임 일정은 겹치진 않는다. 일단 A대표팀에 차출된 선수는 9월 A매치 2경기(웨일스, 사우디아라비아)가 예정돼 있다. 그 경기를 소화한 뒤 그다음에 아시안게임에 합류하는 걸로 생각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선수들이 동시에 차출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겹치는 선수가 있다면 지금 생각에는 A대표팀에 합류해서 경기를 잘 치르고 아시아게임 대표팀에 합류하는 걸로 계획을 짜고 있다.
추가적으로 이강인 같은 경우 PSG에서 개막전에 선발 출전했는데 PSG 멤버를 보면 스쿼드가 굉장히 좋고 세계적인 선수들이 많다. 그 경쟁에서 살아남아 첫 경기부터 선발로 경기를 소화했다는 부분은 상당히 긍정적이고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그런 모습들을 대표팀에서도 보여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Q)한국 상주 여부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그만큼 K리그에 동기부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문제 제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단 여론이나 팬들의 걱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여태까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운영했던 감독들이 매주 K리그 경기를 보러 다녔기 때문에 그것이 어떻게 보면 당연하게 이어질 거로 보셨을 듯하다. 그렇게 해야 대표팀에 대한 준비나 선수 차출, 선수 구성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한국에 있을 때 많은 경기를 봤다. 주말에는 경기장에 살다시피 했다. 그러나 대표팀 감독이라고 하면 국제적인 그런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국제적인 경기를 치러야 하고, 해외에 있는 많은 팀들과 상대하고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어떻게 하면 현대축구 흐름에 뒤지지 않고 최대한 간격을 좁힐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현재 한국에 있지 않은 이유는 대한축구협회와 계약하기 전에 이미 계약돼 있던, 아니면 해야 했던 그런 약속됐던 일들 때문이다. 이달 말에 모나코에서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 조별예선 추첨이 있다. 추첨에 앞서서 유로파 기술회의가 있는데 내가 기술위원 중 한 명이다 보니까 회의에 참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제가 매일, 매 순간 한국에 거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한국에 거주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지만, 많은 일정을 소화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있다.
이렇게 업무를 보는 것도 한국에서는 색다를 거라고 생각한다. 맞다, 안 맞다 보다는 좀 다른 부분이 있으니 (이미 약속된 일정들) 이 때문에 이렇게 일하고 있다고 생각해 주셨으면 한다.
Q)해외파 점검을 위해 유럽 일정을 잡은 것으로 아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점검인지 알려달라
=선수의 체력적인 상태 및 경기에서의 활약상, 멘털적인 부분 등을 선수들과 소통하면서 체크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선수들한테 듣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소속 구단의 감독들과 소통하면서 들을 수도 있다.
최근에는 브랜든 로저스 셀틱 감독과 통화하면서 이번에 이적한 권혁규, 양현준이 잘 적응하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도 했고, 상당히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 또 루이스 엔리케 PSG 감독하고도 이강인이 어떻게 활약을 하고 있는지, 만족하는지 어떻게 성장을 해야 할지 등 이야기를 나눴다.
또 올림피아코스와도 연락해 소통하면서 황인범 등 선수들에게 직접 듣지 못한 이야기들도 지속적으로 구단에서 듣고 있다. 그래야 대표팀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또 구단에서 이 선수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들으면, '아 대표팀에서 우리도 이 선수들을 이렇게 활용할 수 있겠다' 등을 계획할 수 있다. 그런 부분에 초점을 두고 출장을 다니고 있다.
지난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브렌트포드 개막전에 가서 김지수(브렌트포드)를 만났다. 이야기를 해봤는데 상당히 욕심 있고 꿈이 큰 선수였다. 김지수는 당장 아시안컵 출전이 힘들 수 있다. 이 선수의 성장은 본인의 노력도 달렸지만, 첫 만남에서 '대한민국의 대표선수로 성장할 분명한 자질을 가지고 있구나'라는 걸 느꼈다.
Q)앞으로 A매치도 있고 아시안컵 대회도 있는데, 국내 자원을 많이 불굴해야 할 것 같다. 현재 프로선수들이 700명 이상 되는데 어떻게 관찰해서 발굴하고 있는지
=사실 대표팀 운영하면서 700명 관찰하긴 쉽진 않다. 모두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을 정도의 퀄리티가 있느냐의 문제도 있다. 30~40명 명단을 추려서 선수들을 관찰하고 있다. 그 안에서 어떤 선수들이 계속 성장을 하는지, 또 어떤 선수를 합류시켜야 하는지 등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
한국에 있을 때 대학 리그나 고등학교 리그 경기를 보러 갔다. 어린 선수들은 연령별 대표팀 경기를 보면서 어떤 선수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왜냐하면 지금 당장 아시안컵 상당히 중요하다.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적 거두고 트로피를 한국에 가져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더 나아가서 다음 월드컵(2026 북중미 월드컵)까지 대비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재능 있는 어린 선수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현재 17세, 18세 선수가 2026년에는 A대표팀에 합류해서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나와 코치들은 여러 나라에서 활동하면서 지속적으로 경기를 보고 어떻게 하면 현재 최고의 구성원을 꾸밀 수 있는지 등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
Q)부임 전 약속됐던 일들을 처리하면 한국에 거주하는 기간이 늘어나는지
=클럽팀 감독이라면 해당 연고지에서 국내 경기만 준비하고 매일매일 그 선수들 훈련시키면 된다. 하지만 국가대표팀 감독은 분명히 다르다. 지난 월드컵에서도 많은 경기를 보면서 차두리 어드바이저랑 같이 세계 축구 흐름을 공부했다. 월드컵 기술위원회(TS)에서 축구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공부를 한 것처럼 세계적인 축구 흐름도 뒤처지지 않게 지켜보고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대팀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상대할 팀들이 어떻게 준비를 하고 있는지, 상대의 주요 선수들이 어디서 어떻게 활약하는지 직접 다니며 분석하면서 준비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우려와 걱정 충분히 이해하지만, 현재는 이런 방식으로 팀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Q)세계적인 축구 흐름을 공부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현재 대표팀들의 트렌드는 무엇인가.
=대표팀 경기의 트렌드는 카타르 월드컵 때와 약간 이어지고 있다. 팀들이 상당히 콤팩트하게 좁혀 서서 경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중원을 탄탄하게 장악해 공간을 내주지 않는 전술을 보여주고 있다. 또 각 팀들이 측면을 상당히 많이 활용하는 플레이들을 하고 있다. 측면 플레이를 통해 상대를 무너뜨리려고 하고,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리는 등 그런 공격 루트를 지난 월드컵 때 많이 봤다.
측면 공격은 하지만 중원에서 중거리슛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 그건 중원을 탄탄하게 수비하다 보니 나오는 현상이다. 페널티박스 부근에서는 슈팅이 나오지만 박스 이후에 20~25m 거리에서는 슈팅이 거의 나오지 않는 것도 지난 월드컵 때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 월드컵 때 각국의 전술은 유럽챔피언스리그를 보면 어느 정도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맨체스터 시티와 리버풀(이상 잉글랜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의 페프 과르디올라 감독과 위르겐 클롭 감독,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 등이 매번 새로운 전술을 갖고 나온다. 이 감독들이 어떤 전술을 유럽대항전에서 펼치느냐를 유심히 관찰해서 대표팀에 접목시킬 수 있을지 등을 고민해야 될 것 같다.
Q)오는 28일에 9월 A매치 대표팀 명단을 발표한다. '클린만스호'만의 번뜩이는 선수 선발을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지난 3월과 6월 A매치 당시 대표팀 명단에는 새로운 선수들이 발탁됐다고 생각한다. 3월 A매치 대표팀 같은 경우 축구협회와 이야기를 해서 팬들과 함께 선수들을 축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동의했다. 선수 선발을 카타르 월드컵 멤버 그대로 한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3월 대표팀 명단을 바뀌었을 것이다. 모든 감독들이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고 선호하는 선수와 전술이 있기 때문이다. 9월 A매치 명단에 얼마나 많은 선수들이 새로 합류할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변화가 있을 거다. 예상치 못한 부상도 있을 수 있고, 예기치 못한 다른 변수들이 있을 수 있어서 지켜보시면 흥미로울 것 같다.
Q)3월과 6월 A매치를 보면 공격 축구를 지향하는 것은 알겠는데 뚜렷한 색깔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4경기 동안 승리하지 못한 부분은 저도 상당히 화가 나고 아쉽다. 그래도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우리가 상대 국가들보다 좋은 경기력으로 찬스도 많이 만들었다. 단 득점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찬스를 많이 만들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제가 스트라이커였기 때문에 더 잘 안다. 득점을 하지 못하면 좋은 경기 결과나 긍정적인 응원을 받을 수 없다.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 중에는 능력 있는 선수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
다가오는 A매치에서 찬스를 살려 얼마나 많은 득점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면, 분명히 공격적인 색깔을 더 짙게 보실 수 있을 거 같다. '이런 찬스에서 득점을 하게 되면 이렇게 또 축구가 바뀔 수 있구나' 하는 부분을 보시게 될 거 같다. 그렇게 되면 공격축구의 색깔이 무엇이냐는 질문은 자연스럽게 해소될 거라고 생각한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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