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지휘 논란’ 클린스만 “국제적인 시각 확보도 중요”…“이강인, A매치 치르고 아시안게임 합류로 생각”[일문일답]
개인 일정 소화와 유럽파 선수 점검을 이유로 한국을 떠나 있는 위르겐 클린스만 남자 축구 대표팀 감독이 한국 상주 약속 불이행 논란에 입을 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18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국제적인 시각을 가지고 세계 축구 흐름을 빨리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도 차출된 이강인(22·파리 생제르맹)에 대해서는 “A매치 2경기를 치르고 합류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강인이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수들과 하루라도 빨리 호흡을 맞춰보길 바라는 황선홍 감독과 입장이 달라 대한축구협회의 조율이 필요해 보인다. 다음은 클린스만 감독과의 주요 일문일답 요약.
-외국인 사령탑 선임할 때 한국 체류는 중요한 조건이다. 현재 한국을 나가 있는 이유가 대표팀 감독 선임하기 전 계약서상 약속한 것들 때문이라고 했다. 마무리가 되면 한국 체류 기간도 늘어날 수 있나.
“‘한국에 거주하지 않는다’는 우려와 걱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내가 한국에 계속 없었다고 많은 사람이 말하지만 부임 직후에는 거의 한국에 있었다. 7~8월 한국에 많이 없었던 건 사실이다. 이미 말한 바와 같이 사전에 약속했고, 이미 준비된 일정이 많아 불가피하게 한국을 떠나 있다. 9월부터 A매치 기간이 끝나고 나면 한국에 더 많은 기간 머무를 것이다. 앞으로 한국에서 나를 많이 보겠지만 출장 가는 모습도 많이 볼 거라는 말을 미리 하고 싶다. 대표팀 감독은 국제적으로 시각을 넓혀야 하고, 현대 축구의 흐름을 빨리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게 파악한 내용을 이 팀에 접목할 것이고, 아시안컵에서 나온 결과를 보고 여러 사람이 나를 평가하게 될 것이다.”
-한국에 상주하느냐가 중요한 이유는 K리거의 동기 부여로 이어지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런 문제의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에 있을 때는 나도 많은 경기를 봤다. 주말에는 거의 경기장에만 있다시피 할 정도로 많이 봤다. 대표팀 감독이라면 국제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현대 축구 흐름에 뒤지지 않고 최대한 간격을 좁히면서 결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 능력 있는 코치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계속해서 우리 코치들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고, 유럽에서도 지역을 나눠서 최대한 많은 경기 관람을 소화하려고 한다. 또 대한축구협회와 계약하기 전에 이미 약속된 일들이 있다. 이번 달 말에는 모나코에서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조별 예선 추첨이 있다. 또 그에 앞서 UEFA(유럽축구연맹) 기술회의가 있는데 내가 기술위원 중의 한 명이다 보니 회의에 참석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 거주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이렇게 업무를 보는 것이 한국에서는 색다르게 보일 거로 생각한다. 지금은 이렇게 운영을 하고 있다.”
-해외파 선수를 점검한다고 했는데 어떤 것들을 점검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달라.
“선수의 체력적인 상태, 경기에서 어떻게 활약하는지와 정신적으로 어떤 상태에 있는지 선수들과 소통하면서 점검한다. 더 중요한 것은 선수들에게 듣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감독이나 디렉터들과 소통하면서 듣는다는 것이다. 현재 몸 상태와 선수들이 성장은 잘하고 있는지 등등. 예를 들어 최근에는 브렌던 로저스 감독과 통화하면서 이번에 셀틱(스코틀랜드)로 이적한 권혁규, 양현준이 잘 적응하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했다. 상당히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고, 루이스 엔리케 감독하고도 전화를 해서 이강인 선수가 어떻게 활약하고 있는지, 만족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또 그가 어떻게 성장을 해야될 것 같은지에 대한 고민을 나눴다. 올림피아코스(그리스)와도 연락해 황인범 선수의 상태를 듣고 있다. 선수들 생각이 어떤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구단에서 이 선수들을 어떻게 활용할 건지에 대한 계획을 들으면 대표팀에서도 이 선수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알 수 있거나, 고민을 할 수 있어서 그런 부분에 초점을 맞춰 출장을 다니고 있다. 다음 월드컵까지 약 3년 반 동안의 시간이 남았다. 그 기간 얼마나 많은 선수가 성장을 하는지, 또 얼마나 많은 어린 선수들이 성장해서 대표팀 선수로 혹은 선발 자원으로까지 성장할 수 있는지를 지켜보는 부분도 상당이 중요할 것 같다. 지난주 EPL(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브렌트퍼드와 토트넘의 개막전을 보러 갔을 때 김지수 선수(19·브렌트퍼드)도 만났다. 상당히 욕심이 많고 꿈이 큰 선수였다. 당장 아시안컵 출전이 힘들 수는 있다. 이 선수가 어떻게 성장할지는 본인 노력에 많이 달렸지만 첫 만남에서 느꼈던 것은 이 선수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할 자질을 분명히 갖고 있구나였다. 당장 코앞에 있는 대회뿐만 아니라 어린 선수들이 성장해서 대표팀의 새 얼굴이 되는지 지켜보는 것도 상당히 중요할 것 같다. 소통과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이강인 선수가 A대표팀과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동시에 차출됐다. 이번 유럽 원정길에 데려갈 생각인가.
“두 번의 A매치 기간과 아시안게임 일정은 겹치지 않는다. 일단 A대표팀에 차출된다고 하면 웨일스, 사우디와의 경기를 소화하고 아시안게임에 합류하는 거로 생각을 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선수가 양 팀에 동시에 차출될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A대표팀에 합류해서 잘 경기를 치르고, 그다음에 아시안게임에 합류하는 거로 계획을 짰다. 이강인은 프랑스 리그1 개막전에서 선발로 출전을 했다.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하고 상당히 자랑스러운 순간이었다. 파리 생제르맹 멤버를 보면 알겠지만 선수단이 상당이 강하고 세계적인 선수들이 많다. 그 경쟁에서 살아남아 첫 경기부터 선발로 경기를 소화한 부분은 상당히 고무적이고 앞으로도 그런 모습을 대표팀에서 지속적으로 보여주기를 희망한다.”
-앞으로 A매치도 있고 아시안컵도 있는데 국내 자원을 많이 발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700여명 선수가 있는 거로 아는데 어떻게 발굴하고 있나. 다른 코치진하고도 이렇게 온라인으로 하나.
“대표팀을 운영하면서 700명을 다 관찰하기는 사실 쉽지 않다. 그리고 그 700여명이 다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 되느냐의 문제도 있다. 30~40명 정도 명단을 추려서 그 선수들을 지속해서 관찰하고 있다. 30~40명이라고 말했지만 지난번에 한국에 있을 때 U리그(대학리그) 경기, 고등학교 리그 경기도 보러 갔다. 연령별 대표팀의 경기도 보면서 선수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보고 있다. 앞서 말한 30~40명의 리스트고 계속 바뀐다. 새로운 선수가 나타났을 때 어떻게 이 선수를 또 관찰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계속 나누고 있다.”
-아시안게임 차출 관련해서 논란이 되는 건 합류 시점이다. 황선홍 감독만큼 선수들에게도 아시안게임 출전이 중요한데 선수들 의견을 들을 생각은 있나.
“선수들과의 소통 관련해서는 차두리 어드바이저와 선수들이 지속해서 소통을 하고 있다. 상당히 많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중요한 것은 A매치 기간에 합류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 그리고 아시안게임에 가야 하는 선수 중 겹치는 선수들이 사실 많지는 않다. 이 숫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일단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좋은 건 이 선수들이 A대표팀에 합류해서 A매치를 치르고 나서 아시안게임에 가는 것이 가장 좋은 준비 과정이다. 경기력이나 체력을 끌어올릴 수 있고, 경기 리듬을 A매치 통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나면 그런 리듬을 자연스럽게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해서 또 이어가면 상당히 좋을 것이다. 황선홍 감독의 고충도 충분히 이해한다. 물론 선수들이 빨리 소집해서 발을 맞추고 조직력을 갖추고 싶어하는 마음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겹치는 선수 숫자가 많지는 않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아시안게임의 중요성은 충분히 알고 있다. 선수들의 병역 문제가 달려 있다는 것도 지금은 충분히 이해하고 인지하고 있다. 아시안게임 명단을 봤는데 나는 아주 두터운 스쿼드라고 생각을 하고, 꼭 우승하길 바란다. 겹치는 선수에 한해서는 A대표팀에 와서 경기를 잘 소화하고 그런 리듬을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가서 또 보여준다고 하면 양 팀 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클린스만 감독만의 번뜩이는 선수 선발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이번 명단에 변화가 있나. 공격 축구를 지향하지만 클린스만만의 뚜렷한 색깔이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도 있다. 9월 웨일스, 사우디와 경기에서는 어떤 전략으로 맞서려고 하나.
“3월, 6월 명단을 보면 상당히 많이 새로운 선수들이 발탁됐다. 3월 명단은 앞서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에 국내에서 국내 팬들에게 축하받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준비한 명단이다. 6월에는 많은 선수가 새로 합류를 했고, 9월 A매치 명단도 변화가 있을 것이다. 공격 축구를 언급했는데, 4경기 동안 승리하지 못한 부분은 나도 상당히 화가 나고 아쉽지만 그래도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고 생각한다. 상대보다 찬스도 많이 만들었다. 단 득점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아무리 찬스를 많이 만들어도 득점을 하지 못하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없다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우리 선수 중에는 능력 있는 선수들이 상당히 많다. 다가오는 경기에서부터 득점력을 보여준다고 하면 공격적인 색깔을 더 짙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9월 A매치뿐만 아니라 이후 경기들에서 좋은 경기력과 결과를 가져온다면 궁금해하는 공격 축구의 색깔이 무엇이냐는 궁금증은 자연스럽게 해소되리라 생각한다.”
-월드컵에서 한국이 두 골 먹히고 이겨본 역사가 없다. 세 골 먹히면 네 골 넣어서 이기겠다 이렇게 답한 적이 있다. 실제 경기를 치러 보니 마무리 부분에서 세밀하지 못하고, 뜻대로 안 된다는 것을 체감했는지도 모르겠다. 부임 첫날 말했던 그 철학은 아직도 확고한가.
“아직도 믿음은 강하다. 내 답은 변함이 없다. 두 골 먹히면 세 골 넣으면 된다. 공격 중심의 축구는 계속 지향할 것이다. 내려서는 수비 같은 그런 전술은 나는 가지고 나오지 않을 것이다. 특히 지난 6월 페루, 엘살바도르와 경기할 때 다 같은 기분이었을 거로 생각한다. 찬스는 만드는데 골이 안 들어가다 보니 답답하고 짜증스러웠다. 사실 손흥민이 건강하게 팀에 합류했다면 또 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탈장 수술을 받아 경기를 바로 출전할 수 없었고, 마지막 경기도 무리하게 또 경기를 출전시킬 수 없었다. 손흥민이 있었다면 또 다른 경기 결과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지 않겠냐는 아쉬움은 남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지금 선수들과 소집을 두 번 했다는 사실이다. 그 두 번의 소집 동안 많은 걸 알게 됐다. 선수들의 장점이 뭔지 좀 더 많이 파악하고 있고, 선수들이 어떤 부분에서 어려워하는지도 봐야 할 것 같다. 어떤 부분에서 내가 도와줄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도 계속 고민을 하고 있다. 손흥민은 주장까지 맡아 자랑스럽다. 조규성은 유럽 무대로 이적을 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이 선수가 또 어떻게 다가오는 경기와 시즌을 치르는지도 지켜봐야 될 것 같다. 황의조는 노팅엄 포리스트로 복귀했는데 지금 경기를 뛰지 못하고 있다. 경기를 출전할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한다. 결국 이 선수들이 득점을 해줘야 한다. 이 선수들의 소속팀에서의 활약, 출전 시간도 계속 변하기 때문에 체크를 계속하겠다. 다른 선수들을 대표팀에서 활용하고 득점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계속해야 할 것 같다. 아직 믿고 있다. 우리 선수들을 믿고 있다. 두 골 먹으면 세 골 넣을 수 있을 것이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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