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은 스마트한 투수" 美 극찬 세례, 어떻게 신시내티 요리하고 2승 따냈나 (종합)
[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나의 커브에 100점을 주겠다"
최고 시속 144km에 이르는 포심 패스트볼에 최저 시속 105km의 느린 커브까지.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6)의 투구는 그야말로 '자유자재'였다. 류현진이 이번에도 비자책 호투를 선보이면서 시즌 2승째를 따냈다.
류현진은 2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신시내티 레즈와의 방문 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등판, 5이닝 동안 83구를 던지면서 4피안타 1볼넷 7탈삼진 2실점(비자책)으로 호투를 펼쳤다. 경기는 토론토가 10-3으로 대승을 거뒀고 류현진은 시즌 2승째를 수확했다.
류현진은 수술과 재활을 거쳐 돌아온 뒤 순항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해 6월 왼쪽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던 류현진은 1년 여의 시간 동안 재활과 회복에 집중했고 마침내 지난 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경기에서 복귀전을 치를 수 있었다. 당시 5이닝 9피안타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던 류현진은 8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의 경기에서 4이닝 동안 안타 1개도 맞지 않고 1볼넷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쳐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물론 상대 타자 오스카 곤잘레스의 강습 타구에 오른쪽 무릎을 맞는 변수도 있었으나 다행히 타박상에 그치면서 14일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 정상 등판이 가능했다. 류현진은 컵스 타자들을 상대로 5이닝 2피안타 2실점(비자책)으로 호투, 지난 해 5월 27일 LA 에인절스전 이후 444일 만에 승리투수에 이름을 올리는 감격적인 순간을 맞았다.
류현진은 복귀 첫 승에 이어 이번엔 2연속 승리로 신바람을 냈다. 이날 경기 역시 비자책으로 호투하면서 14이닝 연속 비자책 행진을 펼친 류현진은 자신의 시즌 평균자책점을 2.57에서 1.89로 낮추는 기염을 토했다. 비록 4경기에서 19이닝을 던져 표본이 매우 적지만 그래도 수술 복귀 후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류현진의 최고 구속은 89.6마일(144km)까지 나왔고 최저 구속 65.5마일(105km)의 느린 커브까지 더하면서 신시내티 타선을 꽁꽁 묶었다. 이날 류현진은 포심 패스트볼(38개), 체인지업(18개), 커브(16개), 커터(11개) 등 4가지 구종을 적재적소에 활용했다. 이것이 류현진이 복귀 후 4경기에서 2승 1패 평균자책점 1.89로 순항하고 있는 이유다.
# 류현진 "나의 커브에 100점 만점을 주겠다"
경기 후 류현진은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신시내티 타자들이 공격적으로 나올 것이라 생각해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가려 했고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이 오늘 경기의 핵심 포인트였다"라면서 팀 타선이 무려 홈런 5개를 비롯해 9득점을 지원해준 것에 대해서는 "우리 팀은 충분히 많은 득점을 올릴 수 있는 타자들이 있다"라고 타선의 지원을 믿어 의심치 않았음을 말했다.
류현진의 구종 중 가장 돋보였던 것은 역시 커브였다. "오늘 커브는 100점 만점에 몇 점을 줄 수 있느냐"는 현지 취재진의 물음에 류현진도 "100점 만점을 주겠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최저 시속 105km의 느린 커브는 상대적으로 젊고 공격적인 신시내티 타선을 공략하는데 아주 효과적이었다.
토론토의 사령탑인 존 슈나이더 감독 또한 "류현진은 신시내티 타자들의 공격적인 성향을 잘 이용했다. 정말 좋은 내용의 경기를 했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류현진이 갖고 나온 전략이 100% 통했음을 감독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날 연타석 홈런을 날리며 류현진의 지원사격한 브랜든 벨트도 "류현진은 투구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투수"라면서 "류현진이 어떤 것을 갖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는 어떻게 던져야 하는지 알고 빠르게 투구를 한다. 그렇게 빠르게 던지는 투수와 함께 경기하는 것은 항상 재미가 있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벨트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시절 LA 다저스에서 뛰던 류현진과 자주 상대했던 선수라 류현진이 어떤 투수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토론토 타선에 합류한 벨트는 이날 연타석 홈런으로 시즌 12~13호 홈런을 마크하면서 류현진의 2승 달성에 앞장 섰다.
# "류현진은 스마트한 투수" 현지 언론도 극찬 세례
이날 류현진의 호투 소식을 전한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는 "류현진이 많은 투수들처럼 강하게 던지는 투수도 아니고 '와~'라고 말할 정도로 강력한 투구를 가진 투수도 아니지만 그는 스마트한 투수다"라고 류현진의 영리한 피칭을 칭찬하면서 "류현진은 상대 타자가 스윙하려는 열망을 누구보다 잘 읽는데 이는 젊고 공격적인 타자들을 매우 위험하게 만든다"라고 류현진의 노련미에 높은 점수를 줬다.
신시내티 지역 언론에서도 류현진의 호투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이날 '신시내티 인콰이어러'는 "류현진은 5이닝 동안 7명의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자책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는 신시내티 타자들의 방망이에 흙을 묻히는 시속 70마일 이하의 커브를 던졌다. 신시내티는 좌완 선발투수를 상대로 일관적이지 않은 득점 생산력을 보인 최근의 추세를 이어갔다"라고 류현진의 커브를 언급하면서 그의 투구를 호평했다.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인 곳은 바로 토론토의 공식 SNS였다. 이날 토론토 공식 트위터에서는 류현진의 호투 소식에 반색하면서 "괴물의 마스터 클래스(Monster Masterclass)"라는 표현으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을 극찬했고 "류현진 폼 미쳤다"라는 한글로 된 메시지까지 남기며 깊은 애정을 보였다.
# 류현진 어떻게 2승 수확했나…2회 수비 난조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날 토론토는 위트 메리필드(2루수)-보 비셋(유격수)-벨트(지명타자)-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1루수)-조지 스프링어(우익수)-달튼 바쇼(좌익수)-맷 채프먼(3루수)-대니 젠슨(포수)-케빈 키어마이어(중견수)와 선발투수 류현진으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무릎 부상이 있었던 비셋이 20일 신시내티전부터 합류하면서 토론토의 라인업이 탄탄해졌다.
이에 맞서 신시내티는 스튜어트 페어차일드(우익수)-맷 맥레인(2루수)-엘리 델라 크루즈(유격수)-스펜서 스티어(좌익수)-조이 보토(지명타자)-크리스티안 엔카나시온-스트랜드(1루수)-노엘비 마르테(3루수)-TJ 프리들(중견수)-루크 메일리(포수)로 1~9번 타순을 구성했고 선발투수 헌터 그린을 내세웠다. 그린은 오른쪽 고관절 부상을 딛고 6월 18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전 이후 첫 등판에 나섰다.
토론토는 1회초 1사 후 비셋이 중월 3루타를 터뜨렸고 벨트의 타구가 전진 수비를 시도한 2루수 맥레인의 글러브를 외면하면서 그 사이 3루주자 비셋이 득점, 토론토가 1점을 선취할 수 있었다.
류현진은 선두타자 페어차일드를 만나 70마일(113km) 커브로 유격수 땅볼을 유도하고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았고 맥레인에게는 78마일(126km) 체인지업을 던져 첫 번째 탈삼진을 기록했다. 이어 델라 크루즈에게는 87마일(140km) 포심 패스트볼을 던져 3루수 땅볼 아웃을 잡고 이닝을 끝냈다. 삼자범퇴로 기분 좋은 출발을 한 것.
토론토는 2회초 1사 후 젠슨이 좌익선상 2루타로 득점권 찬스를 열었고 키어마이어가 우월 2점홈런을 터뜨리면서 시즌 6호 홈런을 기록했다. 메리필드가 중견수 방향으로 2루타를 터뜨리고 그린의 폭투로 3루에 들어가면서 토론토가 다시 한번 득점 찬스를 가져왔고 벨트가 우월 2점홈런을 폭발, 토론토가 5-0으로 달아나는데 성공했다. 벨트의 시즌 12호 홈런이었다.
류현진은 2회말 내야진의 불안한 수비로 2점을 허용해야 했다. 선두타자 스티어를 3루 방면 내야 안타로 출루를 허용한 류현진은 조이 보토를 65.5마일(105km) 커브로 3구 삼진을 잡으면서 한숨을 돌렸으나 엔카나시온-스트랜드에게 우전 안타를 맞고 1사 1,3루 위기에 놓였다.
류현진은 이어 마르테를 좌익수 플라이 아웃을 잡았지만 좌익수 바쇼의 송구를 컷오프한 3루수 채프먼이 2루로 악송구를 하면서 주자 2명이 득점하는 장면을 바라만 봐야 했다. 순식간에 2실점을 한 것. 그러나 이는 모두 자책점으로 기록되지 않았다. 이어 프리들의 땅볼 타구를 잡은 1루수 게레로 주니어가 1루로 커버를 들어가던 류현진을 향해 악송구를 하는 실책도 범했다. 그러나 류현진은 메일리를 우익수 플라이 아웃으로 처리, 추가 실점을 하지 않고 2회를 마쳤다.
류현진은 3회말 1사 후 맥레인을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델라 크루즈와의 풀카운트 승부 끝에 6구째 66마일(106km) 커브로 헛스윙을 유도하고 삼진 아웃을 잡았고 스티어를 초구에 투수 땅볼로 요리, 이닝을 종료했다.
그러자 토론토는 4회초 비셋이 우월 솔로홈런을 날려 시즌 18호 홈런을 기록하고 벨트도 좌월 솔로홈런을 날리면서 '백투백 아치'를 그렸다. 벨트는 연타석 홈런까지 기록하는 기쁨까지 맛봤다. 벨트의 시즌 13호 홈런. 이어 게레로 주니어가 볼넷으로 출루하자 이번엔 스프링어가 좌월 2점홈런을 터뜨리면서 쐐기를 박았다. 스프링어의 시즌 15호 홈런이었다. 류현진의 맞상대였던 그린은 결국 3이닝 10피안타(5피홈런) 3볼넷 4탈삼진 9실점(8자책)으로 무너지면서 패전투수가 됐다.
4회말 삼자범퇴로 기세를 이어간 류현진은 5회말 선두타자 프리들에 우전 안타를 맞고 메일리에게도 유격수 방면 내야 안타를 허용하면서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지만 홉킨스를 풀카운트 승부 끝에 89.5마일(144km) 포심 패스트볼로 삼진 처리하고 맥레인을 포수 파울 플라이 아웃으로 잡은 뒤 델라 크루즈를 69마일(111km) 커브로 3구 삼진을 잡아 실점 없이 이닝 종료를 선언했다. 토론토는 9-2로 앞선 6회말 좌완투수 제네시스 카브레라를 마운드에 올리면서 류현진의 투구는 그렇게 끝났다.
토론토는 5이닝 4피안타 1볼넷 7탈삼진 2실점(비자책)으로 호투한 류현진에 이어 6회말 좌완투수 제네시스 카브레라를 마운드에 올렸고 카브레라는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은 뒤 7회말 바우든 프랜시스에게 바통을 넘겼다. 프랜시스는 7회말 스티븐슨에게 좌월 솔로홈런을 맞기는 했지만 3이닝 2피안타 4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고 시즌 첫 세이브를 따냈다.
타선에서는 벨트가 홈런 2방 포함 5타수 2안타 3타점 2득점으로 펄펄 날았고 스프링어가 4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 비셋이 5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 젠슨이 5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각각 활약했다. 신시내티에서는 스티어가 4타수 2안타 1득점을 남겼는데 스티어는 이날 신시내티 타자 중 유일하게 멀티히트를 기록한 선수였다. 류현진에게 안타 4개 밖에 터뜨리지 못한 신시내티는 이날 7안타로 저조한 공격력을 나타냈다.
경기는 토론토의 10-3 승리로 끝났다. 장단 12안타를 몰아친 토론토의 당연한 승리였다. 시즌 전적은 69승 56패를 마크하며 70승 고지를 눈앞에 뒀다. 토론토와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시애틀 매리너스는 이날 휴스턴을 7-6으로 꺾어 69승 55패를 기록, 토론토를 간발의 차로 앞섰다. 현재 시애틀은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3위로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을 겨우 지키고 있다. 토론토는 0.5경기차 뒤진 4위에 랭크돼 있다. 신시내티는 64승 61패를 기록했다.
이날 게레로 주니어는 왼쪽 가운데 손가락 부상으로 경기 도중 카반 비지오와 교체되기도 했으나 심각한 부상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슈나이더 감독은 "하루짜리 부상일 것"이라면서 오는 23일 볼티모어전에는 정상 출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시내티 원정길을 마무리한 토론토는 22일 하루 휴식을 취하고 23일부터 볼티모어로 건너가 볼티모어와 원정 3연전을 치른다. 이어 26일부터는 토론토 홈으로 돌아와 클리블랜드와의 홈 3연전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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