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움’ 요구하는 일본에서 솟구친 여성 중심 록밴드 ‘히쓰지분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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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쓰지분가쿠는 이달 초 한국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 참가해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한국 팬층을 쌓아가는 일본 밴드다.
한·중·일 3국을 넘나들며 서양 백인 남성 중심의 기존 록 관념을 무너뜨리고 있는 이 밴드를 '한국 팝의 고고학' 주 저자인 신현준 성공회대 교수가 서면으로 만났다.
2019년 인디 밴드로 처음 내한한 이래 부쩍 성장하여 올여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을 찾아 열광적인 반응을 받은 그들과 서면 인터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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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쓰지분가쿠는 이달 초 한국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 참가해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한국 팬층을 쌓아가는 일본 밴드다. 한·중·일 3국을 넘나들며 서양 백인 남성 중심의 기존 록 관념을 무너뜨리고 있는 이 밴드를 ‘한국 팝의 고고학’ 주 저자인 신현준 성공회대 교수가 서면으로 만났다.
아시아 록 밴드가 아시아 여러 나라의 청중 수천명 앞에서 연주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올여름 중국, 일본, 한국의 대형 페스티벌에 초대되어 그런 반응을 얻은 밴드가 있다. 일본 3인조 밴드 ‘히쓰지분가쿠’다. 2011년 결성돼 일부 멤버가 교체되며 2017년부터 지금의 멤버인 보컬·기타의 시오쓰카 모에카, 베이스·배킹보컬 가사이 유리카, 드럼 후쿠다 히로아가 활동해오고 있다. 2019년 인디 밴드로 처음 내한한 이래 부쩍 성장하여 올여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을 찾아 열광적인 반응을 받은 그들과 서면 인터뷰를 했다.
먼저 평론가들에게 ‘1990년대 얼터너티브 록의 영향’이라는 평을 많이 들었던 1집 ‘젊은이들에게’(2018) 시절에 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드러머 후쿠다는 “(1990년대의) 슈게이즈, 포스트록, 드림팝, 사이키델릭 등의 음악뿐만 아니라 영화와 문학에 나타난 니힐리즘에 영향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이들 밴드 이름의 한자 표기는 ‘羊文学’(양문학)이다.
3집 ‘아워 호프’(2022)에 실리고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도 연주한 ‘히카루토키’나 ‘마요이가’ 같은 곡은 ‘팝’ 스타일이라서 팬데믹 기간에 음악적으로 어떻게 성장했는지 궁금했다. 시오쓰카는 “갑자기 팝적인 것이 생겨났다기보다는 예전부터 둘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메이저 레이블인 소니뮤직과 계약한 뒤 히트곡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 등으로 활동 방식이 바뀌었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시오쓰카는 “회사의 압박은 없지만 성공을 위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부담감은 항상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스의 가사이는 “이제 겨우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집중해서 제작할 수 있다는 마음이 더 크다”고 했다. 많은 한국 밴드들이 부러워할 말이다.
밴드는 시오쓰카와 가사이, 두 젊은 여성이 무대를 이끌며 ‘여성’의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일본 미디어가 여성을 흔하게 다루는 ‘가와이’(귀여움)의 이미지가 아니다. 시오쓰카는 “인디 시절 ‘걸 밴드 페스티벌’ 같은 데 불려나가 공연을 하다 보면 조금 짜증이 났다. 그런 곳에 오는 사람들은 귀여운 여자애들을 보러 온다고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강한 여성의 힘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좋아하는 아시아 음악으로 시오쓰카는 “싱가포르의 율(Yeule)과 한국의 이랑”, 가사이는 “민족악기를 도입하는 지금의 중국 음악”, 후쿠다는 “대만의 ‘투명잡지’를 비롯한 아시아 인디 록”을 언급했다. 가사이는 “아시아 어디를 가도 같은 세대의 감각은 비슷해서 위화감이 없다”고 동세대 아시아 음악인들에 대한 유대감을 드러냈다. 시오쓰카 또한 “일본보다 아시아 다른 나라들에서 우리 공연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파워풀한 반응을 보내준다”고 국경을 넘어서 만난 아시아 팬들의 반응에 대해 말했다.
그래서 그들이 만들어내는 록스타의 초상은 ‘서양 백인 남성’과는 거리가 있다, 2집 앨범 ‘파워스’(2020)에 수록된 ‘록스타’는 “화병의 꽃을 소중히 여기는” 존재다. 21세기 아시아 여성의 감각이 느껴지는 이 노랫말은 70년 동안 공간적 이동과 시간적 순환 속에 록스타의 이미지가 이렇게나 달라졌음을 새삼 느끼게 한다.
신현준/대중음악 연구자·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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