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경이 총살했다”…91살 노인의 일기, 민간인 희생 증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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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총소리에 깨었다. 어머님이 동리를 포위했다는 말에는 죄 없는 나까지 떨었다. 그런데 순경이 간 뒤에 동리 사람의 말을 들으니 OO이, OO씨 딸, OO씨 세 사람을 체포하여 갔고, 동래 청년들도 전체 기압(기합)을 받았다 함. 순경이 몇 십명 동리를 포위하여 OO씨 딸, OO씨, OO이를 체포하여 내종에는 세 사람을 총살했다 함. 오늘 아침 세 사람의 죽임에도 불구하고 또 OO이 부친을 체포해가고 하라부락은 라OO씨가 잡혀감. 이 동리만은 이런 불상사가 없을 줄 알았더니 천만 뜻밖에 이런 일이 나고 보니 어찌 안심하고 살 수 있으리오. 모두 공포에 떨고 있다."
군경 토벌작전의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이 일기 내용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1948년 5월부터 1951년 3월 사이 군경에 의한 전남 영광군 군서면·낙월면 등 일대 민간인 47명의 희생 사건을 밝히는데 중요한 증거자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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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무개씨 일기 활용…공로 인정 보상금 지급
“아침 총소리에 깨었다. 어머님이 동리를 포위했다는 말에는 죄 없는 나까지 떨었다. 그런데 순경이 간 뒤에 동리 사람의 말을 들으니 OO이, OO씨 딸, OO씨 세 사람을 체포하여 갔고, 동래 청년들도 전체 기압(기합)을 받았다 함. 순경이 몇 십명 동리를 포위하여 OO씨 딸, OO씨, OO이를 체포하여 내종에는 세 사람을 총살했다 함. 오늘 아침 세 사람의 죽임에도 불구하고 또 OO이 부친을 체포해가고 하라부락은 라OO씨가 잡혀감. 이 동리만은 이런 불상사가 없을 줄 알았더니 천만 뜻밖에 이런 일이 나고 보니 어찌 안심하고 살 수 있으리오. 모두 공포에 떨고 있다.”
전남 영광군 군서면 신하리 조아무개씨가 한국전쟁기인 1951년 2월11일 쓴 일기다. 군경 토벌작전의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이 일기 내용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1948년 5월부터 1951년 3월 사이 군경에 의한 전남 영광군 군서면·낙월면 등 일대 민간인 47명의 희생 사건을 밝히는데 중요한 증거자료가 됐다.
일기에는 본인이 거주하던 영광군 군서면 신하리에서 발생한 민간인 희생 사건이 기재돼 있고, 이번 사건 진실규명대상자 2명이 경찰에 처형당했다는 사실도 적시돼 있다. 또한 인민군의 영광군 점령과 경찰 수복 날짜를 비롯해 당시 주민들이 느끼는 공포감 등이 담겨 있어 역사적 사료 가치도 높다.
진실화해위는 18일 오후 열린 제60차 전체위원회에서 해당 사건의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고 21일 밝혔다. 조사 결과, 가해 주체는 제11사단 육군과 309·301·704 함정의 해군 등 군인, 영광경찰서와 관할 지서 경찰로 확인됐다. 제11사단 군인들과 해군·경찰은 관내 수복 작전과 부역혐의자·좌익혐의자 수색 과정 등을 통해 민간인을 적법절차 없이 살해했다.
희생자들은 주로 20~30대 남성이었고, 대부분 농업에 종사했다. 진실화해위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 피해 회복을 위한 조치, 추모사업 지원, 역사 기록 반영, 평화인권교육 실시 등을 권고했다.
조씨의 1950~51년 일기본을 입수해 진실규명 과정에 활용한 진실화해위는, 일기장을 제공한 조씨의 공로를 인정해 60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91살인 조씨는 평생 일기를 써왔다고 한다. 현재도 해당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조씨는 사건 신청인의 야학 교사였다. 신청인이 조씨를 진실화해위에 참고인으로 소개하면서 일기장까지 제공하게 됐다.
진실화해위는 이날 전체위원회에서 경남 진주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 사건, 경기 김포 민간인 희생사건, 완도·화순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사건과 서울·경기·인천의 전시납북 피해 사건 등에 관한 진실규명 결정도 내렸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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