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보호자' 정우성 "영화는 내 인생의 힘…연출? 적성에 맞아요"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나는 언젠가 연출할거야."
배우 정우성은 데뷔 초부터 주변인들에게 이같은 말을 하곤 했다. 자신의 이름을 알린 영화 '비트' 촬영 당시, 김성수 감독의 제안으로 '나에겐 꿈이 없었다'라는 유명한 내레이션을 직접 썼던 이후 시나리오와 연출에 대한 열망은 단 한 번도 꺼진 적이 없었다. 몇 편의 뮤직비디오와 단편영화를 만들며 감독으로 불린 적 있지만 각색, 캐스팅, 후반 작업까지 모두 책임진 장편 영화는 '보호자'가 처음이다.
"'증인' 이후에 '액션 연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할 때쯤 받은 시나리오가 '보호자'였어요. 출연은 결정한 상태였는데 연출로 준비하고 있던 신인 감독에게 사정이 생겨서 어쩔 수 없이 빠지게 된 거예요. 어차피 출연하기로 했으니까 '그럼 내가 연출해볼까?' 하게 됐죠. 그렇게 단순하게 연출을 결심한 이후로 저를 자극했던 건 클리셰였어요. 이걸 극복하는 게 도전이라고 생각했죠. '보호자'가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진 모르겠지만 잘 마무리하면 내 첫 번째 연출작으로서 나름 의미가 있을 것 같았죠."
'보호자'는 10년 만에 출소해 몰랐던 딸의 존재를 알고 평범하게 살기를 원하는 수혁(정우성)과 그를 노리는 이들 사이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다. 정우성은 보스를 죽이고 수감됐다가 출소한 수혁을 연기했다. 딸을 위해서라도 모든 과거를 정리하고 평범한 삶을 살기로 결심하지만 그가 몸담았던 조직과 조직의 2인자 성준(김준한), 성준이 고용한 해결사 우진(김남길)과 진아(박유나)가 수혁을 쫓기 시작한다.
"수혁은 이미 폭력의 공간에 있었던 때를 후회하는 사람이에요. 출소 후에 사랑했던 여자를 찾아갔더니 자기도 몰랐던 딸이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폭력을 다시 선택할까 그게 이 사람의 딜레마였어요. 그럼에도 '아이 아빠가 평범하고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여자의 말에 평범한 삶을 택하긴 하는데, 뭐가 평범한 건지도 잘 몰라요. 의도치 않게 원치 않은 상황에 빠져드는 인물들 속에서의 감정적 아이러니를 중심에 놓고 싶었어요."
수혁은 폭력의 세계에서 벗어나려는 의지가 강하지만,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는 덴 서툰 인물이다. 빌런들의 숱한 위협을 받으면서도 분노를 터트리는 대신 절제된 표현법으로 카리스마를 드러내고, 미처 보여주지 못한 감정은 액션에 담는다. 수혁의 액션이 더욱 폭발력 있게 다가오는 이유다.
"영화에 많이 등장하는 차는 수혁의 분신처럼 만들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수혁이 새 삶을 살겠다고 세상에 나왔는데 모든 게 낯설거든요. 이 사람한테 가장 익숙한 공간은 자기가 옛날에 탔던 차, 그 작은 공간뿐이었을 거예요. 그래서 차 안으로 숨고, 자기 감정을 차 안에 웅크린 수혁을 보여주고 싶었고요. 그러다 호텔 로비에서 벌이는 카 액션을 만들게 됐죠. 공간의 제약이 많았고 변수가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니까 계속 신경이 곤두선 상태로 촬영했던 것 같아요."
특히 김남길, 박성웅, 김준한, 박유나 등의 신선한 시너지는 '보호자'에서 찾을 수 있는 볼거리 중 하나다. 배우이자 감독으로서 누구보다 연기자의 입장을 완벽하게 이해한다는 점은 현장 모든 배우들에게도 든든한 동력이었다.
"우진은 해석하기 어려운 캐릭터라 캐스팅이 쉽지 않을 것 같았어요. 그래도 용기를 내서 김남길 씨에게 시나리오를 전달했더니 '이거 형 앞에서 하는 것처럼만 하면 되죠?' 하더라고요. 글만 봐서는 이해하기 어려워할 줄 알았는데 너무 잘 소화해줬어요. 김준한 씨는 '박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속 그의 연기가 너무 인상 깊어서 예전 쫑파티 때 연락처를 받아놨었어요. 그리고 성준 역할에 잘 어울릴 것 같아 제안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정말 좋은 연기를 보여주셨어요."
한 가지 분야에서 오래 일하다보면 일은 습관이 된다. 30년 전 데뷔 초창기부터 스타였던 정우성에게도 연기는 일상이었을테고 관성대로 십수 년은 더 일할 수 있었다. 연출이라는 새로운 길을 내다가 괜한 혹평과 마주할 수도 있었다. 오랜 세월 배우로서 잘 쌓아온 커리어에 어떤 흔적을 남길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가 있는 힘껏 도전한 이유는 오로지 영화를 향한 사랑 때문이었다. 정우성은 "영화란 내 존재 가치를 만들어주는 힘"이라며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배우로 데뷔했을 때부터 이야기 상상하는 걸 좋아해서 혼자 끄적여보곤 했어요. '비트' 내레이션으로 칭찬을 받은 이후 조금씩 자신감을 얻었고 출연작에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글 작업을 해서 제안해보기도 했고요. 그러다 자연스럽게 연출에 대한 의지가 굳혀졌던 것 같아요. '보호자'는 올여름 개봉한 영화들의 3분의 1 정도 예산으로 만들었어요. 그 안에서 어떻게 해야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느라, 또 연기와 연출을 함께 하느라 피로도가 컸지만 동시에 신나기도 했어요. 적성에 잘 맞더라고요. 앞으로도 연출은 당연히 하고 싶어요. 예전부터 생각해둔 기획들도 있고요. 실패는 쓰고 아프지만 도전 의식은 계속 간직해야죠. 그 끝에 만들어지는 반짝이는 성과를 경험해보기도 했고요. 더 좋은 영화를 위해서 고민하려고요."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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