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환경 리포트] 급성 돌발 가뭄에 당했다. 수증기 빨아 먹고 불까지
[뉴스투데이]
하와이 마우이 섬의 서쪽 끝.
과거 하와이 왕국의 수도였던 고도 라하이나가 폐허로 변했습니다.
푸른 바다와 넘실대는 파도는 달라진 게 없지만, 해변을 수놓던 아름다운 나무와 거리는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주민과 관광객들로 붐비던 상가와 주택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불탔습니다.
지상에서 본 피해 상황은 더 참혹합니다.
산불 화재 현장이 아니라 전쟁으로 파괴된 마을 같습니다.
부서진 건물과 불에 탄 자동차가 끝도 없이 늘어서 있습니다.
이 자동차들의 주인 중 많은 이들이 숨졌습니다.
산불이 급속히 밀려와 차를 타고 대피할 시간도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바다 위에 떠 있던 배들도 불길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검게 탄 배들이 항구에 떠 있습니다.
화마를 피하지 못하고 숨진 사람은 8월 16일 100명을 넘었습니다.
수백 명이 실종 상태여서 확인된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잿더미로 변한 건물과 배에는 숨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키스 헌터/라하이나 주민] "모든 걸 잃었습니다. 집과 일터, 자동차, 애완동물도요. 실종된 사람도 많습니다. 이렇게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한 건 처음 봅니다."
사람들이 대피할 시간조차 주지 않은 산불의 습격 장면입니다.
산불이 시작된 지난 8일 밤 마우이 섬 중부를 뒤덮은 거대한 불길입니다.
곳곳에서 이런 산불이 발생해 그중 하나가 강풍을 타고 라하이나를 덮쳤습니다.
라하이나를 태우는 불이 뿜어내는 연기가 바다까지 밀려오는 영상입니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산불 중 하나로 기록된 마우이 산불의 원인은 크게 3가지 정도로 분석됩니다.
급속히 악화된 가뭄과 거센 바람 그리고 산불에 연료를 공급한 외래종 식물입니다.
산불이 확산할 당시 하와이에 불었던 바람을 보여주는 영상입니다.
가운데 보이는 섬들이 하와이인데요.
하와이를 중심으로 북쪽에는 시계 방향의 바람이, 남쪽에서는 반시계방향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북쪽에서는 고기압이, 남쪽에서는 영상에서 소용돌이처럼 보이는 허리케인 '도라'가 동풍의 기류를 만들었습니다.
이들 기류가 하와이에서 합류하면서 강한 동풍이 불었습니다.
마우이 섬 동쪽에는 높이 3,055m나 되는 커다란 산이 있습니다.
마우이 섬을 만든 화산 할레아칼라 산인데요.
동풍이 이 산을 넘으면서 더 건조해지고 강해졌습니다.
마우이 섬에서는 시속 108km의 강풍이 관측됐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양간지풍 같은 건데요.
이런 바람이 불면 작은 불씨도 큰 산불이 될 수 있습니다.
강풍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며 섬 곳곳을 불바다로 만든 겁니다.
그러나 이번 산불의 근본적인 원인은 계속된 폭염으로 급속히 악화된 가뭄 즉, 돌발 가뭄입니다.
[벤켓 락시미/미국 버지니아주립대 교수] "(8월 들어) 비정상적으로 건조한 날씨가 급속히 하와이 지역에서 확산됐습니다. 돌발 가뭄이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적인 가뭄이 6개월에서 1년에 걸쳐 발생하는 데 비해 돌발 가뭄은 2~3주 만에도 출현합니다.
뜨거운 폭염에 비가 오지 않는 날씨가 이어지고 땅의 수분이 급속히 증발하는 게 원인입니다.
돌발 가뭄은 하와이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나라도 갈수록 돌발 가뭄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 그림에서 황토색은 돌발 가뭄 일수를 나타냅니다.
폭염이 가장 심했던 2018년과 1994년 그리고 2016년에 급증했습니다.
붉은색은 한여름인 7~8월 산불 건수입니다.
산불은 봄, 가을과 겨울에 주로 발생하는데, 2018년에는 7~8월에 61건이나 발생했습니다.
한여름 산불은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정지훈/전남대 교수 (가뭄 특이기상연구센터장)] "(돌발 가뭄은) 예측이 굉장히 어려워요. 갑자기 발생하고 짧은 시간에 심각한 피해를 줍니다. 최근의 문제는 (돌발 가뭄이) 산불을 일으켜요. 특히 미국 등에서는 돌발 가뭄에 의한 산불이 많이 일어납니다."
세계적으로 돌발 가뭄이 급증하고 있는데 원인 중 하나는 기후변화입니다.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로 지구의 기온이 상승했고, 뜨거운 공기는 더 많은 물을 저장할 수 있어 더 많은 물이 증발합니다.
이것은 지난 20년간 우리나라의 증발량 즉 땅에서 증발한 물의 양입니다.
2천 년대 초반 매년 1,000mm 안팎이던 증발량이 2017년 이후에는 1,300mm로 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는 1,400mm를 넘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이렇게 급증한 증발량은 양날의 칼입니다.
급속히 물이 증발할 때는 돌발 가뭄이, 증발했던 물이 다시 쏟아질 때는 극단적인 폭우로 돌변합니다.
[정지훈/전남대 교수 (가뭄 특이기상연구센터장)] "비가 오는 강도도 강해지는데 증발량도 많아지면서 돌발 가뭄의 위험은 계속 증가할 거라고 보고 있어요."
하와이의 비극은 하와이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언제든 심각한 돌발 가뭄이 발생할 수 있고 여름에도 큰 산불이 날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합니다.
기후환경 리포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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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인아 기자(innah@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today/article/6516295_3620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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