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주담대 딜레마]⑤몇 살까지 내주나…대안은?

노명현 2023. 8. 21.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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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제한 위해 연령 34세 검토
스트레스 DSR 등 병행 필요
'30년 만기·50년 상환' 등 혼합도

만기 50년 초장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두고 금융당국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몇 달간의  가계부채 증가세에 50년 주담대도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어서다.

특히 가계부채 증가의 브레이크 역할을 했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50년 주담대가 이용됐다는 점이 문제다.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현재 금융당국은 50년 주담대를 취급할 수 있는 금융소비자 연령 제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나이 차별 논란이 또 문제다. 금융권 일각에선 '50년 만기, 30년 상환' 등의 변형된 형태의 주담대 도입 등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연령 제한' 카드…답일까?

50년 만기 주담대가 가계부채 증가 원인 중 하나로 꼽히면서 관련 규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취급 연령을 만 34세 이하로 제한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 현재 50년 만기 주담대 차주에 자격 요건 등은 없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LTV(주택담보인정비율) 등 대출 규제를 대폭 완화했지만 DSR은 유지하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를 컨트롤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규제인 까닭이다.

문제는 50년 만기 주담대가 DSR 규제 효과를 반감시킨다는 데 있다. 만기를 늘려 매달 부담해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을 줄이면 DSR 40%를 적용해도 대출 가능금액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50년 주담대 딜레마]①초장기 대출의 '양면'(8월16일)

현 상황에선 50년 주담대 취급 자체를 막을 수 있는 새로운 규제 수단이 마땅치 않다. 

연령 제한 방안이 거론되는 것은 50년 만기 등 초장기 주담대가 대출받은 차주의 은퇴 시점에도 상환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수입이 크게 줄어 상환 여력이 떨어지면 차주뿐 아니라 은행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금융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50년 만기 주담대를 취급할 때 연령대별 상환 능력과 금리 변동에 대한 리스크 등을 반영한 '스트레스 DSR' 등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노동환경을 고려하면 65세가 넘었을 때 30~40대처럼 원리금을 부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연령대에 따른 상환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대출을 취급하는 것은 금융안정에도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34세 이하에 50년 주담대를 공급할 때도 차주가 65세가 넘었을 때 받을 수 있는 연금 등 소득과 금리 변동 등을 반영한 스트레스 DSR을 적용해야 한다"며 "장기적 상환 능력을 고려해 지금보다 높은 수준의 DSR을 통해 합리적 수준으로 대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리 변동이나 특정한 스트레스 테스트, 시뮬레이션을 통해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 범위를 넘어가는 지점이 있을 수 있는데 이런 것을 고려하지 않고 DSR 모델을 만들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초장기 주담대가 활성화되면서 점검해야 할 부분들이 있고, 제재 관점보다는 운영의 적절성과 향후 방향성을 잡는 과정으로 현장 점검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역차별 논란이 거센 상황이라 금융당국도 신중한 입장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어느 연령대에서 어떤 목적으로 주담대를 받았는지 현재 분석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판단할 수 있는 시점이 오면 50년 주담대를 조정할 수 있는데 좀 더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30년 만기·50년 상환' 변형도?

금융 소비자들이 대출을 활용해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것을 금융당국이 강제할 순 없다.  특히 규제 안에서 은행들이 다양한 형태의 대출 상품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은 '경쟁'을 강조하는 현 정부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이복현 원장은 "허용된 규제의 틀 안에서 경쟁하거나 시장을 개척하는 것을 사전에 막는다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권 일각에선 만기 40년 이상 초장기 주담대 도입 시 변형된 상환 구조를 통해 위험관리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국금융연구원이 2년 전 발표한 '40년 만기 모기지 상품 도입과 향후 정책과제' 리포트에선 일본과 몰타 등의 사례를 참고해 초장기 주담대를 제공하되 은퇴연령 이전에 맞춰 상환이 종료되도록 설계된 상품 검토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가령 만기는 30년이지만 분할상환 기간은 40년을 적용하면 월 상환부담은 줄어들어 이용할 수 있는 차주가 늘어난다. 대신 차주의 자산이 축적되고 은퇴가 다가오는 30년이 지난 시점에 남은 금액 전액 상환을 강제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0년 만기 대출 등을 30대 후반에 받고 중도상환을 하지 않으면 80세까지 상환을 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은퇴 연령 이전에 대출 만기가 도래하는 상품을 제공하면 차주가 은퇴 이후까지 상환부담을 지는 것을 사전에 방지해 생애주기 재무관리가 가능해지도록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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