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 직구로 쉽지 않을 텐데" 감독도 감탄한 2년차 배짱투, 동기 문동주와 어깨 나란히 했다

고척=김동윤 기자 2023. 8. 21.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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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고척=김동윤 기자]
키움 이명종.
"시속 140㎞ 직구로 어떻게 저렇게 잘 던지는지, 쉽지 않을 텐데 참 대견하다."

키움 히어로즈 홍원기(50) 감독이 프로 데뷔 2년 차 이명종(21)의 배짱 있는 투구에 감탄하면서도 고마워했다.

키움은 20일 서울특별시 구로구에 위치한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홈 경기에서 롯데에 7-6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46승 3무 64패를 기록한 키움은 9위 삼성과 격차를 1.5경기로 유지했다.

승리를 쉽게 장담할 수 없는 경기였다. 키움이 기존 선발 투수들의 부재 속에 신인 오상원을 첫 투수로 내세운 반면, 롯데는 토종 에이스 박세웅으로 맞불을 놨기 때문. 실제로 경기도 오상원이 1⅔이닝 3실점, 박세웅이 6이닝 3실점(1자책)을 기록하면서 선발 싸움에서는 키움이 밀렸다. 하지만 불펜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오상원이 만든 2사 만루 위기를 하영민이 슬라이더 4개로 끝냈고, 뒤이어 등판한 박승주, 문성현은 2이닝을 무실점으로 삭제했다.

가장 큰 위기는 키움이 6-4로 앞선 8회초에 나왔다. 마운드에 올라온 김재웅은 정훈에게 스트레이트 볼넷, 정보근에게 우중간 1타점 적시 2루타, 배영빈에게 좌전 안타를 맞으며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지 못한 채 1점 차로 쫓기게 했다. 절체절명의 무사 1, 3루 위기에서 홍원기 감독의 선택은 이명종이었다. 이명종은 대타 전준우를 상대로 유격수 앞 약한 땅볼 타구를 유도해 일단 1아웃을 만들어 냈다. 그 사이 3루 주자는 홈을 밟아 6-6 동점.

아쉬운 실점에도 이명종은 의연했다. 김민석을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꽂았고 2S1B로 유리한 볼 카운트를 잡았다. 6구째 스트라이크존 상단 바깥쪽으로 흘러간 시속 139㎞ 직구에 김민석의 방망이는 허공을 갈랐다. 이날 4타수 3안타에 시즌 4할 타율을 기록하고 있던 이정훈을 상대로도 가볍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기록했다. 또 한 번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를 하나 더 잡았고 이번에도 시속 139㎞ 직구로 좌익수 뜬 공을 만들었다. 무사 1, 3루 위기가 1실점으로 일단락되는 순간이었다.

뒤이은 8회말 키움 타선은 만루 찬스에서 김동헌의 몸에 맞는 볼로 밀어내기 득점을 기록했고 이 점수를 끝까지 지킨 끝에 8-7 승리를 거뒀다. 자연스레 이명종은 시즌 5승을 챙겼다.

이명종./사진=키움 히어로즈

석교초-세광중-세광고를 졸업한 이명종은 2022년 신인드래프트 2차 6라운드 전체 56번으로 키움에 지명된 2년 차 투수다. 평균 직구 구속은 한국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시속 140.1㎞에 불과하지만, 배짱 있는 투구로 위기마다 등판해 벌써 통산 10승(2022년 4승, 2023년 5승)을 눈앞에 뒀다.

20일 경기 전까지 2022년 드래프트 동기 중 지난 2년간 통산 9승 이상을 기록한 것은 문동주(20·한화 이글스) 뿐이었으나, 이명종은 이번 승리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시속 160㎞를 던지며 에이스 역할을 하는 문동주의 9승도 특별하지만, 이명종의 9승도 승리 투수 요건조차 스스로 갖추기 어려운 상황에서 달성해 의미가 남달랐다.

이명종이 승리를 쌓는 과정은 언제나 쉽지 않았다. 올해만 해도 5승 중 4승이 팀이 지고 있거나 1점 차 이내의 접전 상황이었다. 시즌 첫 승을 신고한 5월 28일 고척 롯데전은 키움이 1-5로 뒤진 7회초 올라와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책임졌다. 6월 17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양 팀이 5-5로 팽팽히 맞선 무사 1, 3루에 등판해 위기를 1실점으로 틀어막고 뒤늦게 터진 타선 덕분에 시즌 3승을 달성했다. 4승째를 달성한 6월 28일 광주 KIA전도 쉽지 않았다. 양 팀이 5-5로 맞선 연장 10회초 2번 최원준-3번 이우성-4번 나성범을 9구 만에 지웠다.

팀 선배들처럼 공이 빠르지 않았고 제구력이 월등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부터 키워온 담대한 마음가짐은 그를 팀이 위기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카드로 만들었다. 이명종은 지난달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난 오히려 타이트하고 점수 차가 적은 상황이 편하다. 그때는 투수뿐 아니라 타자도 긴장을 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타자도 여유 있을 때와 득점권에서 스윙이나 접근 방법이 다르다"면서 "타자들에게 있어 평소에 내 공이 그렇게 치기 어려운 공은 아니다. 난 제구로 승부를 봐야 하는 상황인데 접전에서는 타자들 얼굴만 봐도 긴장하는 것이 보여서 오히려 더 자신감이 생긴다"고 밝혔다.

위기 상황에서 자신감을 가진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다짐을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 평소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하면서 체력을 유지하고, 선배들에게 매일 자신의 공을 확인해 그날의 결정구를 정하는 등 숨은 노력이 있어 가능했다. 그렇게 이명종은 또 한 번 팀을 위기에서 건져내면서 히어로즈(영웅)란 팀 이름에 걸맞은 선수로 거듭났다.

키움 이명종.

고척=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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