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불평등으로 갈라지고 있을까[불평등의 경제학](16)

2023. 8. 21.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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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 개도국과 신흥경제 국가들의 성장이 둔화하고 있는 현실은 다시 세계적인 불평등의 확대를 우려하도록 만들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이집트 카이로에서 한 빵가게 점원이 자전거로 전통빵 ‘발라디’를 나르는 모습. AP는 8월 10일 발표된 공식 통계에 따르면 이집트의 물가상승률은 지난 7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 AP연합



시민단체 옥스팜은 2023년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 10년 동안 증가한 부에서 상위 1% 부자들이 차지한 비중이 하위 50%에 비해 74배나 많았다고 보고했다. 특히 팬데믹 이후 미국의 억만장자들은 더욱 큰 부자가 되고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의 시민들은 더욱 가난해졌다. 1990년대 이후 빠르게 감소하던 전 세계의 절대적 빈곤율도 팬데믹의 충격으로 2019년 8.4%에서 2020년 9.3%로 높아졌고, 빈곤인구도 약 7000만 명이 증가했다. 그러고 보면 세계는 점점 더 불평등하게 갈라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말 세계적인 차원에서 소득불평등이 악화되고 있을까. 세계 시민들 사이의 불평등을 측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국내의 소득분배와 국가 간의 소득 격차 모두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많은 국가에서 국내적으로 소득분배가 악화되고 있다는 보고가 흔히 들린다. 1980년대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에서는 소득불평등이 심화했고, 동아시아 국가를 포함한 여러 개도국에서도 빈부격차가 커졌다. 반면 원래 불평등 수준이 매우 높았고, 2000년대에 좌파가 집권했던 라틴아메리카에서는 불평등이 개선되기도 했다.

한편 국가들 사이의 불평등을 보면 과거에는 그것이 확대되는 경향이 존재했다. 이는 솔로모형으로 대표되는 신고전파 경제성장모형의 결론과 반대되는 것이다. 이 모형은 노동자 1인당 자본량이 적은 개도국이 선진국보다 성장률이 더 높을 것이라 예측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난했던 국가들이 선진국을 따라잡는 수렴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19세기 이후 오랫동안 선진국에 비해 개도국의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낮아 이를 설명하는 여러 이론이 발전됐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지난 30년간 새로운 변화가 나타났다. 국제무역과 국제적 투자의 확대로 세계화가 발전된 이 시기에는 개도국들의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국가들 사이의 소득 격차가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중국과 인도 그리고 브라질 등 인구가 많은 개도국이 세계화를 배경으로 빠르게 성장했고, 최근 아프리카 국가들의 성장세도 주목할 만하다. 금융세계화가 때때로 금융위기를 낳기도 했지만, 국제무역의 증가는 개도국의 성장을 촉진했던 것이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의 빠른 경제성장은 빈곤의 감소로 이어져 세계적 빈곤율 하락에도 크게 기여했다.

중국의 성장과 전 세계 시민 불평등 감소

국가들 사이의 격차 축소는 세계적 불평등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특히 중국의 고속성장은 전 세계 시민들 사이의 격차를 줄이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가난했던 중국의 농민들이 이제 공장에서 아이폰을 생산하며 소득이 높아졌고 눈부신 경제성장과 함께 수많은 중국인은 가난에서 탈출했던 것이다. 하지만 정작 중국 내부의 불평등은 1980년대 이후 2010년까지 크게 악화됐다. 결국 전 세계 시민들 사이의 불평등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국가들 사이의 소득 격차, 각국 내의 불평등 그리고 인구 규모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러면 이를 모두 고려한 세계의 불평등은 과연 어떻게 변화했을까. 밀라노비치 뉴욕시립대 교수는 세계 인구의 90%에 달하는 사람들을 포괄하는 각국의 가계조사 데이터를 꼼꼼히 비교하여 세계 시민들의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를 측정해 세계적인 불평등을 보고한다. 그에 따르면 전 세계 시민의 지니계수는 1988년 0.694로 전 세계 대부분 나라의 소득불평등보다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최고 부자와 아프리카의 빈곤층 모두를 포함하니 당연한 결과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전 세계의 불평등은 약 200년 동안 계속 높아져 왔다. 산업혁명 이후 선진국들은 매우 빠르게 발전했지만, 가난한 나라들은 성장이 정체돼 자본주의의 발전이 매우 불균등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세계적 불평등은 1950년대 이후에도 계속 확대됐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불평등의 상승이 멈추었고, 2000년대 이후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전 세계 시민의 소득 지니계수는 2003년 0.687, 2008년 0.664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1년에는 0.63을 기록했다. 밀라노비치 교수의 최근 분석은 2013년에는 지니계수가 0.616, 2018년에는 0.601로 낮아졌다고 보고한다.

이러한 변화는 역시 인구가 엄청나게 많은 중국과 인도 등의 개도국들이 빠르게 성장했기 때문이었다. 즉 국내적인 불평등이 심화했다고 해도 인구 대국의 평균소득이 높아져 선진국과의 격차가 줄어들자 세계적 불평등이 줄어들었던 것이다. 2013년 지니계수를 분해해 보면 0.616 중 국가 간 요인이 약 82%를 차지하는데, 국가 간 차이로 인한 지니계수가 2008년에서 2013년까지 0.557에서 0.505로 크게 하락했다. 특히 중국과 인도의 성장률이 세계의 평균성장률보다 높았던 현실이 전 세계 지니계수 하락의 약 3분의 2를 설명했다. 같은 기간 동안 전 세계의 중위소득 구간의 소득은 5년 동안 약 57% 증가했는데, 상위 20%는 20% 미만, 상위 1%는 약 6% 증가했을 뿐이다. 한편 최상위 부자들의 소득을 제대로 추정하지 못하는 한계를 조정한 지니계수는 단순한 수치보다 높지만, 여전히 세계 시민들 사이의 지니계수가 낮아졌음을 보여준다.

즉 2000년 이후에는 소득 면에서 세계가 점점 평등해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물론 반가운 소식이지만 선진국에는 충격이기도 했다. 세계화로 대표되는 1988년 이후 30년 동안 중국 노동자들의 소득은 크게 증가했지만, 미국 내에서 보통 노동자들의 소득은 정체한 반면 최상위 1% 부자들의 소득은 크게 증가했다. 이른바 ‘코끼리 곡선’이 보여주는 결과인데 이로 인해 선진국에서는 세계화와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포퓰리즘의 대두로 이어졌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2008년 이후 10년 동안은 세계적 차원에서 고소득층일수록 전반적으로 소득증가가 낮아서 코끼리 곡선은 사라졌다.

팬데믹 후 개도국 성장 둔화가 불러온 우려

그러나 팬데믹 이후 개도국과 신흥경제 국가들의 성장이 둔화하고 있는 현실은 다시 세계적인 불평등의 확대를 우려하도록 만들고 있다. 장기적으로 중국의 성장으로 인한 불평등 축소 효과는 줄어들 것이어서 인도와 특히 아프리카 국가들의 성장전망이 중요한데 그리 밝지는 않다. 특히 미·중 갈등과 세계경제의 분열은 세계화를 배경으로 높은 성장세를 구가했던 개도국 경제의 앞날에 먹구름을 던져주고 있다. 국제통화기금은 세계경제가 미국과 중국의 블록으로 갈라지면 무역과 기술확산을 막아 최악의 경우 세계 GDP가 약 7%나 하락할 수 있고 가장 큰 피해는 아시아 국가들이 입으리라고 전망한다. 결국 2000년대 이후 세계적 불평등은 빠르게 줄어들었지만, 그 앞날은 꽤 불투명하다. 세계적 차원의 진보를 실현하기 위해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소득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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