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헤비 듀티 날진] 아웃도어 대표 물통 원래 실험용 시약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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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HEAVY DUTY'는 월간<山> 의 필자가 가상의 아웃도어 편집숍 주인이라는 설정으로 진행합니다. 山>
수록된 제품 소개 기사는 편집숍 주인이 튼튼Heavy Duty하고 좋은 아웃도어 장비를 손님에게 추천하는 콘셉트로 작성됐으며 업체로부터 제품을 협찬받거나 비용 지원을 받은바 없음을 밝혀둡니다.
날진의 반찬통 그러니까 정확하게 트라이탄 아웃도어 스토리지라는 제품은 지금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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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HEAVY DUTY'는 월간<山>의 필자가 가상의 아웃도어 편집숍 주인이라는 설정으로 진행합니다. 수록된 제품 소개 기사는 편집숍 주인이 튼튼Heavy Duty하고 좋은 아웃도어 장비를 손님에게 추천하는 콘셉트로 작성됐으며 업체로부터 제품을 협찬받거나 비용 지원을 받은바 없음을 밝혀둡니다.
산에 오래 다닌 손님 한 명과 가게에서 수다를 떨었다. 이것 저것 얘기하다가 그가 진열장에 놓인 날진Nalgene의 작은 병들, 일명 '반찬통'을 보고 놀라면서 말했다.
"와, 저거 옛날 건데, 오랜만에 보네요."
날진의 반찬통 그러니까 정확하게 트라이탄 아웃도어 스토리지라는 제품은 지금도 나온다. 현재 국내에선 파란색 뚜껑이 사용된 제품이 종종 눈에 띄는데, 흰색 뚜껑 제품은 보기 어렵다. 그러니 손님은 진열장에 놓인 흰색 뚜껑 날진 반찬통을 가리켜 '옛날 것'이라고 한 것이다. 손님이 덧붙여 말했다.
"저거, 어렸을 때 선배가 사용하는 것 보고 '뭘 이런 걸 비싼 돈 주고 사냐?'라고 생각한 적 있어요. 아, 근데 그 생각은 한참 잘못된 거였어요. 산에서 캠핑할 때 김치 많이 싸갖고 가잖아요. 락앤락 통, 아니면 뭐, 그런 이름 모를 통에 김치를 담았다가 배낭에 넣으면 영락없이 국물이 샜어요. 그런데 저 날진 반찬통에 김치를 넣으면 국물이 전혀 새지 않았어요. 그때부터 날진은 대단한 물건이라면서 동네방네 소문냈죠."
손님의 설명대로 날진은 좋은 브랜드다. 물통으로 유명하지만 반찬통도 쓸 만하다. 내 기억으론 날진 반찬통도 김치 국물이 바깥으로 흐르는 걸 100% 막지는 못했던 걸로 아는데(김치 국물은 불가사의한 국물이다), 그래도 날진은 물통이건 반찬통이건 매우 훌륭하게 만들었다.
우선 날진은 깨지지 않는다. 바위에서 굴러떨어지거나, 물을 가득 채우고 얼려도 멀쩡하다. 뜨거운 물을 넣어도 된다. 날진은 원래 실험용 시약병(피펫)이었다. 엠마뉴엘 골드버그라는 화학자가 개발했는데, 그는 이 시약병을 만들고 아내 이름의 이니셜을 따와 1949년 '날지 컴퍼니Nalge Company'를 만들었다. 그가 만든 병이 처음으로 아웃도어 환경에서 쓰인 건 1960년대 무렵인데, 과학자들이 미국 뉴욕주 북동쪽에 있는 애디론댁산맥으로 실험용 병을 가져갔고, 이때 내용물이 새지 않았을 뿐 아니라 병 자체가 아주 가벼워 야생에서 실험할 때 제격이라는 걸 알았다. 과학자들은 이후 날지 컴퍼니 제품을 자주 사용했다. 이것이 본격적으로 아웃도어 제품으로 생산된 건 1970년대다. 당시 하이킹족들이 갖고 다니는 물병은 스테인리스나 유리로 제작됐다. 하지만 깨지지 않고 새지 않는 날진 물통이 등장하자 캠퍼와 하이커들 사이에서 필수품이 됐다.
날진통은 트라이탄이라는 PCT 소재로 만든다. PCT는 환경호르몬인 BPA가 검출되지 않는 친환경 재질로 알려져 있다. 열에도 쉽게 변형되지 않고 충격에 강하다. 아웃도어용으로 딱이지만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려는 최근의 사회 분위기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것이 부담으로 작용한 모양인지 최근 날진은 친환경 이미지를 앞세우고 있다. 튼튼해서 오래 쓸 수 있다는 점, 소재를 재활용할 수 있도록 바꿨다는 점, 사회적 취약 계층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한 워터 펀드 운영 등이 그것이다.
월간산 8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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