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딛고 결선행' 우상혁, 실내외 세계선수권 동반 우승 도전
23일 오전 2시 58분 결선…우상혁, 바르심, 해리슨의 3파전 예상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우상혁(27·용인시청)은 항공기 결항으로 700㎞를 육로로 이동하는 악재 탓에 중요한 하루를 길 위에서 허비했다.
피로를 완전히 털어내지 못했지만, 우상혁은 여유 있게 예선을 통과하며 한국 육상 사상 첫 세계선수권 우승을 향해 또 한 걸음 내디뎠다.
우상혁은 20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국립육상경기장에서 열린 2023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예선에서 4위에 올랐다.
결선에 진출한 13명 모두 2m28을 넘었고, 우상혁을 포함한 4명이 1차 시기에 2m28을 성공했다.
2m25를 한 차례 실패한 우상혁은 한 번의 실패도 없이 예선을 마친 무타즈 에사 바르심(32·카타르), 주본 해리슨(24·미국), 아카마쓰 료이치(28·일본)에 이어 4위로 예선을 통과했다.
한 번의 시도를 실패하긴 했지만, 큰 위기 없이 결선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사실 악재는 예선 사흘 전에 발생했다.
김도균 국가대표 코치는 "예기치 않은 악재가 있었는데, 우상혁이 이번에도 잘 이겨냈다"고 '비화'를 전했다.
지난 4일 출국한 우상혁은 독일에서 훈련하다가 17일에 부다페스트로 넘어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독일 뮌헨에서 탑승할 예정이었던 비행기가 뜨지 않았다.
우상혁은 공항에서 7시간이나 대기하다가 결국 육로 이동을 택했다. 무려 700㎞를 차량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단 하루가 우상혁의 기량을 떨어뜨리지는 않았고 6번의 점프로 결선행을 확정했다.
여독이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도 예선 4위를 한 우상혁은 체력을 조금 더 회복한 결선에서는 한결 나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한국시간으로 23일 오전 2시 58분에 열리는 결선에서는 2m20에서 시작해 2m25, 2m29, 2m33, 2m36, 2m38 순으로 바를 높인다.
현재 기량과 이력을 고려하면 23일 결선에서는 우상혁과 바르심, 해리슨이 3파전을 벌일 전망이다.
바르심과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공동 1위를 한 장마르코 탬베리(31·이탈리아)는 발목 부상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기복이 심하다. 20일 예선에서도 탬베리는 탈락 위기에 몰렸다가 2m28을 3차 시기에 성공해 기사회생했다.
지난해 유진 세계선수권 3위를 한 안드리 프로첸코(35·우크라이나)도 하락세가 뚜렷하다.
예선 공동 1위인 아카마쓰의 개인 최고 기록은 2m30으로, 메달권과는 거리가 있다.
바르심은 현역 최고 점퍼다.
2017년 런던, 2019년 도하, 2022년 유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회 연속 우승했다. 2021년 도쿄에서는 꿈에 그리던 올림픽 금메달을 손에 넣었다.
바르심은 2m43의 역대 2위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남자 높이뛰기 세계기록은 하비에르 소토마요르(쿠바)가 1993년에 세운 2m45다.
우상혁의 개인 최고 기록은 실내 2m36, 실외 2m35다.
해리슨은 2023시즌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4월 2일 텍사스 대회(2m33), 5월 6일 도하 다이아몬드리그(2m32), 6월 3일 로마·피렌체 다이아몬드리그(2m32), 6월 10일 미국 대표 선발전(2m26), 7월 23일 런던 다이아몬드리그(2m35) 등 세계선수권에 앞서 출전한 5경기에서 모두 우승했다.
우상혁도 올해 치른 5번의 실외 경기 국제 대회에서 4번 시상대에 올랐다.
도하(2m27)와 로마·피렌체(2m30) 다이아몬드리그에서는 해리슨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세이코 골든 그랑프리(2m29), 방콕 아시아선수권(2m28)에서는 우승했다. 올해 개인 최고 기록은 2m33이다.
강한 비와 컨디션 난조로 기록을 남기지 못한 스톡홀름 다이아몬드리그를 제외하면, 우상혁은 모든 국제대회에서 '최종 2인'에 남아 우승 경쟁을 했다.
우상혁은 "비슷한 기록을 보유한 선수들이 출전하는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서는 경쟁적으로 기록이 더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유진 세계선수권에서도 우상혁은 바르심과 경쟁하며 실외 경기 개인 최다 타이인 2m35를 넘었다.
한국 선수 중 실외 경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딴 선수는 20㎞ 경보의 김현섭(2011년 대구 동메달)과 지난해 유진 대회에서 2위에 오른 우상혁, 두 명뿐이다.
우상혁이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 한국 육상 사상 첫 세계선수권 챔피언에 오른다.
이미 그는 지난해 3월 20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2022 세계실내육상선수권에서 2m34로 우승하며 '한국 최초'의 기록을 썼다.
출국 전 "맡겨놓은 금메달을 찾아오겠다"고 말한 우상혁이 목표를 달성하면, 세계 육상에도 진기록이 탄생한다.
실내와 실외 세계선수권 우승을 모두 경험한 남자 높이뛰기 선수는 5명뿐이다.
파트리크 셰뵈리(스웨덴·1985년 실내, 1987년 실외), 찰스 오스틴(미국·1997년 실내, 1991년 실외), 소토마요르(1989·1993·1995·1999년 실내, 1993·1997년 실외), 야로슬라프 리바코프(러시아·2006년 실내, 2009년 실외), 바르심(2014년 실내, 2017·2019년) 등이 실내와 실외 세계선수권에서 모두 정상에 올랐다.
기세를 이어가면 우상혁은 23일 부다페스트에서 한국 육상 최초 기록과 세계 남자 높이뛰기 6번째 진기록을 동시에 작성할 수 있다.
우상혁은 20일 예선이 끝난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현지에서 응원해주신 분과 한국에서 응원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며 "이제 파이널(결선)만 남았다. 다시 한번 모두의 응원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파이팅"이라고 썼다.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높이뛰기 실내·실외 모두 우승한 선수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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