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공적 기릴 기념관 건립" 울산 보훈단체들 한목소리

장지현 2023. 8. 21.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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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7대 특광역시 중 유일하게 독립기념관이나 광복회관 하나 없어" 지적
인접한 기초자치단체 양산도 독립기념관 개관…"울산은 광역단체인데,낯 뜨겁다"
분향하는 박상진 의사 증손자들 (울산=연합뉴스) 제78주년 광복절인 15일 오전 울산 북구 박상진 의사 생가에서 열린 '고헌 박상진 의사 순국 102주기 추모제'에서 박 의사 증손자들이 분향하고 있다. 2023.8.15 [울산 북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jjang23@yna.co.kr

(울산=연합뉴스) 장지현 기자 = "전국 7대 특광역시 중 독립운동가들의 공적을 기억할 수 있는 기념 공간이 없는 곳은 울산뿐입니다."

울산시가 광역시로 승격된 지 2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독립기념관이나 광복회관과 같은 지역 독립운동 역사를 기념할 만한 공간이 전무해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는 지난 2021년 남구 달동 문화공원에 울산 출신 항일 독립유공자 102명의 이름을 새긴 울산항일 독립운동 기념탑을 건립한 바 있다.

기념탑 둘레에는 고헌 박상진 의사, 외솔 최헌배 선생 등 서훈을 받은 독립유공자의 이름이 새겨졌고, 후면에는 울산의 항일 독립운동 역사가 기록됐다.

그러나 독립운동가 위패를 모시거나 사료를 체계적으로 연구·관리할 공간은 여전히 미비한 실정이다.

남진석 광복회 울산지부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독립기념관, 3·1운동 기념관, 광복회관 등 독립·광복에 관련된 공간이 아예 없는 곳은 울산이 거의 유일하다"며 "재작년에 뒤늦게 달동 문화공원에 울산항일독립운동 기념탑이 생기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남 지부장은 "기념탑에 서훈을 받은 102분의 이름이 새겨져 있긴 하지만, 독립운동을 하고도 서훈을 받지 못한 분들이 수없이 많다"며 "일제강점기 시절 학교 교육 운동을 하셨던 보성학교 설립자 성세빈 선생, 울주 상북면에 막대한 돈을 들여 양정학원을 세우신 이규로 선생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전되어 오는 독립운동가, 판결문 등 사료가 부족해 서훈을 받지 못한 독립운동가들이 많지만 유족들도 생업에 쫓기고 있어 사료를 체계화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기념관을 만들고 전문 학예사를 둬서 지역 독립운동 사료를 체계적으로 연구·관리할 필요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남 지부장은 "이번 광복절에 경남 양산에서도 독립운동기념관이 문을 열었다"며 "기초지자체인 양산에도 독립투사를 기리는 기념관이 생겼는데 광역단체인 울산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도 없으니 낯이 뜨겁다"고 했다.

경남 양산시는 지역의 항일 독립운동 역사를 보여주는 자료, 전시품, 체험실, 서적 등을 갖춘 지상 4층 규모 독립기념관을 지난 15일 개관했다.

양산시립독립기념관 개관 (김해=연합뉴스) 제78주년 광복절인 15일 열린 양산시립독립기념관 개관식에서 참석자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2023.8.15 [양산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seaman@yna.co.kr

지역 보훈단체들도 울산시 차원의 독립기념관 건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에 한목소리를 냈다.

김불식 울산시 보훈단체협의회장(상이군경회 울산지부장 겸임)은 "이미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독립기념관을 만들어야 한다"며 "시민들이 역사를 직접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 학생들이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인물들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회장은 "울산시가 현충탑, 참전기념비, 독립운동 기념탑 등을 하나씩 세우며 보훈 관련 시설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제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의 공적을 기록하고 기억하기 위한 기념관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김진술 전몰군경유족회 울산지부장도 "전국 대부분 시도에 광복회관이나 독립기념관이 있어 광복회 사무실이 들어가 있는데 울산 광복회는 보훈회관을 같이 쓰고 있다"며 "광역시 승격 30년이 다 되어 가는데 독립기념관도 광복회관도 없다는 것은 모순이고 부끄러움"이라고 했다.

대한광복회 총사령을 지낸 울산 출신 독립운동가 박상진 의사의 증손 박중훈(69) 씨도 지난 14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국가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며 "선인들 활동을 기념하고 교육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기념관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울산항일독립운동기념탑 준공 (울산=연합뉴스) 26일 오전 울산시 남구 달동문화공원에서 열린 울산항일독립운동기념탑 준공식에서 송철호 울산시장(왼쪽에서 여덟 번째)과 국가유공자 유족 등이 만세를 부르고 있다. 2021.2.26 [울산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hkm@yna.co.kr

울산에 독립운동 기념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울산 지역 독립기념시설 건립을 위해 활동하는 민간 협의체 '울산시 독립공원 건립추진위원회'는 울산 지역 3·1운동의 거점 지역인 울주군에 꾸준히 독립공원과 기념관 건립을 건의해왔다.

이에 울주군은 2020년 3월 발주한 '울주 독립운동사 연구용역'을 통해 언양 4·2 만세운동, 남창 4·8 만세운동 등 독립운동 활동상과 항일 유적 등을 조사하고, 기념 전시장 건립을 위해 삼남읍 작천정 일대 부지를 사들였다.

다만 울주군은 지역 독립운동이 울주 지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울산시 전체와 연관이 있다고 보고, 2021년 시에 울산시 차원의 독립기념관 건립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이후 2년이 지났지만, 독립기념관 건립 관련 논의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울산시는 21일 "기념관 건립 필요성은 느끼고 있지만 기초적인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시간을 두고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시는 "기념탑을 세운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박상진 의사 서훈등급 상향 문제도 시급해 각 사업을 우선순위에 따라 점차 추진해나가는 단계"라며 "기념관 건립은 광복회 의견을 수렴하고 구·군과 협력해 논의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 3월 울주군 삼남면 작천정에서 열린 3·1절 기념식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명훈 울산시 독립공원 건립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울산은 지리적으로 일본과 가까워 역사적으로 큰 고통을 받았던 곳"이라며 "기념관 건립을 통해 자라나는 세대와 울산시민들이 울산 광복의 역사를 알고 애국심을 고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어 "기념관 건립에 들어가는 예산 수백억 원을 민간 차원에서 모금하기는 어렵다"며 "울산시, 나아가 김두겸 시장께서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추진해달라"고 촉구했다.

울산은 독립군 양성, 친일부호 처단 등 무력투쟁을 통한 독립을 내세운 대한광복회 결성을 주도한 박상진 의사의 출신지이자, 1919년 4월 울산 언양·병영·남창 일대에서는 장터, 학교 등을 중심으로 3·1 만세 운동이 전개된 지역이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지난 15일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울산의 더 큰 번영을 위해 역사를 제대로 기억하고 후대에 잘 전승하는 일에 힘쓰겠다"며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제대로 예우받고 애국이 최고의 가치로 존중받는 울산을 만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jjang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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