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D.P.’ 손석구 “더 나이 먹기 전에 멜로 해야죠”

‘D.P.’ 시즌2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를 맞은 임지섭 데위를 연기한 손석구. 사진 ㅣ넷플릭스

서른을 훌쩍 넘겨 늦깎이로 데뷔했지만, 대세가 된 배우.

드라마, 영화, 연극무대를 넘어 광고계까지 매혹시키며 ‘추앙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지만, 배우 손석구(40)는 자신을 “대한민국의 평범한 40대 아저씨”라 표현했다.

이 뜨거운 스포트라이트가 신기하면서도 낯선 듯 “지금이 내 커리어에 전성기일 수도 있단 생각은 하지만, 스타라는 말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나지막이 말했다.

지난 달 28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D.P.’ 시즌2(극본 김보통 한준희, 연출 한준희)의 손석구는 강렬하고 매혹적이다. 여느 작품에서와는 또 다른 ‘매운 맛’을 보여주며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시즌1이 내무 생활에서 나오는 부조리가 주를 이뤄 공감대 형성이 크게 됐다면, 시즌2는 어떤 식으로 풀어가야 하는지 질문하는 드라마”라고 요약했다.

“시즌제란 게 기대치가 있잖아요. 내부적으로도 전 시즌을 답습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무언가를 하자는 열의가 컸어요. 익숙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했고 며칠간 반응을 찾아봤는데, 시간이 갈수록 시즌1과는 다른 시즌2만의 매력을 있는 그대로 봐주시는 것 같아 매우 매우 대만족입니다.”

‘D.P.’ 시즌2 한 장면. 사진ㅣ넷플릭스

2021년 8월 ‘D.P.’ 시즌1이 공개된 직후 군대 내 부조리와 비리, 내부문화를 적나라하게 폭로해 뜨거운 반향을 불러모은지 2년 여만. 시즌2는 헌병대 군무 이탈 체포조 준호(정해인 분)와 호열(구교환 분)이 변한 게 없는 현실과 부조리에 끊임없이 부딪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시즌1이 내무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면, 시즌2는 군 시스템 문제를 지적하며 스토리가 확장됐다. 군 비리를 덮으려는 국군본부 법무실장 지진희 등을 통해 군대라는 조직의 구조적 문제와 함께 국가적·체계적 책임도 묻는다.

손석구가 연기한 육군사관학교 출신 엘리트 ‘임지섭 대위’도 극적이라 할 만큼 변화했다. 무책임하고 사명감 없는 군인이었던 임지섭 대위는 적대자에서 군대 내 비리를 까발리는 조력자로 변한다. 그의 말마따나 “더 어려운 함수”를 만나면서 큰 감정의 진폭을 보여준다.

“임지섭은 변하고 싶은 마음은 갖고 있었지만 상황이 다르게 흘러가면서 그러질 못했는데, 조석봉 사건을 겪으며 느낀 게 있고 자책도 했을 겁니다. 사람에 대해 실망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 것 같아요.”

그는 “변화의 시작은 시즌1 엔딩 때부터 있었다”고 했다. “임지섭은 빌런까지는 아니라도 주인공인 준호, 호열과 대척점에 있던 인물이다. 바로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것이 인간적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임지섭 대위는 한 마디로 끊임없이 흔들리는 사람이에요. 인간은 변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었다가도 후회하고, 의심하고, 갈팡질팡하는데 일직선을 따라 변화하는 인물이 아니란 점에서 흥미로웠죠. 시즌1에서 보여준 모습으로 돌아가거나 그보다 안 좋은 방향으로도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황까지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손석구는 ‘D.P.’를 두 시즌이나 촬영하면서 자신의 군생활 생각이 많이 떠올랐다고 한다. 사진 ㅣ넷플릭스

손석구는 ‘D.P.’를 두 시즌이나 촬영하면서 자신의 군생활이 종종 떠올랐다고 한다. “픽션이고 개인적으로 겪은 것과는 많이 다르지만 분명 공감이 됐다”는 것.

“동떨어진 얘기가 아니라 내 얘기 같기도 했죠. ‘뭔가 해야 되지 않겠나’는 대사에 큰 공감이 됐어요. 시즌1에 또 ‘수통이 안 바뀌었다’라는 대사가 있는데, 군대 다녀오면 다 하는 이야기죠. 부사관과 장교의 관계나 병장과 말년, 이병의 관계 등 군대라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 구성된 특수한 조직의 관계에서 오는 문화는 잘 알고 있는 부분이었죠.”

그는 요즘 가장 바쁜 배우 중 한 명이다. 본업인 배우 활동 뿐 아니라 TV만 틀면 여러 광고에서 얼굴이 나온다. ‘송중기의 하루’를 잇는 ‘손석구의 하루’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분명 쉽게 할 수 있는 경험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때도 그 순간엔 피부로 와닿지 않았는데, 지금 돌이켜 보니 참 재밌던 시절처럼 느껴져요. 이런 시기가 또 안 올 수도 있으니 열심히 하자는 거죠. 근데 스타라는 것, 그런 생각은 안 해요. 저랑 안 맞는 말 같아요. 배우로서 미디어에 노출이 잦아지면서 스스로 많이 소진되고 있단 느낌도 들고요.”

손석구는 다양하게 변주해온 소신 있고 영리한 배우다. 왕관의 무게를 느낄 새도 없이 “대중이 날 지겨워하기 전에 내가 먼저 날 지겨워해야 한발 나갈 수 있다”고 했다. “작품도 중요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활도 잘 살아서 좋은 방향으로 변해야 나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며 “이번에 처음으로 3개월 정도 쉴 것”이라고도 했다.

연극 ‘나무 위의 군대’로 무대에 오르고, 차기 연출작을 준비하고, 시나리오 작업을 하는 것 역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다음 챕터로 넘어가기 위한 ‘워밍업’이다.

그래도 팬들의 성화에 느긋할 수만은 없는 법. “현재 마음에 와 닿는 작품을 열심히 찾고 있다”는 그는 멜로에 대한 관심을 넌지시 드러냈다.

“‘나의 해방일지’를 연출한 김석윤 감독님은 제게 ‘멘토’ 같은 분이세요. 배우의 커리어를 지도편달하는데 남다른 혜안을 가진 분이시죠.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조언을 많이 구해요. 얼마 전 ‘석구야, 네가 하는 멜로 연기 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때가 됐다 싶기도 해요. 더 나이 먹기 전에 해야죠.”

[진향희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