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영화, 과거 현재 미래에 묻다 [창+]

박상용 2023. 8. 21.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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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영화 보셨나요? 여름 휴가철은 영화계에서도 '최성수기'로 꼽힙니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극장에서 콜라+팝콘에 재미있는 영화 한 편은 여름철 '국룰'이었죠.
상반기 화제작 범죄도시3에 이어 밀수와 콘크리트유토피아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관객이 들지않은 한국영화도 적지 않은데요.
넷플릭스 등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가 일상화되면서 극장에는 갈수록 손님이 줄어들고 한국영화계는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걸까요?


■한국영화 상반기 흥행작 '가뭄에 콩나듯..'

상반기 한국영화 최대 히트작은 '범죄도시3'입니다. 8월 초 기준으로 보면 1,10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이 영화를 봤습니다. 매출도 1,000억 원을 돌파했죠. 범죄도시2에 이어 이른바 '쌍 1,000만' 영화가 탄생했습니다. 그런데 영화계는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 분위기입니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기대작인 밀수와 더문, 콘크리트 유토피아,비공식작전 등 한국 블록버스터들이 잇따라 개봉했습니다. 밀수와 콘크리트유토피아가 범죄도시에 이어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국영화들도 선전하고 있지만 일부는 안타깝게도 흥행에 실패했습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에 범죄도시3를 제외하면 100만 명을 넘은 영화는 단 3편에 불과합니다.범죄도시3를 제외하고 상반기 한국영화 흥행작 2위부터 10위까지 영화관객을 다 합쳐야 범죄도시3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극장으로 돌아오세요"…넘치는 영상 컨텐츠 '엄격해진 골라보기 기준'

최근 본 영화 광고 가운데 눈에 띄는 문구가 하나 있었습니다. 광고 말미에 '극장으로 돌아오세요'라는..

넷플릭스를 포함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ver The Top, OTT)가 일상화되면서 집은 물론 출퇴근할 때도 드라마나 영화를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지하철에서 출퇴근 하다 보면 휴대전화로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힘들고 고단한 출퇴근 시간, 좋아하는 동영상을 보면서 집이나 회사로 향하는 거죠.

그래서 그럴까요? 예전에 '편한' 마음으로 극장을 갔다면 이제는 내가 시간과 돈을 들여야할 이유가 있는 '특별한 무엇'이 있어야 극장을 가는 시대로 바뀌게 된 듯 합니다. 극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화려한 영상과 음향' 또는 '특별한 경험', 기타 등등 말이죠.. 취재를 하면서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기가 부담스러워졌다고 말했습니다. 영화표 값이 너무 비싸졌다는 말이죠. 평일 기준으로 2D 영화 관람료는 15,000원입니다.

두 명이 영화보고 팝콘에 탄산음료까지 즐기면 5만 원 안팎..적지않은 돈입니다.


물론 극장가도 할 말은 있습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3년 동안 적자에 허덕였고 각종 물가가 치솟아 관람료를 부득이하게 올릴 수 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합니다. 실제로 CJ CGV의 최근 3년 누적 적자가 7천억 원대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다른 복합상영과 역시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집니다. 그래서 극장가는 4D, IMAX,SCREEN-X 등 특별하고 차별화된 경험을 주기위해 '특성화'전략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관람료가 조금 더 비싸긴 하지만 특별한 경험은 물론 '프라이빗'한 공간까지 제공하기위해 애쓰고 있는거죠.


영화,드라마 등 컨텐츠계를 주름잡고 있는 넷플릭스도 한국 시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효시는 'DVD 대여서비스'였다고 합니다. 인터넷에서 동영상서비스를 제공하며 소비자들의 성향과 취향을 손바닥보듯 꿰뚫고 있는만큼 한국 시장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더불어 영화,드라마 등 한국 컨텐츠 생산도 독려하고 있습니다. 많은 유명 영화,드라마 감독들도 무대를 OTT로 옮겨 컨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구팡플레이,왓챠 등 한국형 OTT들도 자체 컨텐츠 생산을 강화하며 외국 OTT 공세에 맞서고 있습니다.


■한국영화계 "보릿고개에 역병까지 도는 느낌입니다"

영화제작자들은 돈이 돌지않는 동맥경화에 걸렸다고 말합니다. 현재 100여 편의 영화가 개봉해야했지만 시기를 놓치면서 제작비를 회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규모가 5천억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 돈이 회수돼야 다음 영화에 투자해 제작을 할 수가 있는데 이 순환 구조가 막힌거죠. 극장은 관객이 찾지않아 어려움을 겪고 제작자는 돈이 돌지않아 영화를 만들지 못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영화계 원로에 속하는 제작자중 한 분이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보릿고개가 왔는데 역병까지 함께 온 느낌입니다..상반기에 한국영화 제작 건 수가 채 10건이 되지않는다고 들었어요..이러다가 내년에 개봉할 한국영화가 있을지 정말 걱정됩니다..."


특히 상업영화도 큰 시련을 겪는 마당에 독립예술영화 감독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더욱 컸습니다. 통신사 콜센터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실화를 다룬 영화 '다음 소희' 연출자 정주리 감독. 프랑스 칸 영화제에도 초청받았던 정 감독은 감독들이 앞으로 극장에서 관객을 만나는 일이 더욱 힘들어질 거라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첫 작품', 이른바 '입봉'도 쉽지 않을 상황이라는 겁니다.


■영화진흥위원회 "당장 내년 예산이 걱정입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또 있습니다. 바로 영화진흥위원회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반세기 전 설립돼 독립예술영화 지원과 기술개발, 정책 지원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한국영화계의 중추 기관입니다. 위원회 예산은 '영화발전기금'입니다. 극장을 찾는 관객들은 영화 표값의 3%를 '기금'으로 냅니다.

그런데 극장에 관객이 들어오지않다보니 기금이 바닥나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2천억 원에서 3천억 원 사이로 기금이 마련돼 운영해왔는데 수입은 줄고 영화계 지원은 늘다보니 이 상태라면 올 연말에 기금이 완전 바닥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당장 내년 기관 운영마저 장담하기 힘든 심각한 상황이 된거죠. 한국영화계 전체가 전례없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습니다.

■ 영화의 생명은 다양성과 독창성.."실패할 자유가 있어야 한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살인의 추억' 그리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아카데미,칸 등 세계적 영화제에서 큰 상을 휩쓸었습니다. 우리 국민이면 이 두 감독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겁니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도 두 사람의 이름은 깊이 각인됐죠. 덩달아 문화,영화 강국이라는 대한민국의 이미지도 같이 새겨졌습니다. 이 두 거장도 처음은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수 많은 시행착오와 힘든 과정을 거쳐 지금은 세계적인 '거장'이 됐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분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실패할 자유가 있어야한다..그 과정에서 배우고 성장하기 때문이다"


"꿈은 계속된다,계속돼야한다"

지금과 같이 팍팍한 영화계 현실에서 미래 인재들의 다양성과 독창성이 자리잡을 공간이 예전보다 크지않아 같아 걱정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제2의 봉준호와 박찬욱을 꿈꾸며 영화를 제작하고 공부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아가고있는 미래 영화계 꿈나무들도 많았습니다.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수업을 듣고 현장에서 단편영화를 만들고 있는 그들은 K-컨텐츠의 저력을 믿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한국영화'가 있다는 믿음과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걱정은 있었지만 현실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는 확실했습니다.

분명한 건 한국영화가 예전의 '화양연화' 시절로 되돌아가기 위한 필요 조건은 관객들이 예전보다 더 우리 영화를 더욱 아껴주고 사랑해줘야한다는 것입니다.

제작자와 감독 역시 더욱 더 멋진 시나리오와 더 좋은 화면으로 관객들에게 '차별적인 즐거움'을 제공하는데 노력해야 하겠죠.

해답과 대안을 찾기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우리 한국영화계가 다시 전체 관객수 1억 명을 돌파하는 '화양연화'를 되찾을 수 있도록 있었으면 합니다. 한국영화계가 처한 현실을 담은 내용은 22일 밤 10시에 KBS-1TV방송되는 시사기획 창 '당신은 영화를 보나요?'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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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일시:2023년 8월 22일 밤 10시 KBS 1TV

'시사기획 창' 홈페이지 https://bit.ly/39AXCbF
유튜브 http://bitly.kr/F41RXCerZip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chang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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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용 기자 (mis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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