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하정우·강동원…추석 연휴 '흥행보증수표' 뜬다
올여름 韓영화 관객 수 작년보다 대폭 감소…가을에 반등할까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한국 여름 대작 4편의 치열한 경쟁이 마무리되는 가운데 극장가의 또 다른 성수기인 추석 연휴를 겨냥해 국내 텐트폴 영화들이 개봉 소식을 속속 알리고 있다.
이른바 '흥행보증수표'로 일컬어지는 스타 배우를 앞세운 데다 전통적으로 명절에 강한 코미디·드라마 장르의 작품인 만큼 극장가에선 흥행에 대한 기대감이 나온다.
특히 올해 7∼8월 국내 작품 관객 수가 작년보다 감소한 상황이라 이번 연휴를 기점으로 한국 영화가 반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화제성 면에서는 송강호 주연의 '거미집'이 가장 주목받는 분위기다. 다음 달 28일 시작되는 추석 연휴 직전 개봉할 예정으로, 정확한 개봉일은 정해지지 않았다.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올해 5월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돼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됐다. 뤼미에르 대극장 시사회 당시 10분 가까이 기립 박수를 받았다.
1970년대 영화감독 기열(송강호 분)이 걸작을 만들기 위해 촬영을 마친 영화를 다시 찍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블랙코미디 장르다.
영화계를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파벨만스'나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바빌론'이 떠오를 수 있지만, '거미집'은 좀 더 재치 있고 대중적으로 스토리를 전개한다. 별다른 대사가 아닌데도 웃음을 끌어내는 송강호식 유머도 빛을 발한다.
송강호 외에도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박정수, 장영남 등 쟁쟁한 배우가 대거 출연한다는 점도 관객의 마음을 잡아끌 수 있는 요인이다.
하정우와 임시완이 호흡을 맞춘 '1947 보스톤'은 일찌감치 개봉일을 다음 달 27일로 정했다.
강제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으로, 우리나라 최초 마라토너들의 실화를 다룬 스포츠 드라마다.
1947년 미국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서윤복 선수와 그의 감독 손기정 선수의 이야기를 그린다. 하정우가 손기정 역을, 임시완이 서윤복 역을 각각 맡았다.
2019년 9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촬영된 이 영화는 당초 2020년 개봉 예정이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개봉이 미뤄졌고 크랭크업 3년이 넘어서야 세상에 나오게 됐다.
일제강점기 치러진 베를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도 고개를 숙였던 손기정이 광복 후 후배인 서윤복을 이끌고 세계 대회에 나간다는 스토리만큼은 국내 관객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강동원 주연의 코미디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도 출격을 대기 중이다.
김성식 감독이 연출을 맡아 가짜 퇴마사 천박사(강동원)가 지금껏 경험해본 적 없는 강력한 사건을 의뢰받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허준호, 이솜, 이동휘, 김종수 등도 출연했다.
강동원이 데뷔 후 코믹 연기를 선보인 영화 '그녀를 믿지 마세요'(120만명·2004), '전우치'(606만명·2009), '검사외전'(970만명·2016) 세 편은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천박사'에서도 이 같은 흥행 공식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영화계는 이번 추석 연휴를 반등의 기점으로 보고 가을까지 흥행을 이어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올여름 한국 대작 영화가 4편이나 개봉했지만, 작년보다 관객 수가 뚝 떨어진 탓이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7월 한국 영화 관객 수는 332만여 명으로, 작년 같은 달(635만여 명)의 절반 수준이었다. 반면 외화는 지난해보다 오히려 100만명가량 증가한 1천95만여 명이었다.
8월의 경우 지난 17일까지 한국 영화 관객 수는 683만여 명이었다. 지난해 8월 전체 한국 영화 관객 수가 1천214만여 명인 점과 단순 비교하면 산술적으로는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펜하이머'에 밀려 '콘크리트 유토피아' 등 한국 영화의 관객 수가 점차 떨어지고 있고 '보호자', '달짝지근해: 7510' 등 신작 역시 크게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라 최종 관객 수는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길게 잡으면 다음 달 28일부터 10월 3일 개천절, 10월 9일 한글날까지를 연휴로 볼 수 있다"면서 "추석 전인 다음 달 초에도 신작 '잠'이 나오고 추석 시즌에는 3편이 나오는 만큼 반등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연휴가 휴가와 방학이 낀 여름 극장가보다는 훨씬 짧기 때문에 폭발력을 크게 발휘하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영화계 관계자는 "추석 연휴 개봉을 확정한 제작·배급사들은 당연히 흥행을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여름 시장만큼 예비 관객이 많지는 않기 때문에 엄청난 흥행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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