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시장을 움직이는 큰손? '현금' 있는 소비자가 '왕'[박원갑의 집과삶]
(서울=뉴스1)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 물건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변주곡이다.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올라가고 공급이 많으면 내려간다. 시장 가격을 결정하는 수요(demand)는 구매 욕구가 있다고 해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구매 욕구와 지출할 수 있는 구매력을 함께 갖춰야 한다. 구매력 없이 욕구만 있는 경우는 소요(所要, needs)다. 시장의 가격은 모든 사람이 아닌 그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수요층이 결정한다.
주택 시장에서도 돈 있는 수요층이 집값을 쥐락펴락한다. 즉 소요보다는 수요의 크기에 따라 집값이 오르고 내린다. 수요를 좀 더 엄밀히 말하면 유효수요다. 유효수요는 돈을 갖고 있으면서 물건을 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총합이다.
비싼 부동산일수록 유효수요는 제한적이다. 네티즌들이 값비싼 지역의 적정가격을 놓고 가타부타해봐야 시장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구매력을 갖고 있는 유효수요가 그 가격을 어떻게 평가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물건을 사고파는 장터’인 시장은 돈의 힘에 따라 가격이 좌지우지된다. 시장에서 돈은 곧 권력이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의 경제학자 폴 사무엘슨은 “시장경제는 달러 투표에 의해 움직인다”고 말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1인 1투표를 하지만 시장경제에서는 1인 1달러 투표를 한다.
머릿수로 다수결 투표를 하는 선거에서 1명은 외톨이로 참패를 할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100만 1달러를 가진 한 사람이 각각 1달러를 가진 100만 명을 이길 수 있다는 얘기다. 시장은 돈의 액수로 서열을 매기는 구조다.
부동산시장 구조에 좀 더 자세히 얘기해보자. 집값은 시장 참여자들이 ‘미래를 어떻게 보느냐’는 기대치로 결정된다. 주택 가격은 미래를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유효수요가 움직일 때 오르기 시작한다. 다시 말해 가격은 구매력이 있는 사람이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고 모험적으로 매수에 나설 때 움직인다.
미래 가격에 모든 사람이 낙관적일 필요는 없다. 구매할 수 있는 유효수요만 낙관적으로 보면 된다. 반대로 이 유효수요가 시장을 부정적으로 볼 때 가격은 내릴 것이다. 즉 집값의 핵심은 유효수요의 힘이다. 무주택자의 울분이나 당위성에만 초점을 맞추면 전망에 착오가 생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 측면에서 부동산 뉴스의 댓글보다는 유효수요의 마음을 읽는 게 더 현명한 것이다.
사실 부동산 시장은 주식 시장과 자산 시장의 쌍벽이지만 다른 게 많다. 무엇보다 부동산 시장은 주식 시장과 달리 공매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낸 뒤 주가가 떨어지면 해당 주식을 싼값에 사서 결제일 안에 주식대여자에게 돌려주는 방법으로 시세차익을 챙기는 투자 방식이다. 이런 공매도 투자는 부동산 시장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가령 A 아파트 108동 1205호를 공매도한 뒤 그 아파트를 몇 달 뒤 다시 싸게 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해당 아파트가 시장에 매물로 나올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동산 시장의 가격 결정 구조는 주식 시장과 다르다. 시장 참여자의 평균적인 기대보다 낙관적으로 기대하는 집단이 가격 결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주택 시장 호황도 가격 추세를 가장 낙관적으로 내다보는 시장 참여자에 의해 견인된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은 공매도 제도가 없으므로 미래를 비관적으로 내다보는 집단은 세력화에 나서기 힘들고, 시장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도 어렵다. 집값이 급락하는 상황이 아니고선 시장의 구조상 낙관적인 기대를 가진 집단의 힘이 더 세다. 아파트값 거품 빼기 운동이나 대세 하락론을 펼치는 사람들의 주장이 힘을 얻지 못하는 데는 부동산 시장의 독특한 메커니즘도 한몫하고 있다.
한편으로 부동산 시장이 일부 세력에 의해 쉽게 조종될 수 있는 취약성도 함께 드러낸다. 자금력이 있는 소수의 집단이 집값의 우상향을 기대하고 특정 지역의 집을 사들인다면 집값이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피해는 해당 지역 실거주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기 마련이므로 시장 교란 세력의 진입 여부를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h99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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